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쩌면 끝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이라면 목표가 있고,
공사라면 완공이 있으며,
시험이라면 합격이라는 결과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복지시설의 운영은 다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마치면 내일 또 해야 할 일이 생기고,
한 달을 무사히 보내면 또 다음 달이 시작되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하면 또 새로운 한 해가 기다리고 있다.
언제쯤 끝이 날까 생각해 보면,
사실 끝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입소장애인들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그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일도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이 길은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 걸까."
"과연 나는 언제쯤 마음 편히 내려놓을 수 있을까."
수십 년 동안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예산 걱정도 있었고,
인력 문제도 있었으며,
예상하지 못한 사고와 위기 앞에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입소장애인들이 아프면 내 일처럼 마음이 무너졌고,
직원들이 힘들어하면 책임감에 가슴이 무거웠으며,
시설의 미래를 생각하면 늘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어느새 내 삶의 가장 좋은 시간과 열정은 모두 이곳에 쏟아부어졌다.
젊은 날의 시간도,
가족과 보내지 못한 수많은 날들도,
편히 쉬지 못했던 휴일들도,
어쩌면 모두 이 길 위에 놓여 있다.
그래도 이상하게 후회는 없다.
힘들고 지치고 때로는 억울할 때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고,
내가 아니면 이 아이들과 이 시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가끔은 두려워진다.
이 길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 때는 정상이라도 보이는데,
시설 운영은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도 없다.
늘 지금처럼 책임져야 하고,
늘 지금처럼 고민해야 하며,
늘 지금처럼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
그래서 시설장은 종종 외로운 사람이다.
아무도 모르는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힘들고,
입소장애인 가족들도 힘들지만,
시설장은 또 다른 의미의 무게를 안고 살아간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예산은 부족하지 않을까.
직원들은 지치지 않을까.
입소장애인들은 안전할까.
이 걱정은 퇴근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집에 가도,
휴가를 가도,
잠을 자다가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그래서 시설 운영은 직업이 아니라 삶이 되어 버린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어려운 것이다.
언제 그만두어야 하는지,
언제 내려놓아야 하는지,
언제 마무리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이 길은 원래 끝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
끝이 있어서 가는 길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걸어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안전하게 지냈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고,
오늘 하루 웃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가치가 있으며,
오늘 하루 아무 사고 없이 지나갔다면 그것이 바로 성과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큰 성공만 기억하지만,
복지현장의 진짜 성공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평범한 하루에 있다.
그 평범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바쳐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그 길을 걸어왔다.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다시 아침이 오면 시설 문을 열고,
입소장애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며,
또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일 년이 되고,
일 년이 모여 어느덧 수십 년의 시간이 되었다.
돌아보면 내가 시설을 운영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시설이 내 인생을 만들어 준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끝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삶을 지켜낸 시간들이었고,
누군가의 행복을 만들어 준 날들이었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이 사람답게 살아온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비록 끝은 보이지 않아도,
비록 언제 마무리할지 알 수 없어도,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 하루를 살아내자.
인생의 모든 길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길은 그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의미가 된다.
그리고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며 걸어온 이 길은,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가치 있는 길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