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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의 주저리

결정론과 중첩론

작성자정승현T|작성시간26.06.06|조회수189 목록 댓글 0

양자역학은 외부와 충분히 격리된 계가 하나의 가능성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한 상태가 동시에 중첩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중첩은 전자 이중슬릿 실험, 원자 간섭 실험, 단일 광자 실험 등을 통해 매우 강하게 확인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양자역학의 해석에 끝까지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아인슈타인도 당시의 양자역학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의 거부감은 충분히 납득할 만합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떠올려봅시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CCTV도 없고, 발자국도 남지 않으며, 아무도 그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갈림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합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어느 길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는 두 길중 하나의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정보가 없을 뿐, 현실에서는 하나의 경로가 분명히 존재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고전적인 직관입니다.
아인슈타인이 기대했던 물리적 세계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전자를 한 개씩 슬릿으로 보냈는데도,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측정하지 않으면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나타납니다.

간섭무늬는 단순히 전자가 둘 중 하나를 지나갔는데 우리가 몰랐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전자 하나가 마치 자기 자신과 간섭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슬릿 근처에 검출기를 설치하여 어느 길을 통과했는지 확인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중첩되었던 상태는 검출기와 상호작용한 뒤 상태가 변합니다. 검출기가 없어도 눈밭이나 발자국이 남는것처럼 전자의 경로 정보가 주변 환경에 남아도 됩니다. 정보가 환경으로 새어나간 순간, 두 경로 사이의 간섭은 사라집니다.

이를 디코히런스(결어긋남)라고 합니다.

 

일상적인 갈림길 이야기와 비교하면 차이는 분명합니다.

고전적인 세계에서는 사람이 실제로 하나의 길만 갑니다.
우리가 그 길을 모를 뿐입니다.

반면 양자역학에서는 경로를 측정하지 않은 전자가 단순히 “어느 길로 갔는지 모르는 상태”가 아닙니다.

두 경로가 동시에 물리적 의미를 가지며, 서로 간섭합니다.

즉, 다만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입장을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계산 결과가 틀렸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그는 양자론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입니다.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전자가 실제로는 또는 중 하나를 지나갔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숨은 정보가 존재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양자역학은 현실을 완전히 설명하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불완전한 통계적 기술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여러 실험은 단순한 숨은 변수로 양자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벨 부등식과 관련된 실험들은 자연이 고전적인 직관보다 훨씬 더 낯선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물론 양자역학의 해석 문제는 여전히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 관측 순간 실제로 파동함수가 붕괴하는가
  • 모든 가능성이 서로 다른 세계로 갈라지는가
  • 파동함수는 현실 그 자체인가, 아니면 지식의 표현인가

이 문제들은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그러나 실험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이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세계는 언제나 하나의 결과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이 어려운 이유는 계산이 복잡해서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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