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는 사람

작성자염서윤|작성시간26.06.19|조회수39 목록 댓글 0

1부: 세상에서 가장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는 사람

 

세상은 저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갑니다. 그 숨 가쁜 질주 속에서 누군가는 속도를 맞추지 못해 뒤처지고, 누군가는 홀로 남겨진 외로움 속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몸이 아파도 돌볼 이가 없고, 마음이 무너져도 하소연할 곳 없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소외된 이웃’이라 부르지만, 주님의 눈에는 그저 ‘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가녀린 내 자녀’일 뿐입니다.

 

여기, 세상이 외면한 그 나지막한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전국 방방곡곡을 소리 없이 누비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중앙총회 소속 벧엘교회 박태윤 목사의 이야기입니다.

 

박 목사의 사역 현장에는 거창하고 화려한 교회 건물이 없습니다. 대신 그의 손에는 작은 보청기 가방 하나가 들려 있습니다. 그에게 보청기는 단순히 귀가 어두운 분들에게 소리를 찾아주는 기계가 아닙니다.

 

세상의 모진 바람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이들의 인생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잃어버린 삶의 온기를 되찾아주는 ‘사랑의 매개체’이자 ‘주님의 초대장’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찾아와 청력을 검사하고 보청기를 상담합니다.

하지만 박 목사는 기기를 건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삐- 소리가 나는 기계음 너머로, 그동안 들어주는 이 없어 가슴 깊은 곳에 켜켜이 쌓여온 어르신들의 쓸쓸한 인생 이야기를 먼저 듣습니다.

 

보청기에 낀 먼지를 세심하게 털어내고, 습기를 제거하고, 다루기 힘든 블루투스 기능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그의 손길 속에는, 이웃들의 멍든 가슴까지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싶어 하는 깊은 사랑이 배어 있습니다.

 

그의 발걸음은 멈추는 법이 없습니다.

충남 부여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그의 발걸음은 광명, 인천, 수원, 동탄, 평택을 지나 서울, 의정부, 금산, 안산, 강남, 고양시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남쪽 끝 경남 산청과 거제도, 김포, 전남 무주, 파주, 여주, 원주, 대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랑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습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공식적인 봉사 시간만 40여 시간이 훌쩍 넘지만,

시계 바늘로는 도저히 다 셀 수 없는 눈물과 감동의 시간들이 그 길 위에 촘촘히 새겨져 있습니다.

 

2부: 삶의 가장 깊은 곳까지 함께 걸어가는 동행

 

박태윤 목사의 사역은 이웃들의 삶 가장 깊숙한 곳, 가장 아픈 문턱을 함께 넘어설 때 더욱 빛이 납니다.

 

나이가 들어 무릎 연골이 다 닳아버린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극심한 통증과 싸워야 하는 그분들은, 치료비가 없어 그저 방 한 칸에 누워 방바닥을 긁으며 세월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박 목사는 그 외로운 방문을 열고 들어가 어르신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사회복지 자격을 활용해 지자체 행정복지센터를 제 집처럼 드나들며 ‘긴급의료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백방으로 알아 보았습니다.

 

서류 몇 장으로 끝나는 행정이 아닙니다.

박 목사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직접 차에 태워 외과 병원으로 향합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받는 긴장된 순간에도 곁을 지키며, 의사 선생님과 함께 현재 무릎 상태를 면밀히 상담하고 수술 날짜를 잡습니다. 관공서를 동행하며 필요한 입원 서류를 떼어주고, 마침내 수술실로 들어가는 어르신의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쥐어주는 이도 바로 박 목사입니다. 수술 후 쓸쓸한 병실에 홀로 남지 않도록, 필요한 생활 필수품을 정성껏 사다 나르는 일까지, 그의 손길은 마치 친자식보다 더 따뜻하고 세심합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비바람을 피할 번듯한 보금자리가 없어 불안해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평택에서 성남 LH 본부까지 어르신들을 모시고 단숨에 달려갑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임대아파트 입주 신청 서류를 꼼꼼히 적어와 관공서에 대신 접수해 주고, 마침내 새 보금자리로 이사하는 날에는 두 손을 걷어붙이고 짐을 나릅니다.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수많은 비용과 이웃들의 집안에 필요한 물품들은 모두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놀랍게도 박 목사는 보청기를 전하며 남는 작은 이익금들을 한 푼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고스란히 이웃들의 수술비와 이사 비용, 생필품을 사는 데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에게 재물이란 움켜쥐어야 할 부가 아니라, 흘려보내야 할 하나님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따뜻한 반찬 한 가지를 만들어 셋이서 오순도순 나누어 먹고,

