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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虛 Zinhu

花痴秋先若退溪 추선이라는 노인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퇴계를 닮아

작성자권오철|작성시간26.06.11|조회수14 목록 댓글 0

花痴秋先若退溪 추선이라는 노인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퇴계를 닮아 20260611 진허 권오철 拙吟 * 퇴계학회 세미나 생각중, 중국고전 灌园叟晚逢仙女 보내와 한 곡조 꽝!

惜卉秋先似親仁 꽃과 풀을 아끼기를 추선같다면, 어진 이를 가까이함과 같고

憐梅退老更如神 매화를 사랑한 퇴계 이황 노인의 마음은 더욱 신묘한 것이라

猶言臨逝勤澆水 임종에 순간에서도 부지런히 물을 주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니,

不忘將仙護蕾身 신선 같은 꽃봉오리를 끝까지 보살피는 일을 잊지 않으셨네.

花落輕埋存雅意 꽃이 지면 정성껏 묻어 아름다운 마음의 뜻을 남겨져 있고

枝傷細補見慈眞 꽃의 가지가 상하면 세심히 보살펴 참된 자애를 드러내셨네.

人間若得同斯念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러한 (두 분의) 마음을 지닌다면,

萬木千芳共是春 온갖 나무와 천 가지 꽃들이 함께 봄(평화,안정)을 이루리라.

花神愛物與梅魂同心

 

 

꽃을 사랑하는 마음, 퇴계를 닮다

 

― 「花痴秋先若退溪해설

퇴계학회 세미나를 생각하고 있던 중, 중국 고전소설 관원수만봉선녀(灌園?晩逢仙女)가 떠올랐다. 꽃을 가꾸며 살아가는 한 노인이 마침내 선녀를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하늘의 뜻과 통한다는 동양인의 정서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마침 주변에 꽃을 유난히 아끼고 사랑하는 추선(秋先) 노인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퇴계 이황의 애화(愛花) 정신이 겹쳐졌다. 그렇게 해서 花痴秋先若退溪라는 한 편의 졸작(拙吟)이 태어났다.

 

시의 첫머리에서 나는 "꽃과 풀을 아끼는 추선의 마음은 어진 이를 가까이하는 것과 같다"고 노래하였다. 유교에서는 인()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다.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곧 인이다. 꽃을 사랑하는 일도 결국은 생명을 사랑하는 일이다. 작은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은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꽃을 아끼는 추선의 모습에서 나는 어진 이를 가까이하는 친인(親仁)의 정신을 보았다.

 

이어 매화를 사랑한 퇴계 이황의 모습을 떠올렸다. 퇴계에게 매화는 단순한 관상용 식물이 아니었다. 매화는 벗이었고 학문의 동반자였으며, 맑은 선비정신의 상징이었다. 특히 퇴계가 임종을 앞두고도 "매화에 물을 주어라"라고 당부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자신의 몸보다 매화를 먼저 걱정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애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마지막 책임감이었다. 그래서 시에서는 "매화를 사랑한 퇴계 노인의 마음은 더욱 신묘하다"고 표현하였다.

 

시의 가운데 부분에서는 꽃이 지고 가지가 상하는 장면을 노래하였다. 꽃이 떨어지면 함부로 버리지 않고 곱게 묻어 주고, 가지가 부러지거나 상하면 정성껏 손질해 주는 모습은 꽃을 물건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생명으로 대하는 태도이다. 이는 불교의 자비심과도 통하고, 유교의 인()과도 통한다. 꽃 한 송이를 대하는 태도 속에 한 사람의 인격과 삶의 철학이 드러나는 법이다.

 

마지막 연에서 나는 한 사람의 꽃 사랑을 세상 전체의 문제로 확장하였다. 만약 세상 사람들이 모두 추선과 퇴계처럼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어떨까. 그때의 봄은 단지 계절의 봄이 아닐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툼이 줄어들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사회 전체가 따뜻함과 평화로 가득한 봄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만목천방공시춘(萬木千芳共是春)"이라 하였다. 온갖 나무와 수많은 꽃들이 함께 봄을 이루는 세상, 그것은 곧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가득한 이상사회에 대한 꿈이다.

 

생각해 보면 퇴계의 매화 사랑과 추선의 꽃 사랑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꽃 한 송이를 아끼는 사람은 사람도 아끼게 되고, 사람을 아끼는 사람은 세상도 아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시를 통해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그 마음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다시 되새겨야 할 인()의 정신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곧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봄이 머문다.

이것이 花痴秋先若退溪가 전하고자 하는 작은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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