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 아이들에게 참 힘든 거구나.’
한 달 동안 5학년 우리 반 아이들과 한 것은 토론의 기초를 다지기였다. 아이들이 익히는 토론의 기초는 크게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토론의 요소을 알아보았다. 주장(입론)과 교차질의 또는 교차조사을 요소를 익혔다. 토론이 이런 요소로 이뤄진다는 정도를 알게 되었다. 물론 주장하는 글(입론)을 어떻게 쓰는 지, 질문은 어떻게 하는 가도 제대로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다른 하나는 토론 형식을 익혔다. 1:1토론, 2:2토론, 전체토론의 형식을 익혔다. 형식에 맞게 찬성과 반대로 오가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토론하는 것을 익혔다.
또한 논제를 분석하며 주장하는 글 찾기를 공부했다. 아이들과 칠판에 써며 함께 기초를 다졌다. ‘기념일’ 논제로 4단 논법 절차(주장-근거-설명자료-정리)를 따라가며 근거까지 찾았다. 그리고 경험에서 설명자료를 찾아 주장하는 글을 썼다. 또 ‘일기’, ‘스마트폰’ 논제는 생각그물로 근거를 찾았다. 생각그물 작은 가지에서 설명 자료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도록 했다.
우리 아이들이 함께 자료를 찾으며 쓴 주장하는 글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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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친구가 기념일에 저에게 선물을 줘서 더 친한 친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기념일을 챙기고 친한 친구가 되면 더욱 기분이 좋아질 것입니다. 또 모두에게 골고루 선물을 주면 공평해지므로 속상한 친구들도 사라질 것입니다. (5-3 권유민)
기념일은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못 받는 사람은 속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제가 4학년때 초콜릿을 못 받은 친구의 표정이 속상한 표정이었기 때문에 저는 교실에서 기념일은 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5-3 김진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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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기는 매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기의 뜻은 날마다 쓰는 삶의 기록이다. 왜 날마다 써야하는지를 설명하겠습니다. 일기를 쓰면 기록이 남아 기억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제가 친구랑 채팅하던 중 "넌 2학년 때 무슨 쌤이었어?" 까먹었던 저는 일기를 찾아서 알고 "어 000쌤인데, 남자쌤인데 되게 무서웠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일기를 매일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5-3 김은진)
제가 왜 일기를 매일 안 써도 되는지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학원을 몇 개 다니는데 학원숙제가 많아 학원숙제, 문제집, 독서록 등을 하다보면 시간이 엄청 빠르게 갑니다. 그런데 일기를 생각하는 시간 30분, 쓰는 것 30분, 이렇게 되면 나머지 숙제들을 할 시간이 부족해 나머지 숙제들을 못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일기를 매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5-3 김다현) |
위의 네 개의 글은 모두 수업시간에 만든 근거를 바탕으로 썼다. 그리고 그 까닭(설명자료)을 자기 경험을 떠올려 쓴 글이다. 지난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물론 자세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힘들어하지 않고 글로 썼다.
그래서 조금 더 나아가보자는 생각을 가졌다.
“주장을 받쳐주는 근거를 지금까지는 여러분 경험에서 찾았는데, 이제 참고자료로 찾아보세요. 참고자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책이나 신문이요.”
“그래요. 신문 기사를 찾거나 책에서 찾아보도록 하세요. 부모님에게 여쭤보는 것도 좋아요.”
