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편에 묻어둔 이름-37-

작성자이헌 조미경|작성시간17.12.12|조회수80 목록 댓글 10


기억 저편에 묻어둔 이름-37-

이헌 조미경

 며칠 동안 시험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마음을 졸였는데 3교시 수업종이 울리면서 이번 중간고사는
끝이 났다. 밤잠을 설친 영은의 얼굴은 누렇게 떠서 마치 환자처럼 보였다.
이번 중간고사가 매우 중요한 시험이기에 졸린 눈을 비비며 공부를 하다, 졸음을 쫓기 위해
진한 커피를 타서 마셔 보았지만 졸음을 쫓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약국에서 잠 안 오는 약을 사서 먹었더니
속이 메스껍고 머릿속이 어수선하다.

 중간고사가 끝나서 당분간은 시험에서 해방이 된 영은의 반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시험이 끝난
홀가분함에 서로 목청을 높여 수다를 떠느라 교실이 소란스럽다. 오늘 시험을 치른 과목의 책을 꺼내어

정답을 체크하며 시험이 끝나자 한시름 놓았다는 듯 교실은 술렁거렸다.
바람이 부는 운동에는 가방을 든 채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삼매경에 빠진 여학생들이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서성거리고 있다.

  영은도 책가방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오니 영은과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영은아 이번 시험 어땠어?" 하고 윤희가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온다.
그러자 윤희 옆에 서있던 혜경도 영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머 너는 시험 잘 봤구나?"
  "그런데 열굴 표정이 왜 그러냐?"
 "나는 아무래도 이번 시험 망친것 같아 ." 하면서 심드렁한 얼굴로 희숙이 반문을 한다.
 "너희들은 시험 잘 봤으면서 꼭 시험 못 봤다 하더라."
심각한 얼굴로 친구들을 바라보던 영은이 드디어 말문을 연다.
 "애들아? 우리 신당동 가자..."
 "신당동 떡볶이집 가서 놀자." 하고 말하자
영은의 친구들이 여기저기에서 그러자 우리 지금 당장 신당동 떡볶이집에 가자.. 한다.
 "그런데 영은아 너 얼굴이 어디 아픈 애 같다."

그러자 영은이 대답을 한다...."아니야 사실 시험 기간에 잠을 못 자서 그래..."
영은과 친구들은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며 지하철을 타고 신당동으로 향했다.

 지하철에 자리 잡고 앉아서 영은과 일행은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다행이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좌석에 앉아 갈 수가 있었다.
지하철 2호선은 언제나 잡상인들로 붐빈다.
영은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영은의 무릎위에 작은 물건을 올려 놓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 그것은  바로 지하철에서 작은 물건을 파는 잡상인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오늘도 목청을 높여서 물건의 효능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몇차례 사람들이 내렸다 다시 타기를 반복하고..
조금 있으니 손에 덕지덕지 떼가 묻은 손으로 승객들에게 커다란 손글씨가 쓰인
종이를 내민다. 영은이 자세히 읽으려 하자 윤희가 다가와 필요 없다는 눈짓으로, 살며시 옆으로 밀어 둔다.
영은은 커다란 글씨가 쓰인 삐뚤빼뚤한 글씨로 도'와주세요' 란 말이 자꾸 가슴을 파고든다.
 

 지하철에서 내린 영은 일행은 떡볶이 집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떡볶이집 가게 앞에는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학생들을, 서로 자기 집으로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골목에는 떡볶이 냄새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였고 문을 열어 놓은 가게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는 식욕을 자극하여, 사람들의 발걸음이 저절로 식당 안으로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길을 걷던 학생들은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팝에 저절로 다리를 흔들기도 하고...
 
 이집으로 갈까 저 집으로 갈까 하고 갈팡질팡 결정을  못하고, 선뜻 어느 집으로 정해야 할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가게마다 흐르는 팝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곡이었다.
신당동 떡볶이 가게에는 그 근처 학교 학생들이 중간고사가 끝나서 잠깐 여유가 생긴

학생들이 앉아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자리를 잡은 영은과 친구들은 떡볶이를 시켜 놓고 냄비에서 떡볶이가 익어 가는 동안
오늘 시험 본 과목에 대해 문제와 답 풀이를 다시 하고 있다.


