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저의 반야심경 해설 작업의 일부를 찢어 올립니다.
是故空中無色 無受想行識(시고공중무색 무수상행식): 그러므로 적멸[空]상태에는 물질현상[色]도 없고, 느낌[受], 인식[想], 업 지음[行], 의식[識]도 없으며,
是故空中無色(시고공중무색)에서 空(공)은 적멸, 열반의 의미
是故(시고): 이런 까닭에, 그러므로. (是 이 시, 故 까닭 고)
空中無色(공중무색)에서 空(공)은 오온이 다 없어진 적멸(寂滅), 열반의 의미다. 여기서 공(空), 적(寂), 멸(滅), 열반 등은 같은 의미다. 오온이 다 없어지고 나면, 아무 것도 없는 제로(zero)상태이기 때문에 ‘空(공)’이고, 아무 것도 없어서 고요하기 때문에 ‘寂(적)’이고, 모든 것이 다 없어졌기 때문에 ‘滅(멸)’이고, 없어져서 더 이상 어떤 것도 구성되지 않기 때문에 열반이다.
열반(Nir-vāṇa)은 ‘짜다[織]’, ‘조립하다’, ‘구성하다’는 뜻을 가진 동사 vā(바)의 과거분사 vāṇa(바나)에 ‘없다’는 뜻인 nir(니르)가 결합하여, '더 이상 구성되는 것이 없는', ‘궁극적인 해방(解放)’, ‘완전한 해탈’ 등의 뜻으로, 滅(멸), 滅度(멸도), 寂靜(적정), 寂滅(적멸) 등으로 한역돼 있다. <잡아함경 490경>에는 열반이 다음과 같이 정의돼 있다.
“탐욕이 완전히 다 소멸하고, 성냄이 완전히 다 소멸하며, 어리석음이 완전히 다 소멸하여,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 소멸한 것을 ‘열반’이라고 한다.(貪欲永盡,瞋恚永盡,愚癡永盡,一切諸煩惱永盡,是名涅槃)”
위의 열반에 대한 정의에서 한문 원문에 ‘영원히’라는 의미의 ‘永(영)’자가 네 번이나 나오듯이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 소멸한 것>이라는 게 중요하다. 나중에 생각, 느낌, 감정, 의지, 생(生)에 대한 욕구, 성욕, 물욕(物慾), 명예욕 등의 번뇌가 다시 올라온다면, 그것은 열반이 아니다. 온갖 것에 걸리고 부딪히면서도 견성(見性)했다고 사기를 쳐서 남의 재물을 받아내고, 대단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열반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한탕주의 견성은 모두가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유마경> 제자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가전연이여, 모든 존재, 즉 오온이 다 없어지고 나면, 일어나지도 않고[不生], 사라지지도 않습니다[不滅]. 이것이 무상(無常)의 의미입니다. 오온을 통달하고 나면, 공(空)의 상태가 되어, [더 이상] 일어나는 것이 없는데, 이것이 괴로움[苦]의 의미입니다. 모든 존재, 즉 오온이 마침내 존재하지 않는데, 이것이 공(空)의 의미입니다”
위의 <유마경>에서 무상(無常)의 의미와 괴로움[苦]의 의미는 거꾸로 말해 놓았지만, “모든 존재, 즉 오온이 마침내 존재하지 않는데, 이것이 공(空)의 의미”라고 하며, 바르게 말해놓아 공의 의미를 분명하게 확인해주고 있다.
앞에서 이미 한 번 인용한 것인데, <중론> 관법품(觀法品)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의 실상(實相)에 대해 말씀하셨다. 모든 존재의 실상에 들면,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온갖 마음작용이 다 없어진다.
마음은 대상[相]을 취(取)하는 인연 때문에 일어나고, 지난 세월의 업의 과보(果報)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이런 까닭에 <모든 마음작용이 다 없어진다>고 말한다. .......모든 존재[法]의 실상은 열반이고, 열반은 ‘없어졌음’을 일컫는 말이다. ....... ‘모든 존재의 실상’은 온갖 마음작용을 벗어난 상태로서, 일어나는 것도 없고, 사라지는 것도 없는 적멸상태[寂滅相]로서 열반과 같은 것이다.”
“열반의 특징[相]은 텅 비고[空], 대상[相]이 없고, 모든 것이 다 없어져, 고요[寂滅]하고, 분별망상[戱論]이 없는 것이다.”
위 <중론>에서는 ‘존재의 실상’이라는 말로 공(空), 적멸, 열반 등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중론>의 위의 두 인용문을 통해서도 空中無色(공중무색)에서 空(공)은 적멸상태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空中無色(공중무색)은 ‘적멸상태[空]에 들면[中], 無色(무색), 즉 물질현상이 없다’는 말이고, 無受想行識(무수상행식)은 ‘느낌[受], 인식[想], 업 지음[行], 의식[識]도 없다’는 말이다. 즉 적멸상태에 들면, 물질현상도, 정신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