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편지/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기쁨의 맛/이해인 수녀>
바람에 실려
푸르게 날아오는
소나무의 향기 같은 것
꼭꼭 씹어서 먹고 나면
더욱 감칠맛 나는
잣의 향기 같은 것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하고
사랑할 때의
평화로움 같은 것
누가 나에게
싫은 말을 해도
내색 않고
잘 참아냈을 때의
잔잔한 미소 같은 것
날마다 새롭게
내가 만들어 먹는
기쁨 과자
기쁨 초콜릿
기쁨 음료수
그래서 나는
평생
배고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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