그러고서 주말을 포함해 며칠이 지났다. 써 온 글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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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날마다 쓰는 삶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2005년 1월 5일 15:08분 소년한국일보에 따르면 일기를 계속 쓰면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고, 일기를 쓰면서 그날에 있었던 일을 반성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어렸을 때의 일을 일기를 통해서 생생하게 살려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기를 매일 써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5-3 김나현) |
나현이는 어린이 신문을 참고했다. 그런데 일기를 날마다 써야 한다는 근거가 글쓰기 실력, 반성, 어릴 때 기억에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신문 기사도 설명 자료라 볼 수 없다. 근거에 더 가깝다. 아직 근거와 설명 자료의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근거와 설명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글을 하나 더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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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날마다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기를 쓰면 좋은 점 1.국어실력이 좋아진다. 2. 단어실력이 늘어난다. 3. 생각하는 힘이 발달한다. 4. 날카로운 관찰력이 키워진다. 제가 경험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4학년 때 일입니다. 그때 일기를 매일 써서 그때그때 있었던 일을 일기를 통해서 자신이 했던 일생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기는 날마다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5-3 백지은) |
지은이 글이 근거로서 자기주장을 펼친 글로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다. 근거를 네 개 가져왔다. 그 근거도 말이 어렵다. 자기 글이 아닌 게다. 경험은 앞에서 드러낸 네 가지 근거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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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날마다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특별히 쓸 게 없어 계속 생각하다보면 일기 쓰기가 더욱 더 싫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교와 학원 숙제 때문에 편안하게 쉴 시간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동안 일기까지 쓰려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없는 시간을 내서 좋은 글감을 찾는 일이 쉽지도 않고 귀찮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기를 날마다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5-3 박유석) |
유석이 글도 마찬가지다. 일기가 싫어지고 스트레스 쌓이고, 쉴 시간 없고, 글감 찾기 귀찮다는 근거만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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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날마다 쓰면 좋지 않다고 생각 합니다. 왜냐하면 뉴사이언스닷컴을 보면 일기 쓰기가 해롭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글래스오칸 레도니안 대학의 엘라인 던컨이 지난 수요일 영국 심리학회에서 발표한 바 일기를 정기적으로 쓰는 사람의 정신 건강이 훨씬 나빠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던컨이 또 실험을 하였는데 예상 외에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일기쓰기가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믿지만 실은 정반대일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일기를 날마다 쓰는 것에 반대합니다.(5-3 김민성) |
민성이 글은 자기가 생각하는 근거가 없다. 뉴사이언스닷컴에서 말한 주장을 근거로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 결과를 설명 자료로 들었다. 이건 글 속에서 글 쓴 사람, 민성이가 드러나지 않게 한다. 아주 잘못된 글쓰기다. 그냥 자기 경험으로 쓸 때보다 더 나쁜 글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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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일기를 날마다 써야 한다에 찬성합니다. 일기는 날마다 쓰는 삶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일기를 쓰면 그날 했던 일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07년 8월 23일자를 보면 ‘초등학생 1학년짜리 아들을 둔 주부는 요즘 일기를 지도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은 쓸 게 없다며 핑계를 댄다.’ 나는 평범한 것이어도, 일기는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5-3 양현서)
일기는 매일매일 안 써도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일기를 쓰면 커서 추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추억을 남기면 커서 많이 보면 뿌듯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축구대회에서 우승해서 커서까지 트로피를 갖고 있으면 뿌듯합니다. 그래도 일기 말고 사진 등 다른 걸로 남겨도 됩니다. 2007년 8월 23일자 뉴스를 보면 아이가 일기가 쓸 게 없으면 툴툴대면서 엄마한테 짜증을 내면서 화풀이를 합니다. 이렇게 엄마랑 싸우니 추억보다 모자 사이나 가족 사이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5-3 박준환) |
현서와 준환이의 글은 주장의 근거와 전혀 맞지 않은 신문 기사를 가져왔다. 근거는 삶의 기록이라면서, 신문 기사는 글감을 찾지 못하는 아이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찬성 편의 자료로 어울리지도 않는다. 준환이의 글도 마찬가지다. 근거와 관련 뉴스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준환이 글에서는 안 써도 된다는 반대편의 근거로서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부터가 맞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아직 5학년이라는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탓이다. 한 달 동안 근거와 설명 자료를 했지만, 아직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게다. 이건 내 탓일 수밖에 없다. 다시 조금씩 아주 천천히 가야 한다. 그리고 경험으로, 삶에서 주장을 말하도록 논제를 선정하고 주장과 근거를 찾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토론이 재미있다고 하는 아이들이다. 이렇게 성급하고 무리한 요구로 아이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토론을 싫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가 욕심내면 아이들을 망친다. (201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