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서류가 어렵지만, 그래도 내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도 행정서류가 쉽지 않다.
시설을 운영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할 때면 부담이 되고, 평가자료를 준비할 때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예산서와 결산서, 각종 보고서와 실적자료를 정리하다 보면 "왜 이렇게 해야 할 서류가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나는 원래 책상 앞에 앉아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입소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현장을 살피고, 시설의 안전을 챙기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일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행정업무는 늘 나에게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설을 운영하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행정서류는 단순히 서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서류가 귀찮고 힘든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업계획서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이었고, 결과보고서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를 기록하는 역사였다.
예산서는 돈의 사용계획이 아니라 입소장애인들의 삶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설계도였고, 회계자료는 후원자와 사회에 대한 책임과 신뢰의 증거였다.
결국 행정서류는 종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일을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씩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서류를 "해야 하는 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남겨야 하는 기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입소장애인들과 나들이를 다녀온 사진 한 장.
생일축하 행사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
안전교육을 실시한 기록.
후원자들이 보내준 따뜻한 마음.
이 모든 것들이 그냥 지나가 버리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만 기록으로 남기면 시설의 역사가 된다.
그래서 이제는 행정서류를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우리 시설의 발자취를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여전히 어렵다.
새로운 지침이 나오면 이해하기 어렵고, 평가 기준이 바뀌면 부담스럽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물어보고, 배우고, 도움을 받는다.
예전에는 "내가 이것도 모르나" 하는 생각에 혼자 끙끙 앓았지만 지금은 "배우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다양한 정보기술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하고, 보고서의 틀을 만들고, 자료를 체계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행정은 재능보다 습관에 가깝다.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부담이 되지만 조금씩 기록하고 정리하면 어느 순간 큰 자료가 되어 있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행정서류를 두려워하기보다 시설 운영의 또 다른 기록 활동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입소장애인들의 삶을 기록하고,
직원들의 노력을 기록하고,
후원자들의 사랑을 기록하고,
시설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
그렇게 생각하면 행정도 조금은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여전히 행정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잘하려고 하기보다 꾸준히 하자."
"완벽하려고 하기보다 기록하자."
"서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설의 역사를 남긴다고 생각하자."
이 마음으로 앞으로도 하나씩 배우고, 하나씩 정리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까지 작성한 수많은 보고서와 계획서, 평가자료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행정이 쉬워서 한 것이 아니라, 입소장애인들을 사랑했기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