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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강민준 탐정 시리즈 침묵의 편집국

작성자이름다리이슬|작성시간26.06.19|조회수28 목록 댓글 0

- 이 내용은 보도된 것을 토대로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강민준은 사무실 창가에 서서 아래쪽 골목을 내려다보았다. 가로등 하나가 빗속에서 노랗게 번지고 있었다. 포장도로 위에 물이 고여, 불빛이 흔들리며 반사되었다. 그 가장자리에 고양이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한 마리는 새까만 털에 가슴팍만 흰 턱시도였고, 다른 한 마리는 갈색 얼룩이었다. 둘 다 비를 맞으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쟤들은 왜 저기 있는 거지.
문이 두드려졌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삼십대 중반의 여자였다. 비에 젖은 우산을 손에 든 채로,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짙었다. 일주일은 잠을 못 잔 사람의 얼굴이었다.
"강민준 탐정님이시죠?"
"앉으세요."
그녀는 서류봉투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저는 김서연입니다. OB미디어그룹 노동조합 사무국장이에요."
강민준은 봉투를 열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일입니까."
김서연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희 회사 법인카드가 어느 날 갑자기 전부 막혔습니다. 공지도 없이요. 카타르 현지에서 월드컵 취재 중이던 팀도, 지방 출장 중이던 기자들도 전부 개인카드로 전환해야 했어요. 현장에서 탐문 중이던 사람이 경비를 자기 주머니로 긁으면서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이에요."
"회사가 자금난입니까."
"모릅니다. 그게 문제예요."
그녀는 봉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경영진이 아무 말이 없어요. 노조가 공식 서면으로 세 차례 질의를 보냈는데, 단 한 줄의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소문은 퍼지고, 사람들은 자기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일하고 있어요."
강민준은 창밖을 잠깐 봤다. 골목 고양이들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이게 탐정한테 올 사건입니까, 경찰한테 갈 사건입니까."
"경찰은 범죄가 있어야 움직입니다." 김서연의 목소리가 조금 단단해졌다. "저는 범죄를 찾는 게 아니에요. 진실을 찾는 겁니다. 돈이 어디로 갔는지, 누가 무슨 결정을 했는지, 왜 이 조직이 이렇게 됐는지. 그게 궁금한 거예요."
강민준은 봉투를 집어 들었다.


다음 날 오전, 강민준은 OB미디어그룹 본사 건물 앞에 섰다.
16층짜리 유리 건물이었다. 입구 유리에 회사 로고가 박혀 있었다. 한때는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미디어 그룹이었다. 신문과 방송을 동시에 보유한 복합기업. 강민준은 스물다섯 살 때 이 건물 앞을 지나다니던 걸 기억했다. 그때는 뭔가 중요한 것들이 저 안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일층 로비에 경비원이 하나뿐이었고, 그마저도 졸고 있었다.
편집국은 9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강민준은 김서연이 건넨 서류를 다시 정리했다.
법인카드 정지 일자: 지난달 14일.

사전 공지: 없음.

경영진 설명: 없음.

현재 현지 취재팀 체류 국가: 카타르, 인도네시아, 프랑스.

개인카드 전환 인원: 총 23명.

노조 질의서 발송일: 3회. 회신: 0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편집국은 조용했다. 낮이었는데도 활기가 없었다. 기자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지만, 뭔가를 하는 것 같지 않았다. 키보드 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다. 누군가 전화를 받고 짧게 대답하고 끊었다. 그게 전부였다.
강민준은 사무국장 자리를 찾아갔다.


"장부를 볼 수 있습니까."
"비공개입니다."
강민준은 메모지에 숫자 몇 개를 적었다.
"2023년 4분기 광고매출 하락률이 전년 대비 38%라는 게 맞습니까."
김서연의 눈이 약간 달라졌다.
"…어떻게 아셨어요."
"업계 자료에 간접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직접 수치가 아니라 추정값이지만, 틀리지는 않을 거예요." 강민준은 메모지를 내려놓았다. "광고가 빠지면 자금이 빠집니다. 자금이 빠지면 먼저 비용 통제가 들어가죠. 법인카드 정지는 그 시작일 수 있어요. 문제는 경영진이 왜 이것을 설명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우리도 그게 가장 이상합니다."
"설명하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강민준은 창 쪽을 보았다. 9층 창밖으로 도시가 잿빛으로 펼쳐져 있었다. "하나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나쁜 경우. 다른 하나는, 설명하면 다른 것들이 드러나는 경우."
"다른 것들이라면."
"아직 모릅니다."
강민준은 의자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2016년 탄핵 국면 당시, 이 회사 보도 방향에 대해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습니까."
김서연이 잠깐 굳었다.
"…그게 지금 사건이랑 무슨 관계가 있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편집국을 나와 계단을 내려가다가, 강민준은 12층 복도에서 멈췄다.
회의실 유리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정장 차림의 남자 셋과 정장 차림의 여자 하나. 문서들이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다. 강민준은 그들의 얼굴을 순서대로 훑었다. 한 명이 강민준과 시선이 마주쳤다. 상대는 곧바로 블라인드를 내렸다.
법인이 아니라 특수목적법인 경유 자금 이동.
강민준의 머릿속에 글씨가 박혔다. 회의실에 잠깐 보인 서류 한 귀퉁이에 있던 문구였다. 경험상 그런 단어가 적힌 문서를 브라인드 뒤로 숨기는 사람들은, 대개 숨길 것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그는 수첩을 꺼내 적었다.
SPC 경유. 자금 이동 경로 불명. 광고매출 하락 + 비용 통제 + 침묵 = 구조적 부실 또는 고의적 은폐. 2016 보도 방향 연관성 추가 확인 필요.

