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사뉴스 이은영입니다
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 의회 합동연설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침략의 과거사를 끝내 외면했습니다.
한국시각으로 지난달 30일, 미 워싱턴 DC 하원 본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가진 아베 총리는 전 세계가 주목한 역사적인 연설에서, 한국, 중국 등 일본이 과거 침략 전쟁으로 아시아 국가들에 가했던 고통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사죄는 커녕, 침략은 고통을 줬다라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사과를 하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미국인에 대한 강도 높은 사과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미 의회 합동연설 무대에 선 아베는 '희망의 동맹으로'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워싱턴 D.C 국립박물관의 2차 세계대전 기념물 '자유의 벽'을 방문했다면서 "이 벽에 박힌 수천 개의 금빛 별들이 자유를 지키다가 사라진 자랑스러운 희생의 상징이라고 믿는다"며, "이 별들에서 고통과 슬픔, 그리고 숨지지 않았다면 행복하게 살았을 미국 젊은이들의 사랑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역사는 냉혹하고, 깊은 후회의 마음으로 그곳에서 한동안 묵념했다"며,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신해 전쟁터에서 쓰러진 모든 미국인의 영혼에 깊은 경의와 영원한 애도를 보낸다"며, 과거 일본이 벌인 전쟁과 이로 인해 희생된 미국인들에게
정중한 사과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주변국 향한 과거사 사죄 없었다
미국인들에 대한 강도높은 사과와 달리,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빠졌습니다.
사죄 표명 대신, 뜬금없이 또한 국가 안보를 거론하며 "전쟁은 늘 여성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다"며 "우리 시대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침해받지 않는 세상을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해 일본군 위안부 사죄를 피해 갔습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올 여름까지 안전 보장 관련 법안을 반드시 정비할 것"이라고 천명하며 "이를 통해 미·일 동맹이 공고화될 것이고 아시아 지역 평화를 위한 확실한 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에 관해서도 "TPP가 양국의 경제적 이익을 넘어 안보로 이어져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TPP의 전략적 가치는 눈부시며, 결코 잊지 않겠다"고, 미국과의 경제 동맹까지 과시했습니다.
또 "미·일 동맹은 테러리즘, 감염, 재난, 기후 변화 등 새로운 이슈에 함께 대응하는 시대를 맞이했다"며, "미국이 전 세계에 주는 최고의 자산은 과거나 지금, 미래에도 희망이며 우리의 동맹을 '희망의 동맹'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세계를 더 훨씬 좋은 곳으로 만들자, 함께라면 분명 가능하다"고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희망의 동맹으로'라는 연설문의 제목이 상징하듯 미 의회 합동연설을,
미국과의 동맹 격상과 이를 통한 일본의 역할 확대 등을 선언하는 장으로 한껏 활용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등 주변국에 대한 사죄를 또 한 번 외면했다고 비판하면서, 진정한 사과 없이 주변국과의 파트너 관계를 언급한 것은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아베 연설 방청
2007년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은 아베 총리의 연설 직후 성명을 통해,"아베 총리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종군 위안부나 성 노예를 직접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는 20만 명이 넘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모욕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70년 동안 솔직하고 겸손한 사죄를 기다린 이용수 할머니가 아베 총리의 연설을 지켜봤다"며, "할머니가 끝내 사죄를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87살의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역사의 산증인, 이용수 할머니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선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의 초청으로 아베 총리의 의회 합동연설을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아베총리의 진심어린 사죄를 기다렸던 이용수할머니는 연설이 끝난 후 회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도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16살 때 일본군에 끌려가 강간과 고문을 당한 사연을 낱낱이 소개했습니다.
의원들도 나섰습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 25명은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죄를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해 주미 일본대사에게 전달했습니다.
의원들은 식민지 지배를 사과하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고노 담화를 재확인하고 인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베총리는 미국인들에 대한 강도높은 사과와 달리,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식민 지배와 위안부에 대한 사죄는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처사인 것입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53명으로 줄었습니다.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과는 상대가 납득할 때까지, 이제 됐습니다. 할 때까지 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베총리는 하루 속히 살날이 얼마남지 않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진심어린 속죄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시사뉴스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