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의 행복

작성자망실봉|작성시간25.12.28|조회수1,418 목록 댓글 5
병오년의 행복

힘차게 달리는 말은 행운·행복 상징

힘든 이웃도 함께 복받는 새해 되길


2025년도 저물어간다. 나 자신과 가족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한 해. 그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행복했을까.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며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아등바등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길을 잃은 채 행복이란 단어조차 잊고 살아오진 않았을까.

밀란 쿤데라는『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이 좀처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구조적 불일치에서 찾았다. 사람의 욕망은 일직선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데 비해 행복은 반복을 통한 나선형 구조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라면서다. 이는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는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며, 행복의 감정은 그런 기억이 하나둘 쌓이면서 조금씩 숙성돼 간다는 깨달음과도 일맥상통한다. 앞이 보이지 않던 헬렌 켈러가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들이 또 열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 정작 열린 문을 보지 못하곤 한다”며 근시안적인 조급함을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은 걱정하는 존재’라는 점도 행복의 근원적 걸림돌로 작용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어니 젤린스키는『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우리가 하는 걱정 중 96%는 절대 일어나지 않거나 이미 벌어진 사소한 일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4%만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렇게 한평생 쓸데없는 걱정거리에 매몰돼 살다 보니 행복을 느낄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얘기다. “인생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다 합쳐 보니 2박 3일이 안 되더라”는 칼릴 지브란의 회고도,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도 걱정과 고민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인간 본성에 대한 오랜 성찰의 결과물일 터다.

더 큰 장애물은 과도한 욕망, 즉 과욕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돈과 권력과 자리를 차지하는 데 혈안이 된 자들, 그게 삶의 유일한 목표가 돼버린 자들, 그게 행복이라고 믿고 사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이는 소금물과 같아 마실수록 더 큰 갈증만 느끼게 될 뿐. 하나를 채워도 마음속엔 공허함만 남고,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또 다른 공허함과 싸우다 끝내 욕망의 노예가 돼버린 자들을 숱하게 봐오지 않았나. 이들이야말로 행복을 쟁취하겠다며 세상의 소유에 집착하다 오히려 더 불행해진 자들이 아니겠는가.

행복은 어쩌면 모래성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엄청 쌓은 듯싶은데 내일 보면 그새 다 사라져 버린 모래성. 그런데 우리 곁엔 왜 자꾸 흘러내리냐며 짜증만 내는 사람, 돈으로 시멘트벽을 두르는 사람, 심지어 자기 이익을 위해 옆의 모래성을 쓰러뜨리는 사람까지 온갖 군상이 뒤섞여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매일 그렇게 조금씩 쌓아가는 게 결국엔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지 않을까. 무너지면 좀 어떤가. 다시 쌓을 수 있는 또 다른 오늘이 있지 않은가. “행복은 나비와 같아서 잡으려 하면 늘 달아나지만 가만히 있으면 스스로 우리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는 나다니엘 호손의 고백처럼 기다림의 지혜도 때론 필요하지 않을까.

안타까운 건 행복이란 단어조차 사치인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동네 상가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자영업자들, 저녁 알바 뛰며 가족을 부양하는 평범한 가장들, 취업하려는 노력마저 포기한 ‘쉬었음’ 청년들, 남은 인생을 홀로 마주하고 있는 220만 독거노인 등. 극심한 양극화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아픔도 더 늦기 전에 함께 헤아려야 할 때다.

중세 이후 유럽에선 말발굽이 행운의 상징으로 통했다. 힘차게 달리는 말이 복을 부른다는 믿음에서다. 마침 2026년은 말띠 해. 부디 새해엔 그 복이 어려운 우리 이웃들에게도 퍼져 나가기를. 그래서 행복이란 두 글자가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쉬기를. 그게 병오년 새해 우리가 꿈꾸는 ‘함께 가는’ 공동체의 모습이기를.

  박신홍 정치사회에디터


아낌없이 주는 말



  2026년은 말의 해다지구상 어디에나 사는 인간처럼 말 역시 모든 대륙에 산다.

  칠레의 해안 도시 라세레나에서 차를 몰다 보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때가 있다. 말이 떼를 지어 인도를 걸어가거나 공원에서 풀을 뜯는 모습이다. 말은 똑똑한 동물이라서 위험한 차도로는 다니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풀을 뜯지도 않는다. 심지어 길을 건널 때 횡단보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곳 사람들은 말이 풀을 뜯거나 말거나 여느 때처럼 행동한다. 길에 엄청난 양의 말똥이 쌓여 있어도 청소부는 군말 없이 치운다. 인간과 동물이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산다는 게 이런 것인가 싶다.
 
