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대한민국 서울에 한국 건축계의 이목이 쏠리게 되는 주택이 한채 들어섰습니다.
守拙堂! 수졸을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어리석음을 벋어 나지 못하고 우직하게 고집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이보다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大巧若拙(대교약졸 '큰 솜씨는 마치 서툰 듯하다')에서의 졸과 같은 맥일것이라 생각됩니다.
즉 소박함과 초심을 지키는 삶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의 집이라는 해석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이는 건축가 승효상님의 에세이집인 '貧者의 美學'을 읽어 보면 어렵지 않게 유추할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빈자도 가난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비울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 주택은 한국 건축계의 큰 화제가 되었고 지금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집의 주인(고상하게는 건축주이고 클라이언트가 되시겠슴돠) 역시 작품에 걸맞는 분으로서 문화재청장(? 정치쪽은 잘몰라서...)이셨던 유홍준님이십니다.
뭐 나에게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완투쓰리'의 저자이자 미술사학자로서의 유홍준 교수님이 더 익숙하지만...암튼 이집의 집주인으로서 월간 공간지에 기고한 글인 '나는 좋은 클라이언트가 되고싶다'에서 미술사학자로서 전국의 고가를 방문하여 답사한답시고 집주인을 귀찮게 했던 업을 이집에서 많은 답사객으로 인해 업보를 갚고 있다고 썼던것을 기억합니다.
경주에 있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양동의 수졸당보다 더 유명해졌고 한국전통주택의 컨셉과 디자인 키워드를 경이롭게 현대건축으로 해석하고 구성한 이 주택을 부족한 식견이지만 나름대로 해석하여 소개해 봅니다.
건축개요
대지 71평 / 건축면적 36평 / 연면적 60평 / 지하 1층 지상2층 / 1993년
공간의 구성
평면도
인테리어든 건축이든 평면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평면도에서 공간의 구성과 위계, 동선과 축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수졸당의 평면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데크로 처리된안뜰 부분과 한쪽변이 사선처리된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뜰부분은 뒤에 사진과 함께 볼것이며 사선처리된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부분을 먼저 이야기 하려합니다.
옆에 붙은 공간(주차장부분등)을 조금 조작하면 직선으로 처리해도 충분한데 굳이 사선으로 처리하였을까요?
거실에 접한 내부현관을 조금이라도 크게하기 위해서 일까요?
난 이 사선처리로 건축가는 이공간에 착시에 의한 깊이감을 부여하려 했다고 생각됩니다.
양변이나 한변이 사선으로 처리되면 같은 길이의 공간이라도 착시에 의해 깊이가 훨씬 깊어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풍수학적 면에서도 복을 받아 담는 형태라 볼수 있겠지만 풍수쪽은 아직 부족하고 사족일수 있겠기에 넘어가겠습니다.
주택 현관부 입단면도(좌)와 정면도(우)입니다.
입단면도에 나타난 대문에서 현관까지 이어지는 캐노피(활처럼 휜 진입부 지붕)에 주목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캐노피는 우천시 비를 안 맞고 대문과 실내현관 사이를 오가기 위함인데 그 형태가 활처럼 휘어 주택내에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 일반 주택의 대문위치보다 후퇴된 위치에 자리한 대문위로도 제법 길게 뻗어 나왔음을 알수있습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해석할수 있다고 봅니다.
1)완만한 곡선은 전통가옥의 처마선을 차용하여 그 선의 미학을 캐노피에 적용한 것이며
2)또한 이선이 주택내부에서 들려올려지는 것은 외부에서 내부로의 시선유입이 내부로의 상승과 함께 확장감을 주려는 의도인것 같으며
3)대문밖으로도 뻗어 설치된것은 시선의 깊이감 있는 유도와 우천시 집주인을 위한 편의도 있겠지만 갑작스런 소나기에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지나가던 행인이 비를 긋기위해 머물때 좀더 안아줄수 있게 하려는 배려라고 해석하면 너무 오버일까요?
외부에서 바라본 대문
격자살로 된 대문은 동선의 진입은 단속하지만 시선은 비교적 자유롭게 내부로 유입될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우측의 사선처리된 벽면이 깊이감을 더 해주며 이를 따라온 시선과 기대심리가 정면의 낮은 기와 담장으로 유도되어 왼쪽의 개방된 뜰쪽에 와서 퍼질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담장의 모서리 부분이 살짝 개방되어 주택내의 일부가 보이게 처리한 것은 시선의 유입에 따른 기대심리가 주택내에까지 이어지도록 계획한듯하며 관음의 미학(19금 관음이 절대 아님...아니 뭐 유사하기도 하겠네요...페티쉬나 은꼴...원래 관음의 미학이 몰래 훔쳐보거나 조금만 보여져 그걸로 더 풍부한 연상에 의한것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것보다 아름다울수 있다는 것이니...)에 빗대어 이해할수도 있다 하겠습니다.
즉 담장의 높이와 틈의 조작으로 시선과 심리, 동선등을 조절하게 계획하였다고 볼수있습니다.
캐노피의 우측 변 부분이 벽체와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은 보면 루이스칸의 리미널 스페이스(발음 조심해야 하죠...liminal space 서로 다른 두 부분이 만나는 상충된 부분이 복합적 또는 새로운 공간이 될수있도록 처리한...) 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담장부분의 확대사진
틈이 있어 안은 조금 들여다 보이지만 사람이 통행할수는 없는 폭입니다.
