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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야그

참기름 듬뿍 바른 김

작성자구름나그네|작성시간17.05.25|조회수103 목록 댓글 1

참기름 듬뿍 바른 김

 

동네 마다 김밥 집 간판은 꼭 껴 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어느 김밥집 간판 그대로 김밥 천국이다. 동네 슈퍼에서도 쉽게 만나는 바삭거리는 고소한 김. 너무 흔하여 양파의 효능 모르듯 김이 금 같은 보배임을 우리는 잘 모른다.

원래 김은 바닷물 속에 있는 바위 위에 달라붙어 먼 산이 보일 듯 말듯 조용히 산다. 빼어난 기암경관을 자랑하는 한반도의 남해안일대는 자연 김의 고향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취에 취한 녀석들이라고 "옛다 곶감.“ 하며 쉬이 마음을 열리라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김은 응연하여 웬만한 뜻은 품지도 않는다. 결코 용렬하지 않다. 요즘 흔한 양반 김이란 말이 그냥 생긴 말은 아닐 테다. 오들오들한 계절에 김은 그때서야 비로소 바깥출입 행차이다. 꼬들꼬들한 명태가 선선함을 아끼듯 김 또한 도도한 재질답게 겨울을 사랑한다.

짭짤한 염분, 을씨년스런 바람, 냉담한 추위가 친구라면 친구일 뿐 혹독함이 엄습한 그쯤엔 그 누구도 감히 껴들거나 나서지 못한다. 무동을 탄 부표에 기대서 독수공방 침잠을 자처하는 과묵한 기품은 독야청청하는 귀양처에 양반과 거의 다를 바 없다.

썰물 때면 햇볕을 받고 밀물이 들면 물속으로 잠기고 밤이면 얼고 낮이면 다시 녹는 거르고 참는 결행은 참선이라 해도 무방할 경지이다. 그렇게 하루 28시간씩 40일간 광합성 작용을 과묵히 수행한다. 그런 김은 동장군이 한철을 뽐내며 기승을 부리는 쯤 추위쯤은 별 것도 아니네.’ 하며 달관이라도 한 양 훌훌 물목을 턴다.

이제 막 동안거를 끝낸 것이다. 이윽고 파릇한 봄, 발장에서 두툼히 옷을 꺼내 입고 탐욕에 찬 뭍을 향한다. 스스로 자비가 될 요량이다. 단련한 수행도 여러 길이 있듯 간장을 찍어먹는 재래 김, 참기름을 솔솔 바른 김밥용 김, 돌등에서 자라 거친 돌김, 파래 김 등 설파는 틀리지만 보시는 한결같다.

쓴 설파를 아끼지 않는 파래 김도 괜찮고 비릿한 처신을 그대로 믿는 풋풋한 재래 김도 싫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김밥용 김이 제일 마음에 든다. 모두에게 친하고 무덤덤하고 별 맛이 없다가도 더불어서는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김은 도처 풍습대로 거름 없이 온갖 먹을거리를 다 담아 깔끔한 맛을 보전한다. 개개로 봐서는 그 맛과 멋일까 싶은데 과연 하는 용태가 예사롭지 않으며 뜻이 보시의 참뜻과 일치한다. 보현보살이 바로 이쯤이 아닐까. 청정수행을 한 겸양만으로도 그만이다 싶은데 수수한 품성에 가히 자태는 어여쁜 새색시 수줍음이다.

물론 보시라 하자면 바짝 마른 몸이었다가 제 몸을 불려 국물과 함께 녹아든 연후 용퇴를 분명히 한 멸치를 더 큰 보시라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쯤에 놈을 입에 넣으면 아무 맛도 없는 텁텁하거나 똥이 그대로 들어있어 쓴 맛까지 안겨주는 데서 서운한 감이 없지 않고 살생이 영 마음에 걸린다.

한때 햄버거라는 서양 간식꺼리가 들어왔지만 김밥에 밀려 우리 땅에서 철수를 하였다. 가난한 중생구제의 바른 실천이 김밥 같은 처신이 아닐까싶다. 진정한 보시를 하였음에 설령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여한이 없고 싸다하여도 값지다.

엄동설한을 겨우 견뎌내고 선 자리지만 미련도 없다. 발우공양이란 칭송도 아깝지 않은데 굳이 욕심도 없다. 그러한 김밥은 옆구리 터지는 과오가 중벌인 양 오늘도 참기름 듬뿍 바르고 단무지에 시금치 소시지 계란말이하고 어깨동무하고 소임을 다한다. 단돈 천오백원에. 나는 소활하게 사는 김이 중생구제의 바른 실천이고 이른바 이것이 바로 중생공양이라 믿는다.

 

**삼국유사 문헌에 따르면 김은 해의(海衣), 자채(紫菜), 청태(靑苔), 감태(甘苔) 해태(海笞)라고도 하며 마른김은 건태(乾苔)라 하여 신라 소지왕(485)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먹는 풍습과 나물.복쌈(복리:福裏)은 대보름날에 취나물이나 배추 잎, 혹은 김에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말한다는 기록이 있다,

김의 양식은 1640년 인조 때 전남 광양 태인도의 김여익(金汝瀷)이라는 사람이 해변에 표류해온 참나무 가지에 김이 붙은 것을 보고 양식하기 시작하였다는 내용의 17142월 광양현감 허심이 쓴 김여익 공의 묘표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현재 김 시식지는 19876월 전라남도 기념물 제113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으며 광양시에서는 유일하게 김과 관련한 지정 문화재로 김의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놀이인 '용지 큰줄다리기가' 300여 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다. 이는 일본의 김양식을 시작한 겐로쿠시대(1688~1703)보다 최고 60년전에 김을 양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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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6기 최기창 | 작성시간 17.05.26 김밥은 누구나 좋아하는 밥이다. 가장 맛있는 김밥은 50여년전 제천행 완행열차에서 먹은 맨밥에 김을 두른 것이다.
    그맛은 언제나 잊지 못할 맛이지만 앞으로 21세기는 해조류를 잘관리하여 많은 양을 인류의 식탁에 올리는 일일것이다.
    그만큼 바다는 청정해야돼고 잘 가꾸어야만 식량난이 해결되리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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