  해가 지면 말이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을 때가 있다. 말의 다리에는 인대와 근육을 꽉 잡아 주는 잠금장치가 있어서 힘을 풀어도 쓰러지지 않고 선잠을 잘 수 있다. 그렇다고 밤새도록 서서 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할 뿐, 말도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옆으로 누워서 깊은 잠을 잔다.
 
  집단 생활을 하는 말은 몇 마리씩 돌아가며 선 채로 불침번을 맡기 때문에 나머지가 안심하고 눈을 붙일 수 있다. 그래서 무리 지어 있을 때 더욱 건강하다. 반면 홀로 지내는 말은 깊게 잠들지 못해 늘 예민한 상태다.
 
  말은 체온이 사람보다 2도 정도 높다. 영화 <레버넌트>에서 주인공이 혹한의 날씨에 숲을 헤매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말의 몸속에 들어가 하룻밤을 견디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상황에 처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지언정 이는 꽤 과학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은 빠르게 달리거나 힘을 써서 체온이 오르면 엄청난 양의 땀을 배출하기에 충분한 물과 무기질을 섭취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기후 변화에 취약한 동물이기도 하다.
 
  말은 성질이 온순한 편이라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해 왔다. 덕분에 인간은 말의 등에 올라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고 양이나 소를 모는 일도 수월해졌다.
 
  어느 역사든 전장에서 맹위를 떨친 장수가 등장하는데, 이들에게는 예외 없이 명성을 함께한 말이 있었다. 장수의 말이라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적토마다. 마침 2026년이 붉은 말의 해라니 적토마의 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붉은 말은《삼국지》《수호전》《후한서》등에 등장한다. 이 기록을 종합하면 붉은 털을 지니고 토끼처럼 빠른 말이라 하여 '적토마'라 불리게 됐다. 어찌나 힘이 좋고 빠른지 하루 만에 천리를 달렸다고 한다. 천 리는 약 400킬로미터로, 서울에서 부산에 이르는 거리다. 고속 열차를 타고 두 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온종일 달려야 한다니 적토마가 뭐 그리 대수인가 할 사람도 있겠지만, 기계가 아니라 숨 쉬는 생물이 하루 만에 그만한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말은 털색과 관계없이 언제나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준다. 몽골인은 이전부터 말 젖을 발효시켜 음료를 만들었고,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말의 피를 마셔서 기운을 보충했다. 오늘날에는 임신한 말의 소변에서 추출한 에스트로겐 혼합물로 호르몬 대체 요법에 필요한 약품을 만든다. 이처럼 일생을 바쳐 인간에게 도움을 준 말은 죽어서도 고기와 가죽 등을 남긴다.
 
  현악기를 다루는 사람은 알겠지만 말의 꼬리는 바이올린이나 첼로, 비올라 같은 악기의 현을 만들 때도 쓰인다. 아무리 좋은 나무로 몸통을 만들어도 줄이 형편없다면 악기는 결코 좋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 말의 꼬리털로 만든 현에서 좋은 소리가 난다면 그 말은 건강했을 것이 분명하다. 건강한 말일수록 꼬리털이 가늘고 탄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은 초원과 들판을 자유롭게 달리며 튼튼한 근육을 키우고 건강하게 자란 말의 노랫소리와 다름없다.
 
  인디언은 말을 타고 평야를 바람처럼 가로지르다가 갑자기 멈춰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너무 빨리 달리느라 아직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바쁜 일상에 쫓겨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는 현대인에게 울림을 준다.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미처 따라오지 못한 자신의 영혼을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이지유(작가)


 

남덕유산 일출

 

 

  Natalie Taylor - Love Is The Answer (J&B RE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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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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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2.28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동트는아침 | 작성시간 25.12.29 좋은글 감사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2.29 감사합니다 ~
    동트는아침 님 !
    따듯하고 행복한
    새해를 기원합니다,,
    한 해 동안 평화와 사랑,
    기쁨이 충만하시기를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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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목자 | 작성시간 25.12.29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주간 되시길...그리고 2026년 병오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2.29 고운 멘트 남기신
    목자 님 !
    감사합니다 ~
    행복한 한 주 보내시고,,
    건승과 행운이 늘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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