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꽃들과 눈 맞추고 싶다

작성자망실봉|작성시간26.06.18|조회수158 목록 댓글 7
 그러나 수기 390 
이제는 꽃들과 눈 맞추고 싶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정형외과 입원실이었다. 특수한 공간이었기에 의지와 상관없이 무장 해제되기 충분했다.

 
  그렇게 입원해 있는 동안 가까워진 우리는 1년도 안 돼 결혼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시작한 결혼생활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를 낭떠러지 끝으로 밀어붙였다.
 
  어느 밤, 야간 근무로 출근 중이던 남편이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한 살과 세 살배기 두 아이를 남겨 둔 채. 갑작스레 떠안게 된 그의 부재를 혼자 감당하기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내게 닥친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장애까지 있는 남편을 반대한 친정 식구는 나를 철저히 외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우는 것뿐이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배고프다며 우는 두 아이의 눈을 보면 차마 나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전업주부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식당, 공장, 마트 계산원 등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아이가 있다고 하면 바로 채용을 거절당했다.
 
  이러다간 정말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차린 것이 포장마차였다.
 
  다행히 요리에 소질이 있어 시작했는데, 현실은 가혹했다. 수시로 나오는 단속이 또다시 생계를 위협했다.
 
  어린 새끼들 입에 먹을 것이나마 넣어 주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 얼마든지 나와라.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단단히 마음먹었다. 단속 나오면 접었다가 다시 펼치고 또다시 접고…. 나만의 외로운 생존 전쟁은 그렇게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배웠다. 강해져야만 살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단단해지고자 세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작은아이에게는 내 등이 집이자 놀이터였고, 큰아이에게 포장마차 구석 돗자리가 세상의 전부였다. 그 위에 작은 담요를 깔고 덮으며 몇 없는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그 모습이 안쓰럽긴 해도 그렇게나마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밤에는 어쩔 수 없었다. 집에 아이들을 재워 두고 방문을 잠근 뒤 혼자 나와 일했다. 새벽에 들어가면 일어나 엄마를 찾는 큰아이를 안고 어찌나 많이 울었던지. 감금 아닌 감금,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미안해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생존과 싸우는 중에도 단골이 늘어 포장마차가 조금씩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길 위에서는 모두가 호의적이지 않았다. 여자 혼자 장사한다고 무시하며 성희롱까지 하는 손님도 있었다. 그때마다 귀를 막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말도 얼마든지 씹어 삼킬 수 있다.'라고 스스로 세뇌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추운 겨울날에는 극한의 추위와 전투적으로 싸워야 했고, 비가 멈출 기세 없이 쏟아붓는 날에는 그 비를 다 맞아 낸 뒤에야 정리가 끝났다.
 
  어떤 날은 무슨 오기인지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여기, 컴컴한 지하 단칸방이지만 우리 세 식구가 살고 있다. 아니, 살아 내고 있다. 지금은 작고 어두워서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반짝반짝 빛날 거다!‘
 
  비록 입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속으로 되새김질했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외쳤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리에 답하듯 거짓말 같은 기적이 찾아왔다.
 
  내 사정을 잘 아는 주인집 소개로 작은방이 딸린 허름한 식당을 얻은 것이다. 우리 가족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덕분에 그곳에서 아이들이 무사히 자랄 수 있었다.
 
  그때가 벌써 언제인가,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어제인 양 먹먹하다.
 
  힘듦과 외로움, 생존과 처절한 싸움 속에서 삶을 버틸 수 있도록 함께해 준 그때 그 하늘, 길 잃지 말라고 새벽길을 환하게 비추며 응원해 준 그때 그 달님. 그것은 어쩌면 먼저 가 미안하다고 그렇게나마 위로해 주는 남편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가끔 포장마차가 보이면 들어간다. 거기에는 그때의 나를 닮은 또 다른 내가 있기에.
 
  김정요 | 인천시 부평구





 

  Kelly Clarkson - Piece by Piece (Official Video)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동트는아침 님, 반가운 댓글 감사합니다!
    오늘 정말 아침부터 날씨가 후끈하네요.
    이렇게 더운 날씨일수록 건강 관리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오늘 하루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항상 고맙습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목자 | 작성시간 26.06.18 좋은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함께 읽고 마음 나눠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마침내 꽃들과
    눈을 맞추게 된 수기 속 주인공처럼,,
    목자 님의 삶에도 언제나 따뜻한 햇살과
    반짝이는 기적이 함께하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핑크하트 | 작성시간 26.06.18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많이 더운 요즘 입니다 건강 관리 잘 하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안녕하세요.
    좋게 읽어주시고 정성 가득한 응원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말씀 덕분에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입니다.
    요즘 날씨가 정말 많이 무더운데,
    무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건강 유의하시고
    언제나 평안하고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오후시간 보내세요
    핑크하트 님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