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저의 반야심경 해설 작업에서 상(想)에 대한 글의 일편을 찢어 옮깁니다.
반야심경에서는 이 잘못된 인식에 대해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고 표현한다. ‘꿈속에서 자기 마음대로 그려낸 인식’이라는 뜻이다. 실제는 ‘무상(無常)한 것인데, 영원한 것으로 인식하고, 고통인데, 즐거움으로 인식하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나’와 ‘내 것’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 등이다. 이런 것들은 잘못된 인식이다. 이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삼법인(三法印), 즉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의 진리이다. 이 삼법인의 진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반야지혜를 계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선(禪)수행 방법인 사마타를 바탕으로 한 위빠사나를 닦아가야 한다.
想(상, samj˜nā)의 개념을 정리하면, 그릇된 인식(생각, 믿음, 신념, 인상), 착각, 망상(妄想), 상상, 환상, 미망(迷妄), 이름, 개념, 관념, 견해, notion, image, illusion, phantasm, hallucination 등의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
얕은 의미의 상즉시공(想卽是空)은 <想(상), 생각, 인식, 환상에 속지 말라>는 메시지
상즉시공(想卽是空), 즉 ‘想(상)은 空(공)이라’는 말은 과거의 경험과 업(業)에 의해 형성된 개념이나 인식은 모두 실제 모습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네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환상(幻想)’이라는 단어에서 ‘幻(환)’과 ‘想(상)’은 같은 뜻이다. 한자 ‘想(상)’의 의미 중에는 ‘幻(환)’의 뜻이 있다. ‘상상(想像)’, ‘환상(幻想)’이라는 단어에서의 ‘想(상)’이 바로 그런 뜻이다. 네가 인식하는 것은 모두 다 想(상)이고, 그 想(상)은 바로 네 마음이 만들어낸 바램이고, 환영(幻影)이고, 환상(幻想)이고, 몽상(夢想)이고, 허상(虛像)이라는 말이다. 즉 생각, 상상, 환상은 동의어이고, 엄격하게 말하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모두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을 보는 것이다. 대승불교에서는 이것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말한다.
<想(상), 생각, 인식, 환상에 속지 말라>는 메시지가 ‘상즉시공(想卽是空)’, ‘상(想)은 곧 공(空)’이라는 진리이다. 깨어있는 자는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들이 가짜인 줄을 알고, 그것에 속지 않는다.
깨어있는 자는 이름이나 개념을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본다. 그러나 범부중생들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그러면서 자기가 보는 것이 ‘맞다’고 확신하며, 그것을 고집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만든 “想(상)”이라는 렌즈를 통하여 대상을 바라본다. 자신의 눈에 렌즈가 씌어 있는 줄도 모른 채 각자 자신이 보는 것이 옳다고 고집한다. 이것이 바로 어리석음이고 어두움[痴暗]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관념, 바램, 욕망에 속지 않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지혜이고, 깨어있음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얕은 의미의 상즉시공(想卽是空)에 대한 해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