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손처럼 비바람을 뚫고 |
비손(bison)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포유류입니다. |
| 북아메리카 들소를 '비손(bison)'이라고 한다. 소의 한 종류지만 크기와 생김새가 다르다.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우리나라 누렁소와 달리 비손은 머리가 크고 어깨의 혹이 있으며 마치 사자의 갈기 같은 흑갈색 털이 머리와 어깨를 덮어 매우 터프한 인상을 풍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레버넌트>를 본 사람이라면 그가 배를 갈라 속에 들어가 겨울을 난 거대한 동물을 기억할 것이다. 그게 북아메리카 비손이다. 몸의 높이는 150센티미터, 몸무게는 500킬로그램이 넘고, 몸길이는 4미터에 달하는 육중한 몸으로 뛸 때는 사람보다 속도가 세배는 빠르다고 한다. 비손과 소는 같은 초식동물이라도 습성이 다르다고 한다. 비바람이나 폭풍이 몰려오면 소들은 모여서 나무 밑을 찾는다. 그 밑에 모여 비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에 비해 비손은 바람이 부는 쪽을 향해 비바람을 맞으며 나아간다고 한다. 거친 바람을 뚫고 전진하다 보면 더 빨리 그 바람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그 둘은 뭔가 나쁜 일이 있을 때 피하는 소 같은 성향과 나쁜 일을 온몸으로 안아버리고 스스로 주인이 되어 상황을 타개하는 비손의 성향에 비유되며 종종 대비된다. 동물이 지닌 각기 다른 습성처럼 들리지만,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들소는 글자 그대로 들에서 태어나 평생을 들에서 살다가 죽는다. 그늘을 파고들 나무나 골짜기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니까 피하고 싶어도 피할 곳이 없다. 그렇게 들판에서 비와 바람과 폭풍을 맞다 보면 언젠가는 그 비바람이 지나가고,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가야 더 빨리 그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학습할 것이다. 혹시 인간이 그곳에 축사를 짓고 그 안에서 비손을 키웠다면 굳이 비바람을 맞으러 축사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비손의 습성은 바람에 맞서는 담대한 기개와는 관계없는, 척박한 들이라는 환경에서 생존하며 얻은 특성일 개연성이 크다. 몽골을 여행하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몽골 초원의 말은 태어나서 평생 바깥에서 산다. 여름에는 30도가 넘는 무더위와 겨울에는 영하 30도 아래로 내려가는 매서운 환경을 몽골의 말은 변변한 바람막이 하나 없이 살아낸다. 넓디넓은 몽골의 초원, 사람조차 게르라는 텐트를 치고 임시로 머무는 광활한 풀밭을 보면 말이 바깥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1879년 러시아의 육군 장교이자 탐험가인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가 중앙아시아 원정에서 발견해 학계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고 해서 '프르제발스키말'이라고도 불리는 몽골의 말은 여름에 풀을 잔뜩 먹어 살이 찌고 겨울에는 긴 털이 자라 겨울을 나도록 진화한 진정한 야생말이다. 초원에서도 살아남도록 무리생활을 하고, 낙타처럼 물을 오랫동안 먹지 않아도 잘 견디며, 위험을 감지하는 각종 감각이 고도로 발달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 두 들짐승은 모두 인간에 의해 멸종위기를 맞았다. 북아메리카 들소는 특히 서부 개척 시대에 무차별하게 사냥하는 바람에 개체수가 현격히 줄었고, 몽골 야생마는 한때 공식적으로 멸종이 선언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독지가들이 세계 각국으로 흩어진 몽골 야생마를 모아 번식을 시도해 개체수를 간신히 유지했고, 비손은 현재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되어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멸종위기도 인간이, 멸종에서 구해내는 일도 인간이 하고 있는 셈이다.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살다 죽는 인간으로서 나는 가끔 바깥의 비바람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현명할지 생각한다. 소처럼 외양간 안에서 위험을 피하는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비손처럼 바깥에 나가 역방향으로 고난을 뚫고 나가는 것이 좋을까. 비손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랬다지만, 때로는 인간도 온갖 위험을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할 때가 있다. 숨고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 위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들판의 소와 말을 생각하며 힘을 내 볼 참이다.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 몽골의 프르제발스키말 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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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5 동트는아침 님 !
소중한 댓글로 마음을 나누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
글 속의 비손처럼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삶의 소나기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때가 있지만,
좋은 이웃분들이 곁에 계셔 든든한 힘이 됩니다 !
더운 날씨에 건강 늘 유의하시고,
평온하고 포근한 밤 되세요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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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핑크하트 작성시간 26.06.05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오늘도 무더위에 고생 많으셨어요
편안한 쉼 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5 핑크하트님, 안녕하셔요!
무더위 속에서도 이렇게 고운 발걸음 해주시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시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합니다 ~
방장님의 다정한 말씀 덕분에
제 마음이 오히려 더 감동으로 가득 차네요.
남은 저녁 시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늘 감사해요!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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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목자 작성시간 26.06.05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