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산책길
최고기온 28도, 더위 각오하고 나선 하오의 산책길엔 바람이 분다. 혹서기에도 오늘처럼 바람이 불어준다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의 온도가 내려갈 것이다.
들판길에 접어드니 초등학생 모습 셋이 뜰채를 들었다. 곤충채집? 다가가서 물으니 고기를 잡으려 나왔단다. 허허 녀석들! 니들이 천렵을 알어? 어느새 그들은 다리밑 얉은 물에 바지를 걷어 올리고 들어섰다.
행색일랑 휴대폰만 보고, 고기잡는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순수한 동심이 남아 있어 기분이 좋았고, 나는 '고기는 훤히 보이는 곳에는 없고, 돌근처나 풀숲 주변에서 잡아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그곳을 떠나왔다.
건너편 제방엔 잡초를 베는 기계가 등장했다. 언젠가 양산 강변을 트래킹하다 그걸보고 우리 지역도 제발 따라하기를 바라던 터이다.
그넘의 기계, 바퀴는 탱크 발통같고, 상당한 급경사에도 뒤집어지지 않는게 요상스러웠다.
나는 여름철이면 예초기(예취기가 형님) 소리에 경기가 들렸다. 공원은 물론 더위로 인적을 찾기힘든 제방에도 서너번씩 작업을 했다. 아예 봄부터 채 풀이 자라기도 전에 기계음이 진동했다.
공원 그늘에서 흐르는 땀이라도 식힐 요량으로 다가가면 그 요란한 기계소리가 나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어떤 경우 잡초가 짧아서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도대체 왜 그러는가 싶었다. 산책을 하며 푸르런 풀이나 야생화를 보고자함이 있는데, 집단으로 형성된 야생화가 열심히 자라나도 꽃이 피기도 전에 잘라나가 안타까웠다.
그럴때면 시청에다 청원을 올릴까 생각하다 '그래본들 뻔한 답올걸...'하며 스스로 지치고, 혼잣말로 "파란 풀잎이 보기 싫으면 차라리 시멘트 포장을 해버리면 돈이 덜들겠다"하고 분통을 터뜨리고 만다.
덥고 습도 높은 여름철, 잡초는 베고나면 어차피 더 큰 세력으로 솟아난다. 종족번식 본능 때문이다. 두엇다 때가되어 잘라내면 될 것을 인적도 없는데 잘라내고, 또 잘라내어 일부러 일꺼리를 만든다. 하지말란 소리가 아니라, 적당히 요령껏 하란 말이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철저한 관리를 하는 것일까? 나는 왜 그런지 안다. 그들에겐 국민에게 세금걷은 국가 예산을 쓸수있는 권한이 있고, 누구가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길가에 사람들 관심없는 꽃화분들을 두는 것이나 모두가 그들이 살아가는 고착된 커넥션이다.
나는 한여름 땡볕에서 구슬땀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처연했고, 그 인력으로 차라리 그늘에서 일할꺼리, 뒷산 등산로를 정비하거나 국유림의 (죽은 소나무 등) 잡목제거로 대체하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목적(잡초제거)과 수단(일꺼리 만듬)이 뒤바뀐 현상, 그러니 총체적 부실과 각자도생이란 말이 맞는다.어째든,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니 요란한 기계음은 줄어들었다. 집행자들이 사고를 바꾸지 않는한 결코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란걸 안다. 더위에 땀흘리던 그 사람들은 다른 일꺼리로 대체 되었을까? 그랬어야 할텐데...걱정도 팔자다.
넓은 들판, 하천변엔 새들도 떠났고, 낚시꾼도 없다. 논엔 벼들이 땅내음을 맡아가고, 물꼬를 잇는 도랑물이 넘쳐 흐른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흰구름 흐르는 하늘은 대체로 맑고 푸르다. 선선한 바람 불어오니 아직은 견딜만한 시절이다. 이렇게 우리들의 여름은 또 시작되는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