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의 정물화

작성자이헌 조 미경|작성시간26.06.21|조회수89 목록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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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의 정물화

 

이헌 조미경

 

 

나는 비를 싫어한다.

하지만 누구나, 비를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혹자는 비를 맞으며 자연의 경관에

몸을 맡기는 것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왜 비를 싫어하느냐 질문해도 딱 떠오르는 것은 없다.

비가 내리는 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우산을 받지 않고 온전히 빗속을 걸으며 온몸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향해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가.

비는 어린 시절부터 피해야 하는 존재의,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주말 아침 전날 문학회 행사를 다녀온 후, 피곤에 절어

늦잠을 잤다. 잠을 충분히 잔 것 같은데, 물 먹은솜처럼

몸이 무겁다. 생각은 예약이 되어 있는 기흥으로 달려야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

게으름은 누구나 습관처럼 찾아온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단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기 예보를 확인하지 않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평상시처럼 출근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운전하는 남편이 투덜거린다. 비가 내리는 날 꼭 운동해야 하느냐고.

이 날씨에 운동하기는 힘들다고.

나는 비를 맞고서라도 운동을 즐기고 싶었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아침에 창을 열고 창밖을 살피지 않고 외출한 탓이다.

 

이런 비 내리는 날씨에는, 라운딩을 할 수 없다고 남편은 전화했다.

전화받은 골프장 여직원은 비는 0.1밀리 내리는 관계로 취소가 안 된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비가 내리는데 취소가 안 된다는 것이...

운전하는데 비가 그칠 줄 모른다.

여름이라 감기 걸지는 않겠지만 내리는 비의 양이 상당했다.

취소가 안 되는 상황 만약 취소를 억지로 하면 패널티가 있기에.

그냥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주말 도로는 비와 상관 없이 어디로 떠나는지 자동차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약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자동차가 듬성듬성 서 있었다.

한산한 골프장.

 

다른 팀들은 취소 했는지 우리팀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프런트에 따지니 여직원은 말을 못 한다.

자신들이 손님을 우롱했는데도 말이다.

비가 조금 내린다고 그러니 취소는 안 된다고.

 

골프백에 우산이 없다. 우산 한 개로 둘이 써야 한다.

지난번 엘리베이터 공사 중 가방이 무거워서 빼놓았다.

비옷을 걸치고 라운딩했다. 첫 홀을 끝내고 나니 이미 옷은 흠뻑 젖었다.

장갑은 걸레를 빤 것처럼, 푹 젖었다. 장갑이 축축하니 손이 미끄럽다.

 

감기에 걸릴까 불안해서 겨울 바람막이를 걸쳤다. 비를 맞아

축축한 몸을 따스하게 감싸 준다.

비는 골프장 측에서 거짓말한 것이 들통날 만큼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화는 나지 않았다. 단지 축축하고 그린은 곳곳에 물웅덩이로 인해 공이 날아가지 않는다.

짜증이 스멀거렸다. 잔디가 물러 공이 날아가지 않았다. 속이 상했다.

이미 옷은 푹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하지만 중간에 끝낼 수 없어 끝까지 게임했다.

 

빗물은 사정없이 옷 속으로 파고 들고 푸릇한 잔디의 싱그러움도

비를 맞으며 운동을 하니 전혀, 싱그럽게 보이지 않았다.

평상시 같으면 풀 내음에 코를 끙끙거리며 냄새를 맡았을 텐데

오늘은 전혀 낭만과 거리가 먼 시간이 되었다.

비 내리는 날의 수채화가 아닌 비 내리는 날의 정물화가 되어

오롯이 물에 빠진 비루한 정물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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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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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그림자 신사 윤 기명 | 작성시간 26.06.21
    수채화가 된
    꼴프장
    물귀신 같이 험상굳게
    흐르는 눈가에 물줄기를
    어쩌지 못하지요

    전 비를 흠뻑 맞고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 냈지요

    남자 물귀신이 되어서
    말끔하게 치우고 나니
    잿빛 하늘이 좋더 군요
  • 작성자이헌 조 미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완전 빗물에 푹 젖어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여름이라
    감기는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는 때론 좋지만 때로는 힘들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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