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지만~
승부의 세계에는 비정함만이 있게 마련인 듯~ 승자의 앞에는 개선가와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패자에게는 홀로 일어 서기도 힘든 무기력만이 남을 뿐인 것은 수 억겁을 살다 살다 누구나 뼈 아프게 느껴 온 팩트이다.
예나 지금이나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안간 힘을 쓰는 모습은 약육강식의 금수(禽獸)의 셰계를 말할 것도 없이 인간의 세계에서 넘치게 볼 수 있는 비정의 정리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기력이 빠져 다시 일어서고자하는 의식이 없는 폐인이나 파락호까지야 말 할수도 없지만 뜻밖에 시절과 곳에 따라 난세에 현인이나 영웅이 태어나기도 하고 전혀 그럴 것 같지도 않은 곳이 천재지변에 천지개벽하는 수가 있으니 말이다.
시절이 좋아 같은 처지에도 천만금을 번 가수가 따로 있고 힘이나 재주 겨루는 대회에나가 고작 하나의 동메달을 따고서도 넘치는 상금에 덜어서 적선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피땀 흘려 단련한 보람도 없이 등수 밖으로 밀려 빈손으로 어깨쳐진 어깨를 펼줄 모르는 젊은이들도 많다.
날지 못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날개가 있어도 그 날개가 날 수 있는 재주나 생김새가 못 되면 못 나는 것은 정한 이치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엊그제 한참 내가 즐기는 막판의 프로 야구를 관람했다. 지고 있는 야구는 도중에 포기한다. 가뜩이나 강박증세나 불안감에 빠지기 쉬운 처지에 굳이 스트레스 쌓이는 게임을 보아서 득 될 것도 없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뜻밖에 가슴 싸한 장면을 접하게 될 때는 오히려 가라앉은 심금을 유정천(有頂天)으로 끌어 올리기도 하고 매마른 정서를 젊게 이끌어 주는 청량감때문에 흥분하기도 한다.
"기아타이거스"가 경기내내 끌려 다니다가 벤치 워머였던 2루수 서건창 선수가 연장 10회 말 4대 3으로 회심의 역전타 한방으로 이 날의 승리를 걷우는 순간 가슴 울컥한 감격을 못 내겨워 한 말이다.
9회말 역전타를 날린다는 것은 한 시즌내에서 그리 흔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렵지만 페넌트레이스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무나 해내는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그런데 왜 "서건창"선수냐 하는 것 때문이다.
선건창선수는 야구 명문 광주일고 출신으로 전국대회우승 경험도 있지만 홀어머니가 꾸려가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학을 포기하고 후보선수로 LG에 입단했다. 2011년 넥센으로 옮겨 다음해 팔도 프로야구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하기도하고 박찬호 장학회의 제1회 야구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되기도했다.
프로야구 입단 2016년까지 그의 나이 27살 동안은 최고의 황금기를 맞았다. 타자로써 사이클링히트 경험과 2014년 KBO 최초로 201안타를 기록하는 등 WBC 세계야구대회국가대표로 선정되고 다시 LG 트윈스로 교체 입단했지만 급격히 떨어지는 기량과 벤치워머로의 방황 끝에 결국 LG로부터 방출되고 말았다.
떨어지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프로야구선수에게는 선수로써의 기량과 패기가 날개다. 기량이 떨어지고 나이 35세가 된 서건창에게는 아무 곳에서도 불러주지 않는다. 소는 언덕이 있어야 목을 비빈다.
방출했던 LG 염경엽 감독이 자기 고향의 기아 타이거즈에 기용해 줄 것을 부탁하자 타이거즈 구단이 흔쾌히 받아 주었다.
2024년1월, 연봉 5,000에 옵션 7,000 합계 1억 2천~. 넥센과 LG에서 연봉 3억 이상 받던 서건창이 나이 35세 중반에 신입과 같은
5천이라니~
입단하자마자 금년 시즌에 첫 홈런에 타율 3할대 이상에다 1루 2루 가림없이 김선빈과 이우성을 대신하고 있고 팬들과 이범호감독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이날(9월5일)의 그의 기록은 4타수 2안타에 타점 2, 연속 선발출장 하면서(9월6일) 4타수 3안타 1타점 그리고 (9월 7일) 3타수 2안타 1타점. 오히려 10년 전 본인의 황금기를 넘나들고 있다. 훨훨나르는 보라매처럼 태어난 고향하늘을 휘저으며 어두웠던 5~6년의 악몽을 떨어내고 있다.
16,000관중을 열광시킨 연장 10회 말 역전타가 어찌 다른 이의 역전승에 비교가 되랴.
황금기를 찾은 듯 서건창의 포효소리에 보는 우리가 너무 즐겁고 방황하는 가장의 모습에서 상처받은 홀어머니와 가족이 안도하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권토중래(捲土重來)하는 젊은이들의 현장을 본다.
- 글 / 日 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