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국밥 하나에 소주 한 병이요! |
내 나이 이제 오십, 살다 보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직장에는 급하게 연가를 썼다. 집에서는 와이프 눈치 못 채게 평상시 출근하듯 나왔다. 그리곤 차를 몰아 가끔 가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텅 비어있는 주차장에 여유롭게 차를 대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가한 열람실도 답답했던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는 둥 마는 둥 게으름을 피우고, 잡생각도 하고 그것도 귀찮으면 뻥 뚫린 창밖을 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도서관 옆 국밥집으로 향했다. 혼밥이 조금 어색했지만 누구와 말하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메뉴판의 모듬국밥을 주문했다. 냉장고에 소주, 막걸리가 보였다. 군침이 돌았다. 소주를 시킬까 고민이 됐다. 낮술로 한 병을 먹기는 부담스러웠고 가격도 5천 원이었다. 국밥에 소주까지 하면 만 오천 원, 고민하던 찰나 국밥이 나왔다. 얼떨결에 포기하고 국그릇에 숟가락을 담갔다. 반쯤 먹고 있을 때 테이블에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셨다. 앉자마자 "여기 돼지국밥 하나에 소주 한 병이요!" 큰 소리로 주문하셨다. 소주라는 말에 고개가 돌아갔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어르신이 투명한 잔에 '또르르…' 술을 따르시더니 시원하게 원 샷으로 넘기고 시큼하게 잘 익은 깍두기를 아삭아삭 씹으셨다. 순대와 곱창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내 입에도 싸한 소주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동시에 침도 꿀떡 삼켜졌다. 국밥은 3분의 1만 남은 상황이었다. 여기서 소주를 시켜야 되나 아니면 참고 버텨야 하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주문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가 5천 원이란 가격과 밥도 거의 다 먹었는데 그냥 참자는 쪽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성과 다르게 감정은 옆 테이블 소주병을 향하고 있었다. 순간 돼지국밥의 뜨끈한 국물에 두 번째 원 샷을 하던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한잔할런가~" "네?" "한잔할 거냐고?" "괘… 괜찮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마음에도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너무나도 착실한 입을 때려 버리고 싶었다. "뭐가 됐어! 자~ 받아." 역시 인생을 오래 사신 분이라 표정만 보고도 사람의 마음을 알고 계셨다.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잔을 건네며 생명수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소주병을 들어 술을 따르셨다. "인생 별거 없어~ 한잔해! 내가 낼모레 90인데,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맘 편하게 사는 게 최고야. 돈 생각하고, 건강 걱정하고 머리 복잡하게 살던 놈들 다 먼저 갔어. 나 봐봐 얼마나 좋아 보여. 하하하." "네…네…그러네요." 뭐라고 대답도 못 하고 얼렁뚱땅 건네는 잔을 받았다. 그토록 넘기고 싶던 소주였다. 사골 국물에 느끼한 혀 사이를 시원하고 알싸한 알코올을 머금은 맑은 액체가 입속을 휘감았다. 입안이 '화~'해지며 찌릿한 향과 함께 목을 타고 내려가며 뇌에서는 불꽃놀이의 화려한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인생 머 있냐.' 감사하다는 말보다 '캬~' 소리가 먼저 나왔다. "아따~ 자네, 술 맛나게 먹네~ 하하." 할아버지가 한 잔을 더 따르셨다. 평일 점심시간에 혼자 국밥을 먹으며 소주병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아마 백수로 생각하신 듯). "괜찮습니다"라고 하면서도 잔을 든 손은 술병을 향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소주 두 잔과 함께 나의 모듬국밥은 바닥을 보였다. 감사하다는 말 말고는 딱히 할 말도 없고 사람도 많아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조용히 나오며 할아버지의 국밥과 소줏값까지 계산했다. 취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살짝궁 뛰는 가슴을 안고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식후 춘곤증과 반주로 먹은 소주 때문인지 졸음이 쏟아졌다.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기분 좋게 스르르 잠이 들며 할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사막의 신기루처럼 아스라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인생 별거 없어! 부귀영화 그딴 거 하나도 안 중요해, 그냥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고야~." 김성규/ 교도관․작가 |
김광석 - 서른 즈음에 [가사/Ly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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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동트는아침 작성시간 26.06.20 좋은글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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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0 귀한 발걸음 하셔서 따뜻한
댓글 남겨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트는아침 님 !
보내주신 마음에 힘입어
앞으로도 마음에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평안하고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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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핑크하트 작성시간 26.06.20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로운 주말 휴일 보내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
답댓글 작성자망실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0 방장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좋은 글과 음악이 가득한 이 공간에
제 게시글을 나눌 수 있어 늘 기쁩니다.
주말엔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좋고,
글 속 할아버지 말씀처럼
가끔은 머리 복잡한 걱정 다 내려놓고
마음 편히 쉬는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ㅎㅎ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하고 웃음 가득한
휴일 보내세요!이미지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