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人生 살며 내 것이 있던가요 -
느림보 거북이/글
세상에 내 것은 없다
내 몸마저도 내 것이 아니다
손에 쥔 모래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빠져나가는 게 인생이더라.
그렇게 배우고자 했던
교양과 지식들도 때가 되면
머릿속에서 가물가물 해지고
지워지고는 것이 인생이더라
인생의 목표처럼
죽을 듯 얻으려 했었던 명예도
영원할 수 없고 한 순간에
날아가는 것이 삶이더라
목숨 걸고 벌려고 했던
돈이라는 것에
생존권을 걸어 봤었지만
벌어도 벌어도 물 새 듯
새어 나가는 것이 돈이더라
꿈 많던 어린 날도
욕망에 불타던 청년도
행복을 좇던 중년도
원숙하길 바랐던 장년도
기억 속 멀리에 있을 뿐
흘러버린 세월에 비우더라
그렇게 죽고 못 살 것 같던
사랑하는 사람도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던 자식도
때가 되면 비워야 하고
그렇게 뜨겁게
우정을 맺었던 친구들 또한
강물처럼 흘려보내게 되고
금지옥엽 아끼던 물건들도
내 것이 아니었더라.
세상에 내 것은 없었더라
내 몸에 붙은 피와 살들도
이 나이가 되니 내 몸과
이별을 준비하는 듯
서서히 근육이 빠져나가고
좋은 것만 보던 두 눈도
맛난 것 먹던 이빨들도
흥 돋던 소리만 들으려 했던 귀도
이제는 내 것이 아닌 듯
내 생각과 다르게 노화가 되더라
세상은 그렇더라
인생은 그렇더라
삶이란 그렇더라
모든 것이 바람처럼 스치고
모든 것이 구름처럼 흐르고
내 손에 남는 것도
내 몸에 남는 것도
내 머릿속에 남는 것도
자연의 이치와 같더라
아웅다웅 다투고
바리바리 챙기고
이리저리 감추고
저 잘 났다 뽐내도
천하일색 양귀비도
그저 일장춘몽
화무십일홍이더라
나이가 들 수록
가볍게 살아가고
무거운 것을 비워야 하더라
마음의 짐도 벗고
물질을 짐도 벗고
가족의 짐도 벗고
생과 사의
두려움도 벗어야 하더라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으니
홀가분이 사는 게 늦나이에
최고의 행복이더라.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는 인생
늦나이 축복은
가볍고 가벼워도
내 멋에 내 기분에
너털웃음이라도
한번 더 웃는 사람이 최고더라
비울 때 비우고
갈 때 가더라도
이 세상 내 것이 없고
영원한 것은 없으니
오늘 이 시간 웃으며 살자구요.
- 거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