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의 지문
南降/심현재
아버지는
말이 적은 사람이었다
무엇을 물어도
한참 뒤에야 대답했고
대답 대신 웃는 날도 많았다
어릴 적에는
그것이 무심함인 줄 알았다
세월이 지나
아버지가 떠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사람은 말보다
침묵으로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문득문득 생각난다
퇴근길 구두를 벗어두던 소리
새벽에 방문을 닫던 손길
국그릇을 밀어주던 버릇
한마디도 아니었는데
그것들이 아직도 선명하다
형체는 사라졌는데
자꾸만 남아 있는 것들
마치
리창에 남은 손자국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도
지문은 있다는 듯
초록 정원
南降/심현재
햇살 한 줌 내려앉은
초록 정원,
바람은 잎새마다
푸른 안부를 걸어 놓고,
꽃들은 저마다의 침묵으로
계절을 피워 올린다.
문득 멈춰 선 마음에도
연둣빛 평화가 번져온다.
6월은 그렇게
초록 정원을 닮아 간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