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저의 반야심경 해설작업의 일부를 올립니다.
유식학파 논사들은 아뢰야식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싸웠다. 아뢰야식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
유식학파의 경론(經論)에서는 팔식 중 제8아뢰야식을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유식학파의 논사들은 아뢰야식에 대해 상반(相反)된 견해를 가지고 싸웠다.
<십지경론(十地經論)>파 계통의 <능가경(楞伽經)>에서는 제8아뢰야식을 참되고, 영원하고, 물들지 않은 마음[眞常淨識]이고, 이것은 여래장(如來藏)을 의미하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섭대승론(攝大乘論)>파의 논사들은 아뢰야식을 그릇된 마음, 망령된 식[妄識], 모든 번뇌의 근본이 되는 식(識)으로 보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뢰야식을 끊으면, 범부의 바탕마음[性]이 바뀐다. 범부의 법을 버리면, 아뢰야식이 없어지고, 아뢰야식이 없어지면, 모든 번뇌가 다 없어진다. 아뢰야식이 없어졌기 때문에 아마라식(阿末羅識)을 증득한다. ........ 아뢰야식은 모든 번뇌의 근본이다.” “아뢰야식은 모든 미혹(迷惑)의 근본이다.” “행위의 결과로 얻어지는 식(識), 즉 과보식(果報識)이 아뢰야식이다. 과보식은 번뇌의 행위로 인해 생기는 결과이기 때문에 ‘과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섭대승론>파의 논사들은 아뢰야식을 번뇌에 물든 좋지 않은 식(識)으로 봤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아뢰야식을 끊은 까닭에 아마라식을 증득한다. 아마라식은 무루법(無漏法)으로서 변함이 없고, 한결같으며, 그릇됨이 없다”고 하며, 제8식(識) 위에 제9식인 아마라식을 덧붙이고 있다.
원래 석가부처님 법에는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 등 6식(識)만 있는데, 무착, 세친 등이 그 위에 제7식과 제8식을 덧붙였고, 이제는 그 위에 제9식까지 덧붙이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식(識)을 자꾸 덧붙이는 것은 기존 견해를 부정하고, 자신의 견해를 내세워, 최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이다. 교단(敎團)체계를 갖추고 있는 모든 종교의 역사는 이단(異端), 분열의 역사이다.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어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석가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행하였고, 괴로움에서 벗어 난 뒤 중생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설법했다. 하지만 대승불교 논사들은 법을 팔아, 자신과 자기종파가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석가부처님의 법에 “소승법”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여, 부처님의 법을 깎아내리고, 자기들끼리도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다툼에 대해 중국 천태종 제1대조 천태지의(天台智顗,538-597) 대사는 <법화현의(法華玄義)> 제5권에서 “<십지경론(十地經論)>파 사람들은 아뢰야식을 참되고, 변함없고, 깨끗한 식(識)으로 본 것에 반(反)해, <섭대승론>파 사람들은 아뢰야식을 지금 당장은 이롭지도 해롭지도 않지만, 밝지 못 해 장차 뭔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번뇌에 물든 식(識)으로 보아, 서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천태종 제9대조 담연(湛然,711-782년)은 “양·진(梁·陳, 502-589) 이전의 <십지경론>파 논사들은 두 곳에서 견해를 달리 했다. ...... 이 두 파는 모두 세친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서로 견해가 달라, 불과 물처럼 적대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 이 두 견해 중 어느 것이 옳은가? 둘 다 틀렸다. 왜냐하면 <십지경론>파나 <섭대승론>파의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개념의 아뢰야식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나식, 아뢰야식 등 팔식론(八識論)을 전개하는 유식불교는 “관찰”이라는 과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자신이 직접 본 것을 바탕으로 전개한 이론이 아니라, 망상(妄想)으로 만들어낸 공허(空虛)한 관념론(觀念論)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를 계속 헷갈리게만 할 뿐,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교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인 수행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문 학자들조차 어려워하는 공리공론(空理空論)의 학문불교가 돼버린 것은 이런 대승불교의 논사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이 글은 다음카페 <위빠사나금정선원> 조성래 원장의 글입니다. 더 많은 글을 보려면 카페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