냄비가 끓어 오르자 라면 사리를 넣고 당면 사리를 넣어서 함께 저어 주자
파랗던 양배추가 숨이 죽으면서 떡볶이 국물이 걸쭉해진다.
떡볶이가 맛있게 끓어 오르자 아이들은 입맛을 다시며 맛있겠다를
소리치며 침을 꼴깍 삼킨다. 아이들은 떡볶이가 빨리 끓지 않는 다며 조바심을 내는데..

쭈글 거리는 양은 냄비에서 라면이

빨갛게 먹음직스럽게 익어 가고  떡볶이가 끓자 다들 포크를 들고 열심히 오물거린다.

 중간고사가 끝난 교실은 수선스럽다
시험기간 중에는 공부에 집중을 하느라 조용했던 교실이 오늘은 책상마다 서로 옆자리에
앉은 친구와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 자리에서는 한창 요즘 유행인 여학생 잡지를

서로 돌려 가며 보느라 여념이 없고.... 한쪽에서는 모르는 남자 사진을 돌려 가며 웃고 떠든다.


학교에서 군에 있는 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단체로 보내는 일이 있었는데
드디어 어떤 아이에게 답장이 온 모양이다.
그냥 편지만 보내온 것이 아닌 사진까지 동봉해 와서 그 사진을 본 반 아이들이
웃고 떠드느라 교실이 온통 시장통 같다.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사진을 보며 서로 웃고 떠들며

사진 속 인물을 보며 서로 품평회를 하느라 바쁘다.

 영은네 반 아이들은 사진을 서로 보려고 우르르 몰려가서 사진을 들여다 보느라
선생님께서 조회를 하시러 교실에 들어온 것도 모르고 떠들고 있었다.
한 아이가 선생님 오셨어, 하는 소리에 아이들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다 조금씩
수선거림이 잠잠해 진다.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아이들은 좀처럼 수업에 집중을 못한다.
이때 한 아이가 손을 들고 선생님께 질문 있어요 하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손을 번쩍 든 아이의 얼굴로 향한다.
호기롭게 손을 든 아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잠시 멈칫하다 그러나,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질문을 쏟아 낸다.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해주세요?".. 하는 아이는 평상시에도 선생님들께 기습적인 묘한 질문을,

잘 하는 아이로 성격이 활달하고 선생님을 별로 어려워 하지 않아서,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태정이었다.
태정은 선머슴애 같은 외모에 키가 커서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남학생이 여학교에 잠시 다니러
오는 것처럼 보여서, 같은 반 아이들 조차도 늘 태정을 선머슴애라 불렀다.
목소리 까지도 걸걸한 태정이 정색을 하고 질문을 하자, 아직 미혼이신 여선생님 얼굴이 발그레 상기가 되며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하자  여기저기에서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해주세요? ." 하면서 아이들은 책상을 치는 아이들
손뼉을 치는 아이들로 교실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한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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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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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이헌 조미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2.13 감사합니다
    요즘은 너무 바쁘고 힘이 들어서
    한가지는 소홀하고 있지요
    힘을 내어서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 작성자김문수 | 작성시간 17.12.13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네요
    이헌 조미경 작가님
    배경 하나 하나가 이어지는 스토리와
    잘 짜여진 장면 하나가 눈 앞으로
    확 확 와 닿는게 눈에 선합니다,
    영은이와의 그리고 관계
    깊은 내용을 통하여 관찰하면
    신당동으로 가서 떡볶기집에
    들렸다는 구수한 이야기
    영은이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스토리는 또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헌 조미경 작가님
    계속 이어지는 스토리속에
    저도 많은 공감을 느끼지요
    시와 소설을 보면서
    늘 배울 점도 많고
    시인이시면서 소설가로
    다양한 면모를 보여 주실 때마다
    제게는 배울 점이 너무 많은데요.
    좋은 스토리 다음에 기대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헌 조미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2.13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글을 좋아 합니다
    습작을 오래 하지 않아 많이 부족합니다
    매일 배우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 작성자Rain | 작성시간 17.12.13 학창시절 생각이 잠시 나네요..^^
    저는 지학..선생님을 은근히 좋아했지요..
    그 선생님 이름은..지금도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네요..
    여고생 한참..감성이 무르익다 못해..돌출될 나이죠..
    수고하셨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헌 조미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2.13 우리들은 국민윤리 선생님이 최고로 인기가 많았지요
    지금도 그 선생님 이야기 하면 서로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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