◈ 비 내리는 날 산사에서 =노준원=◈
바람 부는 날 한적한 산길을 걸으면
싱그러운 나뭇잎들이 바람에 반항하듯
고이 간직하고 보여주지 않던 속살로
눈을 희번덕거리며 몸부림을 치고 있다.
낯선 이방인의 발소리에 놀란 산새들의
부산한 날갯짓 소리에 놀란 고라니가
깊은 골짜기로 혼비백산 줄행랑을 친다.
느닷없이 쏟아지는 요란한 소낙비가
떡갈나무 잎에 떨어지며 난타하는 소리는
박자 리듬 다 무시하고 가슴으로 파고들어
비에 젖어 시린 마음을 끝내 울려버린다.
젖은 마음 추스르며 산자락을 돌아들자
산사의 풍경소리가 시린 가슴을 울리고
대웅전 앞뜰의 석탑이 천년의 세월을
침묵으로 벌을 서며 속죄하듯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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