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眞虛 Zinhu

詠塞薩莉亞與佛得角世界杯奇蹟 세사리아와 카보베르데 월드컵 기적을 읊으며

작성자권오철|작성시간26.06.17|조회수27 목록 댓글 0

 

詠塞薩莉亞與佛得角世界杯奇蹟 세사리아와 카보베르데 월드컵 기적을 읊으며

* 2008년 서울공연 그때도 이 정도 인지는 몰랐으나. 월드컵 20260617 진허 권오철 拙吟

窮濤孤嶼出凡娥 험난한 파도 외로운 섬, 범상치 (않은) 여인 나오니

赤足長歌淚似河 맨발로 길게(장탄식) 노래하니 흐르는 눈물 강물 같네

酒肆風塵磨歲月 술집(리스본) 풍진에 세월을 갈아 (나간 그 모진 시간)

天涯愁曲動山阿 하늘 끝 시름의 노래(소다드,Estimada) 산골짝을 울리네

晚成聲價傳寰宇 늦깎이에 명성 떨쳐 온 세상에 퍼지나 (비극적 가정으로)

名刻空門耀海波 이름은 그 공항 문에 새겨져 바다에서 빛나고 있다네

小島世盃西國等 작은 섬, 월드컵에 서방 나라(스페인)와 어깨 나란히 하니

九泉含笑望星羅 저승에서도 미소 지으며 밤하늘의 가득한 별들을 내려보리라.

 

 

 

 

 

세사리아와 카보베르데, 그 섬의 노래가 별이 된 이야기

 


2008년 봄, 서울 LG아트센터 앞.

나는 그곳을 지나치다가 문득 멈춰 섰다. 포스터에 실린 한 여인의 얼굴이 나를 붙잡았던 것이다. 주름 깊은 얼굴, 단정하게 빗어 넘긴 백발, 그리고 무엇보다 맨발. 그 모습은 '공연'이라기보다 '제의'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그날 나는 여러 사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 그때는 몰랐다. 그 여인이 누구인지, 그녀의 노래가 무엇을 품고 있는지.

세월이 흘러, 나는 대서양 한가운데 외딴 섬나라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카보베르데(Cabo Verde). 서아프리카 연안에서 약 500킬로미터 떨어진, 열 개 남짓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인구는 50만 남짓, 국토는 척박하고 물은 귀하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이곳은 오랜 기간 가난과 기근, 그리고 강제 이민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섬을 떠나는 이들은 배에 오르며 뒤돌아보았고, 남은 이들은 바다 너머를 바라보며 노래를 지었다. 그것이 '모르나(morna)'였다. 느리고 애절한, 그리움과 체념이 담긴 선율.

그 섬에서 한 여인이 태어났다. 1941년, 세사리아 에보라(Cesária Évora). 그녀는 열여섯 살에 이미 술집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맨발로 무대에 섰다. 구두를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땅과 발이 닿는 느낌, 그 속에서 진실이 나온다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은 항구의 술집과 선술집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나날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술 취한 선원들을 상대로 노래했고,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배신을 겪었다. 그 모진 세월을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풍진(風塵)'은 단순한 먼지가 아니다. 삶의 풍파, 세상의 모진 바람, 그리고 그 속에서 닳고 닳은 나날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노래는 그녀에게 삶이었고, 그 삶은 곧 노래가 되었다.


그녀의 대표곡 중 하나, 〈Sodade〉.

'소다드(sodade)'는 카보베르데 크리올어로 '그리움'을 뜻한다. 포르투갈어의 'saudade'와 같은 어원이지만, 더 깊고 더 아프다.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 돌아오지 못할 시간에 대한 애처로움, 그리고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체념. 그녀는 그 한 단어에 섬 전체의 역사를 담아 불렀다.

또 다른 곡, 〈Cabo Verde Terra Estimada〉는 '사랑하는 카보베르데 땅이여'라는 제목처럼 고향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다. 한국인들에게는 〈Besame Mucho〉가 더 익숙할지 모르나, 그녀의 진정한 울림은 바로 이 곡들에 있다. 이별, 가난, 그리움, 그리고 인간의 품위. 그녀는 화려함을 노래하지 않았다. 대신 맨발로 무대에 서서 가장 인간적인 것을 노래했다.

늦깎이였다. 그녀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마흔 살이 훌쩍 넘어서였다. 유럽의 한 프로듀서가 그녀의 목소리에 반했고, 그제야 그녀는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명성은 그녀를 변하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맨발이었고, 여전히 담배를 피웠고, 농담처럼 "남자는 지겨워"라고 말하곤 했다. 그 농담 뒤에는 수많은 사랑과 배신, 술집의 밤과 항구의 새벽이 숨어 있었겠지.


2011년,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카보베르데의 국제공항은 그녀의 이름을 따 '세사리아 에보라 국제공항'이 되었다. 그녀의 얼굴은 화폐에 새겨졌다. 섬은 그녀를 잊지 않았다.

'空門(공문)'은 '텅 빈 문'이자 여기서는 '공항(空港)'을 가리킨다. 그 문을 드나드는 여행객들은 그녀의 이름을 보며 카보베르데를 기억한다. 바다 너머로, 파도 위로 그 이름이 빛나고 있다.


그리고 2022년.

북중미 멕시코 월드컵. 인구 50만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사상 처음으로 본선 무대에 올랐다. 조별리그에서 그들이 만난 상대는 우승 후보 스페인. 누구도 카보베르데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0대 0, 무승부였다.

강호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자존심.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은 한 팀의 투혼.

스페인은 포르투갈의 이웃나라이다. 식민지였던 카보베르데가, 그 식민모국과 같은 언어권의 강호와 비긴 것. 그것은 단순한 스포츠의 결과 이상이었다. 역사의 무게를 딛고 일어선 작은 섬의 함성이었다.

세사리아가 살아 있었다면 무슨 노래를 불렀을까. 아마 그 특유의 낮고 쉰 목소리로, 담배 연기 사이로 흘러나오는 미소를 띠며 이렇게 읊조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그날을 떠올린다. 2008년 봄, 내가 스쳐 지나간 그 공연. 그때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 애절한 모르나 선율이 내 마음에 어떻게 닿았을까.

그러나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대신 나는 시를 쓰기로 했다. 그 섬과 그 여인과 그 작은 기적에 대한 기억을 한 자 한 자 새기기로 했다.


大海孤島起悲腔
넓은 바다 외로운 섬, 슬픈 가락 일어나고

百年風雨一聲長
백 년 풍우 속에 한 노래 길게 울리네

赤足曾歌貧與愛
맨발로 가난과 사랑을 노래하였고

白雲猶護故鄕香
흰 구름은 아직도 고향의 향기를 감싸네

西班牙强終難勝
강한 스페인도 끝내 이기지 못하였고

綠角星微亦放光
카보베르데의 작은 별도 제 빛을 내네

遙憶當年擦肩過
아득히 그해 스쳐 지나간 인연 생각하니

今聞舊曲淚沾裳
옛 노래 들으며 옷깃에 눈물이 젖는구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세사리아는 떠났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바다 위에 떠 있다. 카보베르데는 작지만 월드컵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다시 노래를 적는다.

삶은 때로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인연은 세월이 흘러서야 그 의미를 드러낸다. 그날 LG아트센터 앞에서 나는 한 여인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다. 비로소, 늦게서야.

파도는 치고, 섬은 그곳에 있으며, 별은 밤하늘에 가득하다. 그 모든 것이 노래가 되어 영원히 흐른다.


2026년 6월 17일, 진허 권오철 적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