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南降/심현재
진흙을 품고도
진흙빛이 되지 않는 꽃
밤새 흙탕물에 잠겨 있으면서
아침이면 가장 맑은 얼굴로
세상을 향해 문을 여는 꽃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빛을 찾고
넓은 길에서 이름을 구하지만
연꽃은 깊은 물 아래서
묵묵히 제 뿌리를 키운다
더러움 속에 있다고
더러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처를 안고 산다고
상처가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말없이 보여준다
바람에 부딛쳐도 요란하지 않고
비가 내려도 서두르지 않는다
한 번 피어오른 마음은
향기가 되어 물결 위에 머물고
한 번 품은 고요는
하늘까지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래서일까
연못 가득 꽃이 피어도
유독 한 송이 연꽃 앞에서는
사람의 마음마저
잠시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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