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좋아요/ SNS 없이는 못 살아

작성자망실봉|작성시간26.05.01|조회수125 목록 댓글 8
구독 좋아요

  '선생님, 저 어제부터 조물주입니다. 추앙해 주세요.'

  대학 시절 늘 생기발랄하던 제자로부터 문자가 왔다. 밑도 끝도 없이 하는 말 속의 '조물주'나 '추앙'은 아무리 졸업생이라지만 선생님에게 쓸 단어는 아니었다.

  야단맞을 것을 알면서도 쓰는 이유가 있을 테니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한국 문화 관련 콘텐츠로 유튜버가 꿈이라던 친구였으니 '크리에이터'가 됐나 보다. 그리고 '추앙'은 아마도 어떤 드라마에서 '여주(여자 주인공)'가 썼던 말인 듯했다. 알아서 콘텐츠를 찾아보고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 달라는 것이겠지.

  '나 같은 꼰대에게 쓸 말은 아닌 듯. 션찮으면 싫어요에 차단 박는다.'

  '그럴 리가요. 구독과 좋아요는 꼰대 탈출의 지름길입니다.'

  짤막한 답장을 보내고 뒤늦게 내가 쓴 단어들이 마음에 걸렸다. 초등학생 때 처음 들은 '꼰대'는 절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단어였다. 어느덧 그렇게 불리는 나이가 돼서 스스로에게 사용했으니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쓸 만한 단어는 아닌 것 같았다. 방언을 전공한다지만 충청도 사투리 '션찮다'도, 비속어 느낌의 '박는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구독'이라니,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구독은 본래 정해진 기간 동안 돈을 지불하고 신문이나 잡지 등을 받아 볼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온라인상의 콘텐츠를 구독하란다.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일도 드물고 돈을 따로 지불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요즘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가전제품 심지어 조리된 음식이나 식자재도 구독한다. 원래 의미대로라면 말도 안 되지만 세상이 그만큼 변했다. 그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사람들은 단어의 의미를 확장시켰다. 신문이나 잡지에 한정됐던 구독의 뜻풀이가 사전에 새로 추가됐다.

  "신청을 통해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받아 보거나 이용함."

  그리고 '구독 좋아요'라고? 제자의 말이 절묘했다. 계속 곱씹어 보니 '구독을 좋아하세요.'라고 읽혔다. 오늘날에는 새로운 모든 것에 구독이란 말을 붙이니 '새로움을 구독하는 것을 좋아하세요.'라고도 읽혔다. 세상의 변화를 정기적으로 알고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이 구독인데, 그마저도 늘 구독하라는 말로 들렸다.

  구독 좋아요. 꼰대의 세계로 접어들면서 이 말이 새롭게 보인다. 끊임없이 바뀌는 말과 새롭게 생기는 말, 불통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말은 필요에 따라 바뀌고 새로 만들어진다. 기존의 말과 어법을 중시하는 이들은 이런 말들을 꺼려 하지만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

  모두가 '좋아요'를 누를 만한 말을 만들고, 그 말을 구독하며 따뜻한 '좋아요'와 단호한 '싫어요'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우리의 소통은 더욱 원활해 질 것이다.

  제자의 문자에 조용히 '좋아요'를 눌러 본다. 글자 대신 새겨지는 빨간 하트가 마음에 든다.

  한성우 | 한국어문학 교수


SNS 없이는 못 살아




  대학생 딸이 눈 뜨자마자 손에 드는 것은 이불도 그 무엇도 아닌 스마트폰이다. 눈곱도 떼기 전에 SNS에 커피 사진을 올린다. 'Good Morning(좋은 아침).'이라는 글과 함께. 정작 커피는 물도 끓이지 않았다.


  식탁은 또 다른 전쟁터다. 한술 뜨려는데 "잠깐, 아무도 먹지 마! 사진부터 찍어야 해."라고 외친다. 그러고는 접시를 이리저리 옮긴다. 상추는 정확히 15도 각도로 기울여야 가장 예쁘게 나온다나 뭐라나.

  언제는 딸이 감기 기운이 있어서 같이 병원에 갔는데, 진료실 앞에서조차 사진을 찍더니 해시태그를 달았다. '#아파도예쁜나 #병원룩 #오늘의코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다. 요즘 애들은 다르다 싶으면서도 그 모습이 귀여웠다.

  하루는 딸이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엄마도 SNS 한번 해 보면 어때?" 순간 나도 모르게 "아직은 좀…."이라 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나도 조금만 젊었으면 딸처럼 인터넷에서 활발히 소통해 봤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의 SNS 사랑이 지나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가끔 딸의 계정을 들여다보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나를 몰래 찍은 사진 아래에 '우리 엄마 귀여워'라는 글이 달려 있으면 가슴이 찡해지기도 한다.

  요즘 세대에게 SNS는 일기장이자 놀이터라고 한다. 그들은 이곳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동시에 타인과 교류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나와는 다른 방식이지만 이 또한 삶의 방식 중 하나다.

  딸의 세상에 간섭하지 않고 그저 지켜봐 주기로 했다. 언젠가 그의 세계도 시간과 함께 천천히 바뀌어 갈테니.

  김은경 | 서울시 동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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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발명했어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발명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전화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기가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며 자신의 연구소에는 설치하지 않았다. 어쩐지 오늘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대해 느끼는 피로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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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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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핑크하트 | 작성시간 26.05.01 new 안녕 하세요........... 망실봉님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좋은 일들만 함께 하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1 new 감사합니다 ~
    핑크하트 님 !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5월,,
    늘 평강하시길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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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동트는아침 | 작성시간 26.05.01 new 좋은글 감사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1 new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방문 걸음 감사합니다 ~
    편안하고 여유로운
    꿀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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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종승 | 작성시간 26.05.01 new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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