담장의 형태와 재료 높이등은 전통양식으로 재현했으며 처마선을 닮은 캐노피에 의해 살짝 눌려있다가 내부로 상승하는 인상적인 심리적 풍경을 연출고 있습니다.
거실에서 마당을 찍은 사진 - 마당과 대청마루(또는 툇마루)의 상호 관계성에 기초한 멋진 창조적 재현
평면도를 보고 이 사진을 보았을때 승효상님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전통가옥에서는 공간을 절대적 위계질서에 의한 구성을 하지않고 중첩과 관입등의 구성으로 공간의 기능적, 심리적 연장과 轉用性(전용성-하나의 용도로만 쓰이는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 다른 용도로도 쓰일수 있는 성질)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라 할수 있습니다.
특히 마당과 대청마루와 방과의 관계는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 것이라 할수있습니다.
대청마루(또는 툇마루)는 그 성격자체가 실내와 실외 두가지를 모두 가졌기에 (즉 처마아래에 있으므로 지붕을 가진 실내이나 마당을 향해서는 벽이 없이 개방된 공간이므로...) 마당에서 작업하며 걸터앉거나 소쿠리등을 놓아두면 마당의 연장이 되는 것이고 여름철 거기에 드러누워 시원한 오침을 청하거나 창을 활짝열고 방의 머름에 팔을 척 괴고 앉으면 방의 연장이 되죠.(겨울철 분합문으로 닫으면 완전한 실내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성질을 가질수 있는 것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공간인 마당과 방의 사이에서 양측 공간을 조금씩 관입하여 차지하였고 위에 언급한 처마아래 위치하되 마당을 향해 열려 있으므로 가능한것이고 그 재료 또한 마당에 있어도 실내에 있어도 모두 기능적, 미관적으로도 어색하지 않고 어울리는 목재이기 때문입니다.(글쓰기가 어렵긴 어렵다...당췌 문맥이 토막만 나니...)
승효상님은 이런 마당과 마루를 데크시공으로 하나로 처리하여 작은 공간에 전통적 공간과 성격이 혼재하도록 처리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이 공간은 마당도 되고 마루도 될수 있게 되었죠.
그곳에 한켠으로 치우쳐 식재한 감나무(사진으로는 확신하지 못하나 전통가옥에서는 마당에 다산과 다복의 상징 및 단풍과 낙엽,과실등에 의한 계절감상과 색채조화를 위해 감나무나 석류나무를 주로 식재하는데 좀 무지한 내눈에도 석류나무는 아닌듯...)로 의해 마루로만 인지될 수 있는 공간이 마당으로도 인지되게 하였고 한폭의 전통회화 같은 작은 경치도 이끌어 내게 되었습니다.
안방에서 본 마당의 감(?)나무
한지 창(출입문이 아님...출입문은 따로 있습니다...머 급하면 이리로 나갈 수 도 있겠지만...암튼 아니어요)아래 조금 높은 턱(하부 인방)이 머름입니다.
방에 앉아 머름에 팔을 걸치기 알맞은 높이로 만들죠.
이 주택은 도심이라 기와 담장 너머로 맞은편 주택 벽이 보이지만 전통가옥에서는 저 기와담장 너머로 산과 하늘이 보여지게 되는데 이것을 경치를 빌려와서 감상한다하여 차경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전통가옥의 담장은 길가 행인의 눈길만을 차단할수 있는 높지않은 높이로 만듭니다.
또 나무를 가운데 심지 않고 한켠으로 치우쳐 심는것은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고 심미적으로 유동성을 주기위함도 있고 유교와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네모난 마당 가운데 나무가 심어지면 한자의 곤란할 곤困이 되므로 피하는 것입니다.
승효상 건축가의 입단면 스케치
옐로우 트레이싱 페이퍼에 그린 입단면 스케치로 설계전 구상단계에서 주로 하는 작업입니다.
이 스케치에도 마당의 나무가 그려져있는데 저 형태는 건축가에게 감명을 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에 거장조각가 자코메티가 만들고 설치한 작품(소품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좀...)으로 비록 실제 심은 나무는 그형태가 다르나 구상단계에서 부터 저 나무에 얼마나 깊은 의미를 두려하였는지를 알수있습니다...빈자의 미학에도 나와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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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장 안되는 사진과 짧은 식견으로 승효상님의 작품을 전한다는 것이 우매한 짓인 줄 아나 내가 느낀것이 참 컷기에 조금이나마 공유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이 계통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늘 접하는 공간이 어떤 의미를 담고 어떤 느낌을 주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졸렬한 글을 썼습니다.
솔직히 건축가가 후기로 쓴 글에 나오는 심장의 판막과 튜브(? 기억이 가물가물) 컨셉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구요...
그냥 내가 이해한데로(물론 승효상님의 글과 사진, 도면은 무수히 보고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그래도...) 쓴 것이므로 건축가의 의도와 다를 수도 있으니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승효상님의 저서나 이로재홈페이지(승효상 건축가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보길 권합니다.
-올린 사진은 인터넷에 워낙 많이 돌아다녀 출처를 저도 알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