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사고방식과 의심

작성자구름길에서 이성경|작성시간24.07.12|조회수110 목록 댓글 0
집 근처 공원에서 겨울에

 

어느 날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날이 좀 쌀쌀하지요?"

 

"예. 그렇네요."  대답했다.

 

누군가가 연이어 물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어요? 궁금한 게 있는데"

 

"그러세요." 하고 대답했다.

 

"혹시 종교인이요? 전도사라던가 사모라던가 하는."

 

"아니요."  대답했다.

 

그랬더니 재차 물었다.

"그럼 꿈이 목사요? 아님 여자니까 목사하고 결혼하려고

생각하시오?"

 

듣다보니 터무니없는 질문만 하길래 내가 물었다.

 

"그런 건 왜 물으시지요? 제가 그렇게 보이나요?"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자주 보는데 옷 차림이나

아주머니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쪽인거 같아서요"

 

질문이 아닌 추궁에 가까웠다.

"제 글 어떤 거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물었다.

 

"큼 큼..., 사실은 내가 궁금한 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아주머니만 보면 수군수군 하는데 궁금해서요.

여기는 교인들도 많이 모이는 곳이라서..."

"그리고, 교회에 소문이 쫙 났다고 해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모르니까 찔러봐야 한다고 해서 한 번 찔러본 거요.

아무나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요.

아주머니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서도"

 

"찔러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 말조차 어이없어

웃음이 나올 뻔한 걸 참고 말했다.

"전 그쪽에는 관심도 없고요

더구나 제 글을 어떻게 보셨고 언제 보셨는지 모르지만  

오래전에 쓴 글이라면 그때 잠깐 생각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말했지만 무엇이 알고 싶은 건지 계속 물어봤다.

"사람들은 한 번 의심하면 풀릴 때까지 물어본다니까.

혹시 아이가 있다면 아브라함처럼 제단에 바칠 거요, 교회에?"

그럴 거면 우리한테 맡기시오. 잘 돌보면서 가르칠 테니."

"교회에서 목사를 만드느니 우리가 세상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게

낫지 않겠소?"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그 물음에 대한 진의가?"

 

그러자 

"교회에서 다들 그러던데요, 물질이든 자식이든 다 바치기로 했다고.

왜, 아니요?"

대놓고 자신들에게 다 달라는 말이었다. 내 애까지.

이제는 구약으로 끝나는 인신재물을 바치라는 말이었다.

 

교회에 다닌다니까 글에 그런 내용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소문이 그렇게 났다는 말이니까 오해는 말아요."

"그게 사실이 아니면 된 거지."

 

내가 그런 일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한 들 물어본 사람의

말처럼 소문이 소문을 만들어내고 의심이 풀릴 때까지

질기게 따라다니며 또 다른 의문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직업상 그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터무니없이 망상이나 상상으로

남의 사생활을 계속 찔러보면서 의심이 풀릴 때까지를 주장하면서.

 

한번 붙으면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 진드기처럼.

 

어떤 사람이 글을 썼다가 잡혀갔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내가 실제로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평범한 일상적인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생각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전부 수상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아닐까.

 

백 명이면 백 명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거나 같은 일을 해야 인정받는 곳에서라면

난 분명 튀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너만 잘난 줄 아냐?" 

누군가 했던 그 말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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