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반야심경 해설 작업을 하면서 다음 내용을 작성했습니다.
無智亦無得(무지역무득) 지혜도 없고, 지혜로 도달되는 어떤 경지도 없다.
여기서 得(득)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prāpti(프라프티)인데, 이것은 ~에 도달(到達)하는 것, 도래(到來), 도달되는 영역, 도착, 달성, 획득, 발생, 발현 등의 뜻으로 得(득), 所得(소득), 至得(지득), 能得(능득), 獲得(획득), 至(지), 證(증), 證得(증득), 到何處(도하처), 受(수), 遭遇(조우) 등으로 한역돼 있다. 이 한역들 중에 ‘~에 이른다’, ‘도달한다’는 뜻의 至(지), 至得(지득), ‘어떤 곳에 도달한다’는 뜻의 到何處(도하처) 등을 보면, 得은 ‘지혜로 도달되는 어떤 경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즉 無智亦無得(무지역무득)은 ‘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으로 일컬어지는 ‘이 모든 존재가 다 소멸된 열반상태’에서는 지혜도 없고, 지혜로 도달되는 어떤 경지도 없다는 뜻이다. ‘무지역무득’이라는 구절이 반야심경에 들어 있는 이유는 어리석은 중생들은 열반을 성취하고 나면 별도의 어떤 경지가 있다고 보고, 그 경지를 얻기 위해 집착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은 오랜 습성으로 인해 어떤 곳에든 집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들이라서, 이런 구절을 넣어, 열반에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것이다. 평온, 삼매, 지혜, 열반 등에 집착하면 열반을 성취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열반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붙잡으려 하거나 얻으려고 하면 열반은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