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위한 실용적 음식들 많아
숙취 해소에 좋은 청국장, 북어국
포하노이 격이 다른 쌀국수 선봬
신개념 설렁탕 인기, 30년넘은 식당들
주간한국 /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모래벌판이었다. 오래 전의 여의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었다"고 말한다. 김포공항이 생기기 전 여의도에는 비행장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초기부터 1958년까지 여의도에는 비행장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가난한 중국인들이 거주했다. 인근의 영등포 일대의 중국인들은 여의도에서 감자, 양파, 대파 농사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산동성 출신 화교들은 인천을 거쳐-영등포, 여의도를 거쳐 명동 차이나타운으로 진출했다. 고향에서 가난했던 이들은 타향에서도 부두 노동을 하거나 농사를 지었다. 한둘 돈이 모이면 가게를 열고 한양 도성 안으로, 경성의 다운타운으로 진출했다.
여의도(汝矣島)는 강제로 만든 섬이다. 한강 사이에 둥둥 떠 있는 섬 여의도는 원래 영등포에 붙어 있는 강 속의 작은 반도였다. 일본인들이 영등포에 붙어 있는 부분을 자르니 결국 여의도는 한강의 섬이 되었다.
흔히 여의도에는 맛집이 없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로 붐비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여의도는 서울 개발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었다. 땅의 넓이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여의도 면적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이제 여의도는 금융의 중심이고 방송국들이 모여 있으며 국회가 있는 곳이다. 여의도의 직장을 다니는 것은 아직도 많은 사회초년생들의 꿈이다.
사람이 모이면 시장과 주막이 생기고, 음식이 나타난다. 바쁜 직장인들이 많은 여의도 식당들의 음식은 실용적이다.
'삼보청국장'은 30년 넘게 여의도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를 맡아 왔다. 정직한 청국장은 바쁘게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뚝배기에 나오는 청국장이 아니다. 즉석에서 또 한 번 펄펄 끓인다. 두부는 듬뿍 넣고, 그 외에는 최소한으로 쓴다. 간결한 맛이다. 같이 나오는 대접에는 신선한 나물들이 들어있다. 나물에 청국장을 몇 숟가락 얹어 비벼먹으면 전날 술에 부대끼는 사람이라도 금세 속이 편안해진다.
전날 과음을 했지만 당장 사우나에 갈 수 없는 직장인들을 위한 맛집은 '구마산'이다. 30년이 넘는 업력이다. 된장 푼 물에 우거지 정도를 넣고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서 넣은 경상도식 추어탕이다. 미꾸라지 형태가 없고 국물 맛이 깨끗해서 추어탕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다. 시원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집의 불 갈비도 인기메뉴다.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추어탕과 잘 어울린다. 궁합이 제법 잘 맞는다.
'상은북어국'은 1983년에 개업했으니 역시 30년을 넘긴 전통의 맛집이다. 여의도의 터주대감 같은 집이다. 김치국, 동태탕, 북어국, 콩나물국 등 듣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해장국들이다. 북어국은 강원도 산만 사용한다. 맑고 개운한 국을 끓이지만 동태탕은 칼칼하다. 기본찬도 좋다. 그 중 적당히 잘 익은 김치는 해장국의 화룡점정이다.
색다른 해장국이 끌린다면 최근 개업한 '포하노이'가 제격이다. 여성들이 가장 환호하는 해장 메뉴는 단연 쌀국수다. 부담스럽지 않은 면과 깔끔한 국물에 채소를 듬뿍 넣으니 다이어트 중인 여성들이 선호한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쌀국수에 실망이 크다면 각별히 추천한다. "쌀국수 집은 그게 그거"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집을 가보길 추천한다. 여의도에는 IFC 몰에 문을 열었고 종로는 그랑서울 빌딩에 문을 열었다. 식재료가 깔끔하고 신선하다. 국물 맛이 강한 쌀국수는 사실 좋은 음식은 아니다. 좋은 쌀국수는 심심하면서도 베트남 쌀국수 특유의 맑은 허브 맛이 살아 있다. 고수도 상당히 싱싱한 것을 사용한다.
'여의도양지탕'은 설렁탕의 새로운 해석이다. 곰탕은 고기 곤 국물이고 설렁탕은 뼈 곤 국물이다. 양지탕은 마치 설렁탕 같지만 묘하다. 전통적인 곰탕이나 설렁탕과 달리 양지를 위주로 국물을 낸다. 맛을 보면 설렁탕인가 싶다가도 곰탕인가 싶다. 사리 추가주문이 가능하다.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점심시간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인근 국회를 드나드는 정치인, 방송 관계자들도 많이 찾는다.
최근에 생긴 클래식한 설렁탕도 있다. '진황설렁탕'은 그야말로 소뼈를 아주 잘 이용해 제대로 우린 국물이다. 설렁탕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 잘 우린 국물은 달고 고소하다. 최고의 설렁탕을 논할 때 늘 후보로 거론되는 집이다. 다만 삼겹살 굽는 냄새는 늘 거북하다.
'서궁'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장면 없는 중국집'의 대명사였다. 이 명예를 오랫동안 누린 비결은 만두에 있다. 피가 얇고 부드러운 물만두, 쫄깃하고 바삭한 군만두가 있다. 고기와 부추는 늘 좋은 궁합이다. 일반적인 오향족발보다 심심한 맛의 오향장육도 추천한다. 점심시간에는 대기줄이 길다.
'주신정'은 탤런트 김종결씨가 운영하는 고기집이다.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진정성으로 승부한다.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중에는 업력이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이미 30년을 훌쩍 넘겼다. '주신정'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음식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한편으로는 고기의 질을 늘 일정하게 유지하려 노력한다. 주인의 음식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밑반찬만 가지고도 밥 한 그릇을 먹기에 충분하다.
'진주집'의 콩국수와 홍대 지역에서 이미 이름을 얻은 빵집 '폴앤폴리나'도 여의도에 문을 열었다. 좋은 빵을 내놓던 '폴'은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