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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신주, 신비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짓이다.

작성자조성래|작성시간15.01.22|조회수71 목록 댓글 2

   呪(주)의 의미

 

   우선 呪(주)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부터 살펴보자. 呪(주)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mantra(만트라)'이고, 이것은 ‘言(언)’, ‘言語(언어)’, ‘辭(사)’, ‘言辭(언사)’, ‘秘密(비밀)’, ‘眞言(진언)’, ‘呪(주)’, ‘呪術(주술)’, ‘密呪(밀주)’, ‘明(명)’, ‘大明(대명)’, ‘明呪(명주)’ 등으로 한역돼 있다.

그럼 반야심경에서의 呪(주)가 밀교의 ‘주문(呪文)’, 즉 ‘다라니’라는 뜻인가? 그렇게 보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반야심경은 인도에서 밀교가나오기 시작하는 AD 7세기경보다 500~600년 전에 나온 경이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은 한참 후대에 나오는 다라니를 중요시하는 밀교부의 경전이 아니라, 지혜의 계발을 중요시하는 반야부의 경전이다. 대반야경 600권을 다 뒤져봐도 거기엔 밀교에서 외우는 주문 성격의 다라니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반야심경에서의 ‘呪(주)’를 ‘진리를 담은 말씀’이라는 뜻인 ‘법’, ‘방법’, ‘수행방법’ 등으로 옮겼다. 呪(주)의 산스크리트어 원어 ‘mantra(만트라)'는 ‘언어’, ‘말씀’, ‘眞言(진언)’, ‘진실한 말씀’, ‘진리를 담은 말씀’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법’으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원래 ‘mantra'는 ‘베다의 성전’이나 ‘베다의 찬가’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나중에 이것이 ‘기도문’, ‘음성에 의한 수행법’, ‘신비의 구절’, ‘다라니, 즉 주문’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즉 반야심경의 ‘주(呪)’는 신기한 결과를 가져오는 ‘수행방법에 대한 말씀’이나 ‘법’, ‘수행방법’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따라서 시대신주(是大神呪)는 ‘대단히 신묘(神妙)한 법’으로, 시대명주(是大明呪)는 ‘대단히 밝은 법’으로, 시무상주(是無上呪)는 ‘더 나은 것이 없는 최상의 방법’으로, 무등등주(無等等呪)는 ‘비슷하거나 같은 것이 없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방법’으로 옮기는 것이 맞다.

그 근거로 당(唐) 삼장법사 지혜륜은 ‘呪(주)’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어 ‘mantra’를 ‘진언(眞言)’으로 번역하여, “是大眞言(시대진언) 是大明眞言(시대명진언) 是無上眞言(시무상진언) 是無等等眞言(시무등등진언)”으로 번역했다. 그 뜻은 ‘대단히 진실한 말’이고, ‘대단히 밝고 참된 말’이며, ‘더 나은 것이 없는 최고로 참된 말’이고, ‘비슷하거나 같은 것이 없는 유일무이한 참된 말’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진실한 말’, ‘참된 말’이라는 것은 ‘반야바라밀다의 방법대로 닦아가면 실제로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또 여기서 ‘眞言(진언)’을 ‘주문(呪文)’이라는 의미로 보지 않고, ‘참된 말’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근거로 시호(施護)의 반야심경 번역을 들 수 있다.

시호는 이 부분을 “是廣大明(시광대명) 是無上明(시무상명) 是無等等明(시무등등명)”으로 번역하여, ‘呪(주)’나 ‘진언’이라는 단어는 일체 쓰고 있지 않다. 그 내용을 우리말로 옮겨보면, “[반야바라밀다 법은] 대단히 밝은 법이고, 최고로 밝은 법이며, 그 어떤 것도 이에 견줄만한 것이 못되는 최고로 밝은 법”이라는 뜻이다. 시호는 “[이 반야바라밀다의 공부법은] 진실한 것으로, 거짓됨이 없는 법이니, 닦고 배우는 모든 보살들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내용과 “반야바라밀다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 이 방법은 진실한 것이고, 최고이며, 끝이다”라는 말을 그 뒤에 덧붙이면서 ‘呪(주)’자 대신 ‘法(법)’자를 쓰고 있다.

   이러한 지혜륜과 시호의 번역을 보면, 반야심경에서의 ‘呪(주)’의 원어 ‘mantra(만트라)'는 ‘주문’이나 ‘다라니’의 의미가 아니라, ‘말씀’, ‘법’, ‘방법’, ‘수행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그런데도 是大神呪(시대신주)를 ‘대단히 신비한 주문’으로 번역하여, 반야심경에서 닦으라고 하는 반야지혜는 닦지 않고, 신비한 주문이나 좋아하는 얄팍한 중생들은 언제쯤 부처님의 정법을 만나, 그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 아금문견득수지 원해여래진실의.

신비(神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이비로 떨어지게 됨을 알아야 한다. 붓다의 법에는 아주 신기함이나 묘(妙)함은 있을지언정, 신비를 추구하는 일은 없다. 반야의 입장에서 보면 신비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짓이다.


  * 이 글은 <위빠사나금정선원> 조성래 원장의 글입니다. 이 글을 카톡으로 주변의 귀한 분들께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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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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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조성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1.22 앞에서 한 번 실었던 내용인데, 내용이 많이 수정되었고, 중요한 내용이라 다시 싣습니다.
  • 작성자반야 | 작성시간 15.03.3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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