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3
어떻게 꽃은 잎과 뒤섞여
잎을 핏물 들게 하는가, 마라,
생각해 보라,
비린내 나는 내 살과
단내 나는 내 삶과
그런 것들 속에서
내숭 떠는 저 초록의 눈길을
내가 어떻게 받아 내야 할지,
이 엄청난 배반,
초록 식물들이 배반하는 황톳길
생각해 보라,
어떻게 황톳길 위로
붉은 네 머리 댕기 같은 붉은 꽃이 나타나는지
침 한 번 삼키듯이,
헛기침하듯이
그리 쉬운 일이었던가, 마라
내게 어렵지 않은 시절은 없었다
배반 아닌 사랑을 난 기억하지 못한다
솟구치는 것은 토하는 것이었다
나를 사랑하지 마라
- 이성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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