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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반갑다, 꿀벌

작성자또자|작성시간26.06.23|조회수16 목록 댓글 0

이른 아침 텃밭에 나갔다. 단호박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반가운 손님이 와 있었다. 벌 다섯 마리가 꽃 속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꿀을 모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는 꿀벌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찬우물로 봄 소풍을 갔다. 한 시간 넘게 걸어 도착한 우리는 나무 그늘을 찾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도시락을 꺼냈다.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싸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그때, 꿀벌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두 마리가 보이더니 곧 열 마리, 스무 마리, 벌들이 셀 수 없이 많아졌다.

 

도망가!”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모두 일어나 손을 휘저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선생님들도 놀라 벌에 쏘인 아이들의 상처에 가져온 소주를 몽땅 들이부으며 응급처치에 나섰다. 나도 머리와 팔을 벌에게 쏘여 탱탱 부은 채 김밥은 먹지도 못하고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은 기후변화로 인해 꿀벌이 많이 사라졌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꿀벌이 멸종되면 지구도 위험해진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들린다. 꿀벌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는 나도 이런 소식을 들으면 은근히 걱정이 된다.

 

앞마당 화단에는 꽃이 많이 피었지만, 찾아오는 꿀벌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벌들을 기다리며 화단 가득 샤스타데이지도 심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올해는 벌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꽃향기가 마음에 들지 않나? 벌이 좋아하는 꽃은 무엇일까?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궁리를 하게 된다.

 

그러던 참에 오늘 아침, 단호박꽃 속에서 벌 다섯 마리를 만난 것이다. 작은 몸으로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모습을 보니 반갑고도 고마웠다. 인간이 망쳐 놓은 이 지구에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남아 주어서 고맙고 또 고마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다섯 마리가 열 마리, 스무 마리, 수백 마리가 되어 예전처럼 다시 많아지기를.

 

우리도 지구가 다시 살아나도록 노력할게.

 

반갑다, 꿀벌아!

 

 

 

2026. 6. 21.

단호박 꽃에 찾아 온 꿀벌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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