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타티에게 재난을 안겨주어 이후 1982년 사망 때까지 고난의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었던 쓰라리면서도 화려한 걸작. 1967년 처음 공개되었을 때 <플레이타임>은 2시간 35분의 상영시간에 70mm, 스테레오 사운드를 지닌 초대작이었다. 대형 화면 위에서 시선의 중심을 소멸시킨 이른바 ‘타티의 민주주의’가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기도 하다. 파리에 온 비즈니스맨 윌로씨는 낯설고 무표정한 고층건물과 알 수 없는 공간 때문에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미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마주친다. 그리고 새로 개업한 식당에서 바바라라는 이름의 여성과 친해진다.
<플레이타임> Playtime ㅣ 1967년 ㅣ 120분 ㅣ 컬러 타티의 가장 야심적인 프로젝트라 할 <플레이타임>은 타티 자신의 말을 빌리면 “가장 사소한 각본을 70mm로 찍은 영화”다. 영화에는 영화사상 최고로 과대망상가적인 세트 가운데 하나인 ‘타티빌’을 거니는 사람들 사이의 짧은 스침들 이외에는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관객은 그 큰 화면 속의 주로 먼 거리에서 찍은 이미지를 스스로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영화학자 노엘 버치는 <플레이타임>이 그래서 여러 번 보아야 할 뿐 아니라 스크린으로부터 상이한 거리에서도 보아야만 하는 영화, “진정으로 ‘열린’ 영화”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플레이타임>은 사운드 면에서 보면 여러 소리들이 주의깊게 구성된 일종의 ‘소음영화’라 불릴 수도 있다. 비록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영화라고는 해도 영화 후반부 점차 무정부적 에너지를 높여가는 45분간의 로열가든 시퀀스는 단연 압권이다.
글 홍성남
씨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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