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관찰 다큐 ‘반짝이는 박수 소리’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입술 대신 손으로 말하는 젊은 남녀가 있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던 젊은 청년과 선생님이 되고 싶던 숙녀는 곧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청각장애를 가진 그들은 꿈을 이룰 수 없었기에 청년은 목수로, 숙녀는 미싱사가 되어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 그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어 예쁜 딸과 건강한 아들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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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감독 이길보라의 부모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부모와 세상 사이를 통역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했다. 자신과 부모를 향한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항상 또래보다 먼저 생각해야 했고 그 생각을 정리해 글로 썼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에는 이 가족만의 독특하고 유쾌한 세상살이가 담겨 있다.
장애인 소재의 다큐멘터리라면 쉽게 연상되는 콘셉트가 고난과 역경이다. 그러나 감독은 자신이 직접 담아낸 가족의 꾸밈없는 모습으로 새로운 형식의 가족 관찰 다큐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탄생시켰다. 18세 로드스쿨러가 26세 다큐 감독이 되기까지, 이길보라 감독의 반짝이는 자전적 스토리가 돋보이는 영화다.
“들리는 세상과 들리지 않는 세상 사이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엄마, 아빠의 입과 귀가되기 위해 일찍 철이 들었고, 장애인 자녀로서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강권하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뭐든 열심히 했던 모범생 그녀는 고교 입학 1년 뒤 학교를 자퇴하고 돌연 인도로 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당당히 로드스쿨러(Road-schooler)의 길을 선택한 그녀는 18살에 홀로 8개월간 인도 등 아시아 8개국을 여행하며 책을 쓰고 영화를 찍었다. 19살에 첫 중편 다큐 <로드스쿨러>(제7회 대한민국청소년미디어대전 관객상, 제2회 대전독립영화제 장려상 수상)는 그렇게 탄생하게 됐고 그녀는 비로소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청각장애 부모에게 태어난 것이야말로 이야기꾼의 선천적 자질이라 굳게 믿는 그녀는 당당히 다음 행보를 이어간다. 어릴 적 수화 통역을 통해 사람들에게 부모의 말을 대신 전했다면, 이제는 세상을 향해 소통하기를 원하는 것. 이에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단순히 청각장애 부모와 그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또 다른 세상이 기존의 세상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2014여성인권영화제 관객상, 2014장애인영화제 대상, 2014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 4월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