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생 고추키우기
작년에 죽어가는 소철을 포기할 요량으로 그 화분 귀퉁이에다 고추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여름철이 지나가며, 소철이 잎을 피우며 소생했고, 고추나무도 꽃피고 열매를 맺었다. 늦가을이 되어 화분을 거실로 옮겨왔고, 고추나무는 윗가지만 잘라내었다.
그런데 겨울이 되자 고추나무가 잎을 피워냈다.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는 생각,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꽃을 피우고, 열매가 열렸다. 영양분이 없으니 작았지만, 고추 3개를 땄다.
그리고 올봄, 고추나무 가지를 다시 자르고, 그 화분을 베란다에다 두었더니 또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아하! 고추가 다년생이었구나! 농촌에서 자라났고, 오랫동안 주말농장을 하며 고추를 키우고, 보아왔던 나의 부족한 밑천이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고추는 본래 열대 지방(멕시코)이 원산지인 다년생(여러해살이) 가지과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 추위 때문에 1년만 자라고 죽는 한해살이 작물로 잘못 알고 있지만, 겨울철에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따뜻한 실내나 온실에서 온도와 수분을 잘 관리하면 여러 해 동안 키울 수 있다.
생육적온은 15~30도이고, 겨울철엔 10도 이상이 유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4년 재배가 가능하고, 예전 어느 농업기술원에는 다년간 재배로 한그루에 5,000개의 고추를 딴적도 있단다.
그렇다면 왜 농민들이 고추 다년생 재배를 하지 않을까? 그 이유로는 겨울 추위에 난방비가 너무 많이들고, 1~2년차엔 수확이 급감하며, 병충해 누적이 있고, 새로운 품종을 재배하면 초기수확이 늘어나기 때문이란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 언젠가는 노지보다 실내의 수경재배 등의 농법이 활성화지겠지만, 가정에 식물이 죽고 남은 빈 화분이 있다면 고추를 심어 화초처럼 호기심으로 키우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