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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문학

추리소설 강민준 수사관 시리즈 장부의 증인

작성자이름다리이슬|작성시간26.06.12|조회수25 목록 댓글 0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기관의 구체적 행위는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실존 인물·단체를 특정하거나 비방할 의도가 없는
AI 추리소설입니다.

 

 


전화는 새벽 네 시에 왔다.
강민준은 자다가 받았다. 베개에 눌린 얼굴로, 눈도 뜨지 않은 채.
"강 수사관님이시죠."
여자 목소리였다.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안 떨렸다. 오래 참아온 사람의 목소리.
"네."
"저는 박재원의 누이입니다. 오빠가 사라졌습니다."
강민준은 그때 눈을 떴다.

박재원. 만 48세. 선거관리위원회 법제담당 사무관. 근속 16년.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6월 3일, 지방선거 다음 날 자정 무렵이었다. 청사 지하 주차장 CCTV에 그의 차가 빠져나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차도, 사람도, 이후 흔적이 없었다.
강민준이 처음 확인한 것은 그의 사무실이었다.
책상 위는 깔끔했다. 지나치게 깔끔했다. 오래 일한 사람의 자리치고는 개인 물건이 없었다. 사진 한 장, 메모 한 쪽. 누군가 미리 정리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서랍을 열었다.
맨 아래 칸. 낡은 파일 하나.
파일 표지에 손으로 쓴 글씨가 있었다.
'반복 오류 내부 기록 — 2014~2024'
강민준은 그것을 꺼내 들었다.


파일은 두꺼웠다.
10년치 기록이었다. 투표용지 수량 오류, 개표 집계 불일치, 장비 오작동 보고서.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였다. 그러나 강민준은 한 가지를 발견했다.
같은 종류의 오류가 같은 시기에, 비슷한 규모로, 반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사건 뒤에는 같은 문구가 찍혀 있었다.
'내부 검토 완료. 당락 영향 없음. 추가 조치 불요.'
조치 불요. 조치 불요. 조치 불요.
10년 동안 열일곱 번.
강민준은 파일을 덮었다. 창밖을 봤다. 청사 복도 형광등이 깜빡였다.
누군가 이것을 모으고 있었다. 16년 동안, 혼자서.
왜?


지선규를 만난 것은 그 다음 날 오후였다.
강민준이 사전에 연락했을 때, 노인은 짧게 말했다. "오시려면 오세요. 할 말은 별로 없습니다."
아파트 3층. 거실에 햇빛이 들어왔다. 창가에 휠체어가 접혀 세워져 있었다.
"6월 3일 투표하러 가셨습니까."
"갔다가 왔지요."
"투표는요."
"못 했습니다."
노인은 담담했다. 강민준은 그 담담함이 더 무거웠다.
"화가 나지 않으셨습니까."
지선규는 잠시 생각했다.
"화요." 그는 창밖을 봤다. "처음엔 났지요. 그런데 저 거기서 오래 살았어요. 나이가 들면 알게 됩니다. 화를 낸다고 기록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으면, 화를 낸 사람만 지치더군요."
강민준은 수첩에 적었다.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으면 화를 낸 사람만 지친다.'
"박재원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잠시 후 덧붙였다.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고생 많이 했겠군요."


송하은 변호사의 사무실은 광화문 근처였다.
그녀는 강민준이 들어서자 서류를 덮었다.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얼굴.
"쿠팡 건을 조사하시는 건가요."
"박재원 실종 건입니다."
그녀의 눈이 조금 달라졌다.
"박재원을 아십니까."
"직접은 모릅니다. 그런데 그 파일은 알아요."
강민준은 몸을 앞으로 당겼다.
"석 달 전," 그녀가 말했다. "익명의 제보가 왔습니다. 선관위 내부 자료라고 했어요. 반복 오류 목록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흘려들었어요. 선거 음모론이 워낙 많으니까. 그런데 그 자료는 달랐습니다. 음모를 주장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그녀는 잠시 멈췄다.
"그냥 기록이었습니다. 날짜, 장소, 오류 유형, 조치 내역. 감정 하나 없이 정리된 10년치 기록. 그걸 보면서 저는 오히려 소름이 돋았습니다. 무섭게 차분한 사람이 쓴 거였으니까요."
"그 제보 이후로 연락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강민준이 일어서려는데 그녀가 말했다.
"수사관님. 한 가지만요."
"말씀하십시오."
"쿠팡 과징금이 6,249억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SK텔레콤 해킹 건, 카카오 보안 건은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저는 쿠팡이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장부가 일관되지 않으면, 그 장부 자체를 아무도 믿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는 장부는, 장부가 아닙니다."
강민준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그 말을 되새겼다.
장부가 아니다.


