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南降/심현재
아침부터
비가 제집인 양
창문을 두드린다
서두를 일도 없는듯이
처마 끝에 매달려
하루를 길게 늘인다
골목은 젖은 신발처럼
말이 없고
화분 속 봉숭아는
고개를 숙인 채
빗소리를 듣고 있다
장마는 이상하다
햇빛이 그리워지다가도
막상 비가 그치면
조금 허전해진다
커피 잔이 식어가는 동안
창밖을 바라보는데
빗방울 하나가
또르르
유리창을 타고 내려와
다른 빗방울과 만난다
사람 사는 일도
가끔은 저럴 것 같아
혼자 흘러내리다가
누군가를 만나
잠시 함께 가는 것
저녁 무렵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조금 맑아진 것 같다
202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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