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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이모네 곱창

작성자페드라|작성시간09.10.28|조회수520 목록 댓글 1

 

대한민국에는 맛집도 많지만 특정메뉴로만 형성된 맛 골목도 많다. 응암동의 감자탕 골목이나 을지로의 골뱅이 골목, 대구 동인동의 매운 갈비 골목같이 말이다. 아직 전국적 인지도를 갖지는 못했지만 구리에도 돌다리 곱창골목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곱창이라고는 하지만 비싼 소 곱창이 아닌 돼지곱창이다. 구리 곱창골목은 돼지 곱창을 매운 양념에 볶아주던, 예전 재래시장 좌판에서 흔히 보던 스타일이다. 돼지곱창이 주재료라는 면에서 왕십리 스타일을, 당면이 들어간다는 면에서 신림동 순대타운 스타일을(쫄면이 아닌 당면이지만) 섞어놓았다 생각하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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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돌다리 곱창골목은 형성된 지, 이제 겨우 10년가량이 되었다고 한다. 비슷한 메뉴를 취급하는 신림동이나 왕십리에 비하면 그리 오래된 편은 아닌 듯.

하지만 내 어릴 적 기억의 순대볶음, 곱창볶음은 신림동 스타일도, 왕십리 스타일도 아닌 구리곱창골목 스타일이었다. 짐 들어드린다는 핑계로 엄마 시장가는 길에 따라나서 사달라고 졸라대던.. 매운 양념을 부어가며 볶아주던 당면과 양배추가 잔뜩 들어간 곱창볶음.

초등학교 시절에 먹던 그 맛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찾아가봤다. 이런 기대는 대게 실망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기대라는 놈만큼 경험을 배신하는 놈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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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골목 전경되겠다. 골목이... 어째 좀 짧다.

 

 5~7미터 정도 되는 골목이 죄다 곱창집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었다. 하루에 대체 몇 마리나 되는 돼지가 저 골목에서 자기 창자를 뽑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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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취재대상 

 

사진 보면 알겠지만 이 집이 골목의 초입에 있다. 물론 사전 조사결과 인지도도 높고 곱창골목에선 나름 터줏대감 격인 듯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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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서 아주머니가 쉴 새 없이 곱창을 볶고 계신다. 곱창은 일단 손질된 놈을 구입한 후 다시 한 번 깨끗하게 씻어낸 후 사용한단다. 짐승내장이 다 그렇지만 특히나 돼지 곱창은 돼지의 똥꼬 부분이라 냄새제거가 매우 까다롭다. 제대로 손질되지 않은 놈을 씹었을 때는 말 그대로 똥 씹은 얼굴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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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이다


양을 봐야겠지만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양이 넉넉하다는 가정 하에 4명이서 곱창 2인분에 소주 2병 마신다면 인당 5천원이니 중고생이라도 그닥 부담스럽지는 않을 듯. 설마 아직 거시기에 털도 안 난 것들이 각 1병씩 해야 된다고 우기진 않겠지.

분위기에 맞지 않게 안동소주를 취급한다. 그러고 보니 메뉴판도 대한민국 공식메뉴판인 국순당 백세주가 아닌 안동소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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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24시간 심야영업 만화방스러운 인테리어. 구석에서 노루표 비디오를 틀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취급하는 것이 요란스럽게 깔끔떨만한 메뉴도 아니고, 또 다분히 분식집스러운 삘나는 것이 나쁘지 않다. 편하게 술을 마실만한 분위기는 아니란 얘기다. 곱창볶음이 술안주보다는 시장통 에서 간단히 먹는 간식이었으니 애초에 술 판매를 중시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 곱창집 왔으니 어디 곱창 자태한번 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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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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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곱창

 

보다시피 비주얼 좋다. 왕십리의 떡볶이 국물에 졸여놓은듯한 번들거림도 없고, 신림동처럼 뻑뻑해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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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왕십리처럼 달기만한 떡볶이 양념에 졸여놓은 곱창을 씹는 것처럼 곱창의 주장이 없지도 않고, 신림동처럼 입안이 텁텁해지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앞서 말한 두 곳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곳 모두 양념을 너무 과하게 쓴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곱창을 씹는 재미가 상당히 떨어진다.

그에 비해 구리는 꽤나 매운 양념인데도 뒷맛 남기는 일 없이 곱창이 부드럽게 씹히고 넘어간다. 왕십리나 순대타운보다는 확실히 양념이 가벼워 곱창 씹기가 즐겁다. 그래서인지 아쉽게도 조미료 맛이 두드러진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고춧가루, 양파 등으로 만든 양념에서 조금씩 화학조미료를 줄여가며 천연조미료로 바꾸는 시도를 몇 년 전부터 계속하고 있단다. 문득 화학조미료를 다 빼면 이 맛이 과연 나올까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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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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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에 마늘 올려서 요렇게 싸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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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되는 살얼음 동동 올라간 동치미

 

2인분이상을 시키면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지만 기본으로 나오는 동치미 국물이 더 좋았다. 달큰한 맛이 나는 것이 평소라면 아니다 싶겠지만 무를 씹어가며 마시는 국물이 곱창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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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요식업을 평정해 버리신 볶음밥님 

 

지겹게 뵐 수 있는 분이지만 그래도 마무리로 이 양반 안 나와주심 왠지 섭해진다. 볶음밥 맛이야 어디서나 똑같지 뭐. 다른 집과 다른 점이라면 아까 나왔던 동치미 무를 잘게 잘라 같이 볶아준다. 적당히 시큼달달한 맛이 나는 무가 밥을 먹는 도중 하나씩 씹히며 돼지내로 느끼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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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참 이상한 게 만약 이모네곱창 한 집만 구리에 버티고 있었다면 마지막 평가는 “나쁘진 않지만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였을 것이다. 사실 곱창볶음이란게 애초에 그렇게 대단한 음식도 아니고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겠나. 개인적으로 그 동안 다른 집들에 실망했던 경험과 예전 먹던 맛(유사한)을 찾았다는 사실이 반갑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모네는 혼자가 아니잖아? 그래서 구리곱창골목에 대한 평가는 “한 시간 이내이고, 곱창볶음이 땡긴다면 가볼만한 곳”이다.

맛골목의 힘은 그런 것인 듯싶다. 왠지 그 곳에 가면 그 음식에 관한한 최고를 맛 볼 수 있다는 착각과 그런 골목이 형성 될 만큼 이 음식이 훌륭하다는 이중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래도 이 정도라면 매우 즐거운 착각이라 생각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지 모르겠다.

 

 


위치 :
지하철 구리역에서 하차, 버스는 구리 돌다리 하차.

돌다리 사거리에서 육교 건너(구리시장 방향) 좌측계단으로 내려와 바로 오른쪽 골목길 100m. 

(진입하자마자 이모네 곱창 간판 확인할 수 있음.)


전화 : 031-552-9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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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페드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28 야채곱창, 순대곱창에 쇠주 한 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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