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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붕래선생님 글방

2. 츠판러마

작성자김붕래|작성시간26.06.10|조회수14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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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츠판러마

 

1939년 미국의 일인당 국민 소득이 1000 불이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아직까지 대작의 반열에 우뚝한 비비안리가 열연한 영화를 그들은 ‘난세가인(亂世佳人)’이라 명명했다. 남북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농장과 사랑과 남부 명문가의 영광을 바람과 함께 상실한 난세 미인의 이야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중국 제목이다. 대단한 함축력을 지닌 의역이다.

 

근심 걱정도 용광로에 녹였는지 인사말 또한 넉넉하다. 그들의 하루는 츠판러마(吃飯了嗎 - 식사하셨습니까)로 시작된다. 문화혁명 때는 ‘식사는 하고 오셨겠지요?’로 바뀐 적도 있다고 하지만. 먹으면서는 만만츠(慢慢吃 - 천천히 드세요)라고 한다. 식탁의 음식은 남아야 손님 대접이 융숭한 것이다.

서태후는 100명의 요리사를 두었는데 그들을 예술가라 부르며 후대했다. 그녀의 한 끼니 식탁엔 주식 89가지, 부식 123가지가 올랐다고 기록은 남기고 있다. 600가지 재료로 8,000가지 요리를 만드는 놀라운 재주를 그 예술가?들은 가지고 있다. 의식주 중에서 먹는 것을 최상으로 치는 그들의 민족성답다.

 

헤어질 때 만조우(慢走 - 천천히 가세요), 약속을 잘 못 지킨 사람에게 메이꽌시 만만라이(沒關係 慢慢來 - 괜찮아요 천천히 오세요)라고 한다.

차부뚜어(差不多 -차이가 없다. 좋은 게 좋다) - 모두가 만만디다. 대해불기(大海不棄)- 흙탕물이라 피하지 않고, 맑은 물이라 반가운 내색도 않으면서, 그들은 오늘도 세계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중화사상의 용광로 속에 녹이고 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가 어떻고,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이 역사를 50년 후퇴시켰다고도 하지만, 부잣집 광 속에서 쌀 한 섬, 더하나 덜하나 다를 게 없다. 그게 그거다. 차부뚜어- 광이 넓으니까 쥐도 먹고 살게 마련이고 쥐가 있으니 고양이도 찾아온다. 통신 위성으로 전 세계 전파를 받아들이면서도 우마차가 30층 빌딩 아래로 태연히 지나갈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慢慢的-이제 만만디가 그들의 부끄러움이 아니고, 콰이콰이(快快)가 우리의 자랑거리일 수는 없다. 一樹가 十種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이 흐르다 보면 도랑은 저절로 생긴다. 황하도 유유히 황해로 빠져들고(萬折必東), 양자강도 도도하게 흘렀다. 한강을 굽어봐도 서둘러 흐르지는 않는다. 느긋하다는 것은 자신감이며, 내일에 대한 확신이 아니겠는가?

 

새해는 꽁시파차이(恭禧發財)라는 덕담으로 시작된다. 돈 많이 벌라는 뜻이다. 그들은 9자를 좋아했다. 자금성도 만에서 하나를 뺀 9,999개의 방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서는 8자(字)를 더 좋아한다. 팔(八)의 발음이 발재(發財)의 ‘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평범한 어휘 하나에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중국적인 혼과 넋을 지니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경이롭다.<愚川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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