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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규정〉

머쓸 메모리(Muscle Memory) 8 - 오래된 습관

작성자강희철|작성시간09.11.17|조회수27 목록 댓글 0

머쓸 메모리(Muscle Memory) 8 - 오래된 습관

 

 

지은이 : 홍현웅

 

머슬 메모리 (Muscle Memory) -8

오래된 습관

래슨을 받으면서 한 탁구는 이제 한 달을 조금 넘어서지만 그래도 소싯적 탁구 좀 쳤다고 생각했었다. 군대에서는 대대 대표로도 나가봤고 학창시절 친구들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당연하긴 하다. 애들이 당구장에 죽때렸을 때 난 탁구장에 있었으니까.

그런 후 10년 동안 탁구 라켓을 잡아보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 일상은 월-화-수-목-금-금-금 이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워크홀릭이라고 했다. 일에 미친놈이란 뜻일 텐데. 나라고 그러고 싶었을까? 탁구도 초보가 중수로 넘어가기 위해서 거쳐야 할 단계가 있듯이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맨땅에 헤딩해야하는 여건이면 어떨 때는 울고 싶어지기도 하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의 반복이 이어질까?

배에 새겨진 왕자 비스무리한 복근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탱탱했던 허벅지 근육은 힘을 주고 누르면 쑥쑥 들어갔다. 허리띠를 집어 삼킬 것 같은 옆구리 비게덩어리가 친숙해질 무렵부터는 구두끈 묶기가 겁난다. 뱃살이 내 허파를 누르기 때문이다.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꼭 낯술 한잔 거하게 걸친 사람모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또한 사람도 변한다.

한 달간의 래슨으로 자신감을 조금씩 찾아갈 무렵 타구장에서 있은 시험무대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왜 관장님은 나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 걸까? 내가 이길꺼라고 생각하고 붙여주신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멀었다는 말 대신 확실한 방법을 택하신 것일까?

어쨌든 난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다짐했다. 3개월 후 다시 붙어보기로.......

난 그날 게임에서 왜 내가 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름 드라이브도 잘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지고 말았다. 내 강점과 약점을 구분해서 간추려봤다.

강점이라고 한다면 드라이브 한방 말고 점수를 줄 만한게 없다.

그러나 약점은 참 많았다.

밋밋한 서비스가 가장 문제였다. 상대방은 내 서비스 리턴에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는 눈치였다. 항상 일정한 곳으로 오는 회전량도 많지 않은 서비스는 셋트가 거듭될 수록 상대방에게 익숙함만 선사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설픈 횡회전 서비스는 쇼트가 좋은 상대에겐 그냥 한점을 헌납하는 것에 가까웠다. 여지없이 내 화 쪽으로 빠르게 넘어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서비스 후 자세를 낮추고 공격의 기회를 엿봐야 하는데 꾸부정 서있을 때가 더 많았다. 그러니 화쪽으로 뻣는 공은 라켓에 맞히지도 못했다.

리시브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특히 횡 회전이 많이 먹힌 서비스에 많이 당황했다. 떠서가는 공이 많아서 상대방에게 3구 공격을 허용하기 일 수 였고, 그나마 탁구대를 벗어난 공이 더 많았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한방 드라이브가 너무 범실이 많다는 것이다. 이게 들어가면 상대방도 잘 못 받는다. 그러나 내 범실로 잃는 점수가 더 많았다. 특히 역회전이 많이 걸려 넘어 오는 공은 여지없이 네트에 꼴아 밖혔다. 상대방은 이런 나를 역이용하는 듯 했다. '그래 걸어라'하고 넘겨주는 그 공을 올타쿠나 하고 냅다 걸면 어떤 때는 넷트에 처밖았고 그렇지 않으면 꿩을 잡으러 가는지 골프공처럼 멀리 날아갔다.

게임이 끝나고 이런 이야기를 짧게 관장님과 나눴다. 물론 맥주는 내가 샀다.

관장님은 맥주를 아주 맛깔나게 드시고는 드라이브를 하는 듯이 팔을 짧게 휘저으며 말씀하셨다.

"니가 너무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니까. 상대방이 공을 널려주는거야. 별로 회전을 많이 주지 않는다는 거지. 그런 공 확 제끼면 어떻게 되겠냐. 바로 나가지. 그리고 커트가 많이 먹은 공은 지금 니 폼으로 넘기기 어려워.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니까 정확히 맞히질 못하는거야. 그러니 헛 빵을 자주 때리지. 어깨를 더 내리고 정확하게 스윙을 해야해. 팔꿈치가 들리면 안되는데 넌 자꾸 팔꿈치가 들려. 라켓으로 공을 때려야 하는데 공이 맞는 순간 라켓이 업어 지잖아. 그러면 공이 두텁게 맞질 않아. 커트 회전이 많이 먹어 들어온 공을 그렇게 치면 백발백중 네트에 꽂아. 뭔 말인지 알겠냐."

음. 가만 생각해보니까 다 맞는 말 같다. 그런데 그걸 게임하면서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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