마침내 인생의 가장 마지막 순간인 장례식장에서 영원한 이별의 배웅을 마칠 때에야, 비로소 박 목사가 맡은 한 사람의

사역이 마무리됩니다.

 

3부: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푸른 바다 같은 사랑

 

세상에는 육체의 아픔보다 더 무서운 마음에 병을 가진 이들이 참 많습니다.

짙은 우울증의 수렁에 빠져 방 문을 걸어 잠근 사람들, 알코올에 의지해 상처를 잊어보려 장망치듯 살아온 사람들.

박 목사는 카카오톡을 통해 들려오는 그들의 외롭고 위태로운 구조 신호를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분이 계신 곳이 아무리 멀어도 상관없습니다. 주님이 가라 하시면 저는 갈 뿐입니다.”

 

우울감이 심한 이들은 대개 끼니를 거르고 햇볕을 보지 못해 마음의 그늘이 더 깊어집니다.

박 목사는 멀리서 찾아와 그들의 손을 잡고, 숯불 소고기를 맛있게 구워 그 분앞에 가지런히 놓아줍니다.

 

그리고 예쁜 카페에 앉아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가슴속 응어리들을 밤새 들어줍니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가 있으면,  OO 작은 여관방에서 함께 하룻밤을 지새우며 곁을 지킵니다. 그리고 이른 새벽, 그 상처 입은 영혼을 차에 태우고 푸른  바다로 향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와 싱그러운 초록빛 숲,

가슴을 뻥 뚫어주는 맑은 자연의 공기를 마시게 하며 굳어있던 영혼에 숨통을 틔워줍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동네 어귀에서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카페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비로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집니다.

 

이 다정한 동행은 차갑게 얼어붙었던 이웃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여내며,

그들이 다시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갈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되어줍니다.

 

사실, 이 사역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어 고속도로 휴게소 차 안에서 웅크려 잠을 청해야 했고,

며칠 만에 찾아간 찜질방에서는 피곤에 지쳐 코를 골았다는 이유로 밤중에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박 목사는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을 입에 달고 삽니다.

지금은 숙박 앱을 통해 깨끗한 여관방에서 편히 잘 수 있는 방 한 칸을 주셨고, 아픈 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고기 한 점 사드릴 돈을 채워주시니 그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라며 환하게 웃음 짓습니다.

 

박태윤 목사가 이토록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던져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놀라운 기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하나님의 은혜로, 중환자실에 6개월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누워있던 그에게 주님은 기적처럼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기에, 그는 주님이 가라 하시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기쁘게 순종할 수 있는 굳건한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박 목사와 늘 동행하는 사모(하나님의 중매)는  눈에 보이는 크고 화려한 건물을 세우는 교회를 꿈꾸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처해 무너져 내린 ‘그 한 사람’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다시 세우는 것

, 그리고 그가 거친 세상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박 목사에게 맡기신 진짜 사명입니다.

 

전국에 꼭 만나야 할 아픈 영혼들을 찾아 쉬지 않고 달리기 때문에,

그의 사무실은 한 달에 겨우 여섯 번 남짓 문을 엽니다. 그러나 박 목사는 문 닫힌 사무실 대신, 길 위에서, 병실에서, 바닷가에서 살아 숨 쉬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매일 온몸으로 느낍니다.

 

우리의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큰 기적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로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으며, 주님이 주신 사명이기에 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소외된 이웃들의 손을 잡고 묵묵히 걸어가는 박태윤 목사의 발걸음은 오늘도 이 차가운 세상에 가장 따뜻한 천국의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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