그날 밤 강민준은 혼자 청사 주변을 걸었다.
CCTV 영상을 다시 봤다. 박재원의 차가 빠져나가는 시각. 자정 12시 17분. 차선은 북쪽. 목적지를 추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영상 한 컷에 걸렸다.
차가 나가기 3분 전. 지하 주차장 기둥 옆. 다른 차 한 대가 시동을 켰다. 번호판은 가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각도 때문에 정면이 보이지 않았다.
강민준은 그 차종을 확인하는 데 두 시간이 걸렸다.
제네시스 G80. 검은색. 차량 등록은 한 법인 명의였다.
법인명을 검색했다.
페이퍼 컴퍼니였다. 실소유자 불명. 그러나 법인 주소지 근처를 파고들었더니 하나의 이름이 나왔다.
강민준은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선관위 내부 감찰 전담 조직의 전직 팀장. 3년 전 명예퇴직. 현재 민간 컨설팅 업체 대표.
이름은 오명식. 만 54세.

오명식은 강민준을 보자 웃었다.
여유로운 웃음이었다. 준비된 사람의 웃음.
"박재원 건으로 오셨겠지요."
강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친구, 착한 사람입니다." 오명식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너무 착한 게 문제지요. 16년 동안 혼자 파일을 모았다고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기록이 있으면 뭐가 달라집니까. 헌재가 감찰을 막고 있는데."
"그 파일을 알고 계셨습니까."
"알지요. 그 친구가 저한테 보여준 적도 있으니까."
"언제입니까."
"두 달 전." 오명식은 잔을 내려놓았다. "그 친구는 이걸 공개하고 싶어 했어요. 제가 말렸습니다. 음모론으로 묻힐 거라고. 공개해봤자 조직만 흔들리고, 본인만 다칩니다."
"그래서 말렸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날 밤 청사에 가셨습니까."
오명식은 처음으로 웃음을 거뒀다.
짧은 침묵.
"그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한 번 더 말려보려고 갔습니다."
"설득이 됐습니까."
오명식은 창밖을 봤다.
"안 됐습니다."
"그 이후에 박재원 씨는요."
"제 차로 떠났습니다. 걸어서요. 어디로 가는지는 몰랐습니다. 저도 그냥 돌아왔고요."
강민준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박재원이 발견된 것은 사흘 뒤였다.
강원도 영월. 작은 민박집. 그는 혼자였다. 노트북 하나와 외장하드 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
죽지 않았다. 숨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혼자 있었다.
강민준이 마주 앉았을 때 박재원은 말했다.
"보내려고 했습니다."
"어디에요."
"언론사 셋. 시민단체 둘. 그리고 해외 통신사 하나."
"왜 아직 안 보냈습니까."
박재원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무서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무서운 건 보내는 게 아니었어요. 보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서웠습니다."
강민준은 그 말을 들으며 창밖을 봤다.
강이 흘렀다. 느리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오명식 씨가 말렸습니까."
"말렸지요."
"이유가 뭐라고 했습니까."
"음모론으로 묻힐 거라고." 박재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저도 압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게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렇게 읽겠지요. 선관위가 그렇게 프레임을 씌울 거고."
"그럼에도 보내려고 했습니까."
박재원은 외장하드를 손으로 쥐었다.
"이걸 모으는 데 16년이 걸렸습니다." 그가 말했다. "16년 동안 저는 같은 걸 봤습니다. 잘못이 기록되지 않으면 같은 잘못이 돌아온다는 걸. 제가 다치더라도. 묻히더라도. 일단 장부에 남아야, 언젠가 누군가가 읽을 수 있습니다."
강민준은 오래 침묵했다.
밖에서 강물 소리가 들렸다.
"보내십시오."
박재원이 그를 봤다.
"저도 기록할 겁니다." 강민준이 말했다. "수사관으로서, 제 장부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
강민준은 차를 세웠다. 이유를 몰랐다. 그냥 세우고 싶었다.
골목 안 차 밑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왔다. 고등어 무늬였다. 뒤이어 갈색 한 마리, 턱시도 한 마리.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판단도 용서도 없었다.
다만 기억이 있었다.
강민준은 한동안 그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수첩을 꺼냈다.
뭔가를 적었다.
무엇을 적었는지는 쓴 사람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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