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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란?

토론수업을 축구수업처럼

작성자이영근(초참)|작성시간26.06.23|조회수16 목록 댓글 0

“축구 네 시간 지도할 수 있나요?”
힘들다고 답하는 선생님이 많다.

“토론 네 시간 지도할 수 있나요?”
어렵다고 답하는 선생님이 많다.

축구와 토론은 전혀 다른 분야다. 그렇지만 교사들이 지도하기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까닭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름 아닌 ‘이론과 실제’ 때문이다. 이론으로는 규칙과 용어가 너무 어렵고, 실제로는 축구나 토론해 본 경험이 없다. 이론을 잘 모르고 실제 해본 적이 없기에 지도하기 힘들고 어렵다.

“선생님, 축구하고 싶어요.” 

해마다 학생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며 간절한 바람이다. 이때 교육과정을 핑계로 안 된다고 답할 때가 많겠지만, 가끔은 “그러렴.” 하며 축구 할 시간을 주곤 한다. 축구를 잘 알지 못해도 학생들이 축구를 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고, 나름의 방식으로 지도도 한다. 이때 학생들은 공 따라 몰려다니며 뛴다. 일명 [떼 축구]라 한다.

이런 학생들 개떼 축구 방법을 살피며, 토론수업에도 그대로 적용해 보려 한다. 

우리가 교실에서 축구를 지도할 때 정식 축구 이론(규칙)을 그대로 따르는가? 그렇지 않다. 오프사이드 같은 복잡한 규칙은 과감히 없앤다. 스로인(공을 머리 뒤에서 앞으로 던지기, 두 발을 땅에 붙이기, 던지는 방향으로 몸 돌리기 등) 규칙도 일일이 따지지 않는다. 골키퍼가 공을 차는 규칙(직접 공 잡으면 들고 차고, 라인을 벗어난 공은 바닥에 놓고 참)도 눈감아 준다. 규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키는 규칙은, ‘공을 손으로 잡지 않는다’ 정도다. 물론 골키퍼는 예외다. 이 정도만 지켜도 충분히 축구다. 왜?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축구이니까. 

이제 토론 이론으로 가보자. 토론 형식은 크게 링컨-더글러스, 의회식, 세다(CEDA), 칼 포퍼,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이 엄격한 형식을 교실에서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짝 토론, 둘둘 토론, 전체 토론처럼 시간은 짧게, 진행은 간단하게 바꿔서 한다. 입안, 반박, 교차조사-교차질의 같은 전문 용어도 그대로 쓰지 않는다. 반박은 과감히 빼고 입안과 교차조사-교차질의만 남긴다. 그 용어 이름마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주장과 질문’으로 바꿔 부른다. 왜? 축구와 마찬가지로 ‘초등학생’들이 하는 토론이기 때문이다. 이때 입안도 논설문 형식을 버리고 4단 논법으로 간단하게 한다. 논제 역시 어려운 상식보다는 학생들 삶에서 가져오고, 근거 자료도 학생들이 직접 겪은 경험을 활용하도록 한다. 이를 [말랑한 토론]이라 한다. 말랑한 토론이면 초등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토론할 수 있다. 

이처럼 초등학생들에게는 축구든 토론이든 이론(규칙)을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다. 규칙에 맞지 않는 ‘개떼 축구’일지라도, 이를 통해 축구에 재미를 붙인 학생은 스스로 축구 클럽을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에서 자연스럽게 규칙에 맞는 축구를 배우게 된다. 토론도 마찬가지다. ‘말랑한 토론’으로 하는 교실 토론이 즐거웠던 학생은 전문 기관을 찾거나 스스로 토론 공부를 이어갈 것이다. 또 중·고등학교에서 점차 형식과 논리를 제대로 갖춘 토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학교 현장에는 축구를 직접 해본 선생님이 많지 않다. 토론도 마찬가지다. 토론을 경험해본 선생님은 많지 않으며, 일상에서 늘 토론을 경험하는 선생님은 더더욱 없다. 축구를 직접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앞서 말한 ‘말랑한 규칙’ 안에서 얼마든지 축구를 지도할 수 있다. 토론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토론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말랑한 토론’을 이끌어갈 수 있다. 다만 축구는 텔레비전 중계로 장면이 워낙 익숙하고, 이미 따로 배워서 즐기는 학생도 많기에 잘 몰라도 지도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반면 토론은 교사나 학생 모두 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니 토론수업을 지도하기 전, 관련 자료나 영상을 미리 눈여겨보아 두면 좋다. 만약 교사가 직접 토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더없이 좋은 준비일 수 있다. 교사가 먼저 익숙해지는 만큼,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한층 더 자신 있게 토론을 안내하고 지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축구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땀 흘리며 달린다. 그렇듯 이론에 메이지 않은 말랑한 토론으로 학생들은 제 목소리를 당당하게 낸다. 어렵고 두렵기까지 한 토론, 딱딱한 이론보다 학생들 삶으로 시작한다면, 아름다운 이야기꽃이 필 것이다. 그 속에서 학생들도, 우리 선생님들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우리 교실만의 ‘개떼 축구’와 ‘말랑한 토론’을 응원한다.

*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jzxH_Dqgb-I?si=yOtrchUzZiSGUG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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