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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강민준의 짹짹, 그리고 사라진 표

작성자이름다리이슬|작성시간26.06.18|조회수12 목록 댓글 0

- 이 내용은 보도된 내용과 서신을 가지고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비가 그친 새벽이었다. 강민준은 우산도 없이 강변을 걸었다. 참새 한 마리가 보도블록 사이를 종종거리며 뛰어다녔다. 그는 그 작은 움직임을 눈으로 좇으며 생각했다. 이 도시에서는 모두가 저렇게 자기 몫의 길을 간다. 다만 누군가는 그 길에서 영영 사라진다는 게 문제였다.

사건은 사흘 전 시작되었다. 선거관리위원회 말단 직원 한 명이 실종되었다가, 휴전선 근처 하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단순 실족사로 종결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유족은 강민준을 찾아왔다.

"그 사람, 죽기 전에 이상한 말을 했어요. 도토리가 모자란다고."

도토리. 강민준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알아챘다. 얼마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빗댄 말이었다. 투표용지가 모자라 일부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박탈당했고, 거리에는 며칠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죽은 남자는 그 행정의 한복판에 있던 사람이었다.

강민준은 죽은 남자의 마지막 동선을 추적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하필 군이 콘크리트 용치를 철거하기로 한 그 하천가였다. 오래전부터 전차의 진입을 막기 위해 박아둔 뾰족한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치워지고 있던 자리. 인근 부대를 찾아간 강민준은 젊은 장교 한 명을 만났다.

"용치를 치우는 건 위에서 내려온 결정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어떻게 감시할지는, 아직 아무도 정한 게 없어요."

강민준은 수첩에 적었다. 안보의 빈틈—누구의 책임도 아닌 빈틈.

장교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사관학교 통폐합 이야기였다. 장교가 부족하다고 다들 떠드는 와중에, 정작 그들을 길러내던 학교는 통합되고 옮겨진다고 했다.

"우리가 배우던 자리가 사라진다는 게, 꼭 뿌리째 뽑히는 기분입니다."

강민준은 그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이 죽음은 단순한 실족이 아니었다. 무언가 거대한 행정의 균열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죽은 남자의 사무실 책상에서 강민준은 메모 한 장을 찾아냈다.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지시를 내린 윗선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지만, 그 위에 작게 휘갈겨 쓴 글자가 남아 있었다. 내각제.

강민준은 그 길로 정치부 기자였던 옛 동료를 찾아갔다. 동료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 큰 정치 세력들과 보수 언론사들이 손을 잡고 내각제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정치 개혁이라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들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연합이지."

그러나 동료는 또 다른 이름들도 언급했다. 전직 정치인이 새로 만든 작은 정당과, 오래전부터 광장에 모이던 시민들이 손을 잡고, 묻혀 있던 증거 조작 의혹 사건의 진실을 다시 캐내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쪽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이고 있어. 젊은 세대의 분노까지 더해져서. 진짜 진실을 밝히겠다는 거지."

강민준은 두 개의 그림자가 같은 도시 위에 겹쳐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나는 권력을 지키려는 연합, 다른 하나는 진실을 밝히려는 연합.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이름 없는 말단 직원 한 명이 짓눌려 죽었다.



강민준은 사건을 종결하던 날, 경찰서장 앞에서 보고서를 펼쳤다.

"이 사람을 죽인 건 누구도 아니고, 동시에 모두입니다."

서장이 눈썹을 찌푸렸다. 강민준은 설명을 이어갔다.

"투표용지를 줄이라고 지시한 윗선도, 그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행정 체계도, 안보의 빈틈을 메우지 않은 채 용치만 치운 결정도, 장교를 키우던 학교를 없앤 판단도—전부 따로 보면 누구 하나의 죄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다 모이니까, 한 사람이 그 무게에 짓눌려 죽었습니다."

서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강민준은 보고서 마지막 장에 이렇게 적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어떤 개인이 아니라, 책임을 미루고 또 미룬 구조 그 자체다. 정치가 권력투쟁의 장으로만 남는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자리에서 짓눌릴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외치는 이들이 정말로 힘을 모은다면, 이 구조도 언젠가는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사무실을 나선 강민준은 다시 강변을 걸었다. 멀리서 붉고 검은 깃털을 가진 철새가 날아왔다가 사라졌다. 전신줄 위에서는 까치가 한 번 울었다. 참새는 여전히 가까운 곳에서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짧은 정권은 지나가지만, 국민의 뜻은 영원하다. 누군가는 그 뜻을 받드는 진실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새처럼 가까이서, 철새처럼 멀리서, 까치처럼 높은 곳에서—저마다의 자리에서 진실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결국 이 도시를 바로 세울 거라고, 강민준은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

새들은 아무것도 증언하지 않았다. 다만 짹짹,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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