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이 다가온다. 초파일이 되면 많은 불자들이 이 절 저절을 다니며, 등을 단다. 초파일에 등을 다는 이유가 뭘까? 재수 있어라고? 불보살에게 복을 달라고? 온 가족들이 평안하게 해달라고? 가피를 입게 해달라고? 이런 바램들은 모든 사람이 바랄 수 있는 소박한 바램이다. 바램자체에는 잘못된 게 없다. 이런 이유로 초파일 등을 다는 행위는 순진하고 선(善)한 마음이다. 모두들 등을 달면 어려움이 좀 덜 올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등을 단다. 하지만 이런 바램만 하고 지혜를 닦아, 진짜 복(眞福)을 짓는 데에는 힘쓰지 않는다면 등을 다는 것도 때론 어리석은 행위가 될 수 있다.
불보살님들은 등을 달고 안 달고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절의 주지스님이나 좋아하지 불보살님들은 등을 단다고 좋아하지도 않고, 돈이나 음식을 올린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불보살님께서 정말로 좋아할 수 있는 우리의 행위는 보리심을 일으켜 붓다의 가르침에 의지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또 붓다의 법이 왜곡되거나 끊어지지 않도록 해주면서 그 법을 중생들의 이익을 위해 전하려고 애쓰는 것일 게다. 열심히 불도를 닦아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얄팍하게 몇만원짜리 등이나 달아 복을 사보겠다는 마음은 엄격하게 말하자면 비불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순진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에게 지혜의 길로 이끌지는 않고, 불보살을 팔아 먹고 사는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초파일에 등을 밝히는 진짜 이유는 붓다께서 밝혀놓은 지혜의 등불로 무명에 싸여 고통 속을 헤매고 있는 중생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안내하기 위함이다. 즉 무명에 싸여 깜깜하게 어두운 자신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보라는 뜻이고, 지혜의 등불을 밝혀,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환하게 알아, 고통에서 벗어나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은 "지혜의 등불"이란 말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보이질 않고, "소원성취"라는 말만 횡횡하니, 이 어찌 불보살님들이 슬퍼하지 않으리요? 불교집안에 붓다의 가르침에는 별 관심이 없고, 어리석게 돈을 갖다바침으로써 액난을 면하고, 소원을 성취하려는 무지한 불자들이 많으니, 돈을 좋아하는 온갖 걸신(乞神)들, 즉 거지귀신들이 들끓게 된다. 붓다가 남겨놓은 바른 법으로 열심히 수행하여 깜깜하게 어두운 자신의 마음을 밝혀가자. 초파일 등 다는 대신 붓다의 법이 담겨있는 책을 사서 주변에 보시하는 게 진짜 복짓는 일일런지도 모른다. 닦지는 않고 갖다 바침으로써 복을 받으려는 마음은 무지함이다. 이런 중생들의 무지함을 부추켜, 온갖 술수로 남의 돈을 빼먹는 도사들이 들끓는 세상이다. 도사가 되려면 우선 마음이 선(善)해야 하는데, 술수(術數)만 능하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이 생각이 잘못된 것이기를 바란다.
초파일 날, 또 이번 연휴 때 조용히 선원에 들어 앉아, 자신의 마음을 밝혀가는 그런 초파일이 되었으면 한다. 작년 초파일에는 혼자 선원에 종일 앉아 있었다. 이 번 초파일에는 수행과 함께 특강, 토론도 할 계획이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개특강이라서 비회원도 들을 수 있다. 정말 불보살님들께서 아주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초파일을 만들어보자.
초파일 때 본 선원의 걷기명상과 아나빠나사띠좌선, 특강(사성제, 팔정도의 정확한 개념), 공양, 55년 된 보이차명상 등에 참여하실 분은 식사비, 책값(15,000원), 지도비 포함 총 3만원의 회비가 있습니다. 저희 선원에서는 등 다는 행사는 하지 않고 붓다의 가르침을 되새겨보는 것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기로 하였습니다. 오전 10: 30에 시작하여 오후 4시에 마칩니다. 의미있는 초파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댓글로 신청해주시기 바라며, 댓글과 함께 폰번호와 성함도 010 9317 9199로 문자 바랍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조성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5.01 아, 우장희 선생님 정말 반갑습니다.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주시니 고맙습니다. 늘 맑고 향기롭기를 빕니다.
-
작성자있는 그대로 작성시간 14.05.01 선원에서 수행과 특강, 토론을 나누며 보내는 것이 초파일을 가장 의미있게 보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름답고 화려한 축제분위기속에서 진행되는 연등 퍼레이드는 볼만하고 불자로서 참 뿌듯하게 느껴지지만 진정 수행자들에게는 고요함속에서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순간은 어느 축제나 행사보다 휠씬 더 의미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행 후 녹차 마시며 서로간의 수행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 아주 좋은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조성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5.02 있는 그대로님도 초파일 의미있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명지 작성시간 14.05.01 참으로 옳은 말씀이십니다, 원장님!
-
답댓글 작성자조성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5.02 명지님에 대해 늘 생각하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