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나서 피난처로 사용했던 텐트를 1년이 지나서야 철거했다.
아내가 거의 한 달 동안 쌓아둔 짐을 야금야금 정리했다.
옷이며 이불이며 받아둔 후원품을 창고에 재정리했다.
텐트를 철거해 보니 폴대가 부러져 테이핑한 것,
추위를 막아준 덧씌운 비닐,
푹신한 바닥 매트 등
그 당시의 상황이 떠올라 코끝이 시큰하기도 했다.
옷은 4계절을 보내며 산뜻하게 지냈고 이불은 게스트 하우스용으로 귀하게 사용하고 있다.
일부 물품은 게스트 하우스 주방용으로 비치하고 일부는 사택에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냉장고만 옮기면 깔끔하게 정리될 줄 알았는데
풀어 헤쳐보니 전부 빨랫감이라 모르긴 해도 쉴 틈 없이 빨래만 한 것 같다.
후원품은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서랍에 넣었고 쓰다가 남은 건자재도 한쪽으로 옮겼다.
시간이 날 때마다 디딤석과 계단을 고정하고 어쩌다 보니 고무대야로 작은 연못도 만들었다.
아직 물고기는 없지만 수초나 부레옥잠이라도 키우고 싶다.
힘든 일 중에도 준공 허가가 완료되었다는 희소식이 왔다.
할 일은 많고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주말밖에 없어도 느긋하게 준비하려고 한다.
하나하나 준비하는 일도 소일거리로는 딱 좋다.
텐트를 철거한 자리에 옛날처럼 테이블을 옮겨놓았다.
겨우 제자리에 돌아온 듯하지만 그때 그 모습은 분명 아니다.
말씀에 네 몸의 등불은 눈이라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요
만일 나쁘면 네 몸도 어두우리라 하였다.
내 눈과 온몸이 성한 것을 보니 아직은 견딜만한가 보다.
느긋하게 꽃밭도 가꾸고 집주변을 정리하며 여름을 맞고 싶다.
가끔 찾아오는 친구도 좋고 노을 진 저녁에 아내와 차 한잔 나누는 것도 참 좋다.
네 몸의 등불은 눈이라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요 만일 나쁘면 네 몸도 어두우리라[눅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