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해서 지독한
출입문이 하나입니다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도 하나입니다
들어오는 빛이 반쯤 잘라졌다고 우울한 건 아니지만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붙어있는 허전함이 낯설어지면 좋겠습니다
국이 없는 식사에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나란히 놓는 습관은 참 잘한 일입니다
제대로 갖춘 느낌이 들거든요
밥상의 여백이 헐렁해도 식탁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장면은 면발 아래로 더 깊은 맛이 들어있는 줄은 알지만
자주 확인하지는 않아요
티브이 리모컨은 늘 내 차지여서 자유가 방바닥에 늘어져 있습니다
이럴 땐 달달한 커피를 깨물어 마시면 혼자라는 침전물은 애써 연해지죠
부스럭부스럭 과자봉지조차 내겐 위안입니다
이쪽저쪽 채널을 돌리다 티브이를 끄고 방안의 표정들을 봅니다
간절하게 나를 보고 있는 설거지통과 질서개념이 없는 세탁물들을
애써 외면하는데
느닷없이 몸으로 훅 들어오는 이 지독한 감정
이불을 가슴에 안고 얼굴을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