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보도된 내용과 편지를 가지고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어제 만났던 참새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성우는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의 한적한 카페 테라스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홀짝였다. 테이블 위에는 방금 배달된 주간지와 몇 장의 낯선 서류들이 흩어져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머리 위를 지저귀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참새들의 날갯짓은 간데없고, 기괴할 정도로 고요한 공기만이 감돌았다.
단순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이 거리의 지하에는 언제나 거대한 음모의 흐름이 흐르고 있었다. 성우의 시선이 주간지 한 구석의 외신 인용 기사에 머물렀다.
[국제] 프레드 플라이츠 전 NSC 비서실장, 한국의 '스타벅스 사태' 경고
"단순한 기업의 메시지 관리 실수로 시작된 사건이 한국 내에서 '민족적 성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특정 기업을 표적 삼아 압박하는 방식은 결국 한미 동맹의 신뢰를 흔드는 자멸 행위가 될 것……."
“시작은 늘 아주 작은 균열이지.”
성우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커피 체인의 말실수라는 작은 단서가 거대한 외교적 균열로 이어지는 과정. 정치가 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고, 그 틈새로 동맹의 기반이 흔들리는 징후들. 이것은 단순한 정치 논리가 아니었다. 누군가 정교하게 설계한 '트릭'의 냄새가 났다.
그때, 맞은편 의자가 뒤로 밀리며 한 남자가 깃을 세운 코트 차림으로 들이치듯 앉았다. 정보원 'K'였다.
“6‧3 선거 결과 보셨습니까?”
K가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의 눈빛은 흥분과 두려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보았지. 보수와 진보 모두의 허를 찌른 결과였어.”
“그건 단순한 투표 결과가 아닙니다, 성우 씨. 마치… 거대한 설계자가 진실을 폭발시키기 위해 타이밍을 맞춰놓은 시한폭탄 같아요. 정확히는 '태블릿의 진실'이 터지도록 신이 짜놓은 각본 같습니다.”
성우는 서류철을 열었다. 첫 번째 인물 프로필에는 '한동훈'이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한동훈의 국회 입성…….”
성우가 볼펜 끝으로 그의 사진을 톡톡 쳤다.
“이건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모두에게 던져진 가장 복잡한 추리 퀴즈야. 조중동과 한동훈 체제는 이제 이재명 정권을 향해 거대한 총공세를 펼치겠지. 수사망을 좁혀오듯 타오르는 불길이야. 그렇다면 반대편에 선 인물은 어떻게 움직이겠나?”
K가 다음 서류를 들이밀었다. '송영길'의 사진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겠죠. 코너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송영길 대표가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이 총공세를 꺾기 위해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반격의 카드는 하나뿐입니다. 그동안 수면 아래 묻혀 있던 ‘태블릿 조작 의혹’의 스모킹 건을 다시 꺼내 드는 것.”
상황은 기괴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보수 진영은 이미 윤석열이라는 거대한 권력 권좌에 줄을 서며 자신들이 지켜온 가치를 변절시킨 지 오래였다. 반면 한동훈은 수많은 조작 논란의 화살 속에서도 방탄조끼를 입은 듯 살아남았다.
하지만 수사선상에 기묘한 공백이 생겼다.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 사라졌어.”
성우의 말에 K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미디어를 지배하던 '김어준 라인'의 방어벽이 최근 급격히 약해졌어요. 이 타이밍에 송영길 대표가 태블릿 문제를 공식 수면 위로 밀어 올린다면, 진보 진영의 저격수였던 정청래나 조국조차도 더 이상 그의 방패가 되어줄 수 없습니다. 연쇄적인 침묵의 카르텔이 깨지는 거죠.”
추리소설의 묘미는 늘 아군과 적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점에 있었다.
이제 공은 언론과 방송, 그리고 새로운 목격자들에게로 넘어갔다. 그동안 주류 언론들은 태블릿 조작 의혹을 '철지난 음모론'이라 치부하며 철저히 묵살해 왔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판을 뒤흔들기 시작한다면? 언론들이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대대적인 보도를 시작할 것인가. 그리고 그 보도를 본 보수의 바닥 민심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요동칠 것인가.
“장동혁 지도부는 어떻게 움직일 것 같습니까?”
K가 긴장된 톤으로 물었다.
“그들이 새로운 수사관이 되어 이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할지, 아니면 목격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눈을 감아버릴지… 그게 이 추리극의 마지막 반전이 되겠지.”
성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빌딩 숲 사이로 갇혀 있던 바람이 테라스 안쪽으로 들이쳤다.
정치도, 추리도 결국은 '선택'과 '결단'의 싸움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은폐된 범죄라도 단 하나의 결단, 단 하나의 증거로 인해 수사 방향은 완전히 뒤바뀐다.
문득 고개를 들자, 하늘 높이 수십 마리의 참새 떼가 거대한 무리를 지어 자유롭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거대하고 거침이 없었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민심의 흐름처럼.
“송영길의 손에 쥐어진 그 태블릿이라는 단서가… 이 거대한 판을 깨부술 스모킹 건이 될지, 아니면 공멸을 부르는 독약이 될지.”
성우는 코트 깃을 세우며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서초동 거리를 바라보았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탐정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범인과 추격자 사이의 마지막 선택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