건물 앞 골목에 나왔을 때, 어제 가로등 아래에 있던 고양이 두 마리가 또 거기 있었다.
턱시도 냥이가 강민준을 올려다봤다.
강민준은 그 눈빛을 한 3초 바라봤다.
"뭘 알고 있냐."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눈을 한 번 천천히 감았다가 뜨고, 건물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갈흰냥이도 같은 방향을 봤다.
강민준은 건물 입구를 다시 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있다.
CCTV였다. 각도가 어중간하게 꺾여 있었다. 정문이 아니라 옆 비상구 쪽을 향해 있었다. 누군가 방향을 조정한 것이었다. 원래 각도라면 지하 주차장 출입구가 잡혀야 했다.
강민준은 수첩에 한 줄 더 적었다.
CCTV 조작. 주차장 출입 기록 공백.


사무실로 돌아온 강민준은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마커를 집어 들고, 알고 있는 것들을 썼다.
확인된 사실:

광고매출 급감 (38% 추정)

법인카드 전면 정지 (공지 없음)

경영진 3회 질의 묵살

CCTV 각도 조작

12층 회의 — SPC 경유 자금 이동 문서
미확인:

자금의 실제 이동 경로

경영진의 침묵 이유

2016년 보도 개입 여부와 현재의 연결고리
강민준은 마커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언론사가 침묵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당한 질의에 석 달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조직은, 대개 두 종류다. 하나는 말할 능력이 없는 조직. 다른 하나는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조직.
이 경우는 두 번째였다.
강민준이 보기에, 자금 흐름은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었다. 특수목적법인을 경유한다는 것은, 흐름을 감추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뜻이었다. 감춰야 할 흐름이란 대개 두 가지다. 누군가에게 나가는 돈, 또는 누군가에게서 들어오는 돈.
그리고 2016년.
언론이 진실을 왜곡했을 때, 그것이 우연이었는지 지시였는지는 아직 증명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강민준은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화면에서 무언가가 잘려나갔다. 마이크가 특정 목소리를 증폭했다. 그 결정들이 사무실 어딘가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린 사람들 중 일부는 아직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돈과 침묵과 왜곡이 한 지점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강민준은 눈을 떴다.


사흘 뒤, 강민준은 김서연과 다시 만났다.
"범인을 찾으셨나요."
강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자금은 광고매출 하락으로 줄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특수목적법인 세 곳을 경유한 자금 이동이 있었습니다. 행선지는 아직 파악 중이에요. CCTV가 조작된 방향을 기준으로 지하주차장 출입기록을 교차하면, 정기적으로 만나는 외부 인물이 최소 두 명 확인됩니다. 누군지는 현재 추적 중이에요."
김서연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강민준이 말을 이었다. "2016년 특정 보도 결정에 관여한 인물 중 한 명이 현재 경영진 자리에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침묵과 직접 연결되는지는 아직 증명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맥락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증거를 더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노조가 직접 공식 요구를 공개해야 해요. 설명하라. 책임지라. 지켜내라." 강민준은 그 세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 "이 세 마디가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기록으로 남아야 합니다. 요구를 공개하면 경영진은 선택해야 해요. 답하거나, 침묵을 고수하다 침묵이 증거가 되거나."
김서연은 한참 있다가 물었다.
"언론이 이래도 됩니까."
강민준은 창밖을 봤다. 빗속 가로등 아래, 고양이 두 마리가 또 거기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움직이지 않고.
"안 됩니다."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래서 제가 여기 있는 겁니다."


강민준이 사무실 불을 끄려는데, 창밖에서 소리가 났다.
고양이 두 마리가 창틀에 앉아 있었다. 턱시도와 갈흰냥이. 빗속을 걸어왔는지 털이 젖어 있었다.
강민준은 창을 조금 열었다.
"너희 매번 거기 있더라."
고양이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두 쌍의 눈이 강민준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묻는 것 같기도 하고, 확인하는 것 같기도 한 눈빛이었다.
계속할 거냐고.
강민준은 외투를 집어 들었다.
"응. 계속한다."

진실은 침묵하지 않는다.
다만 목소리를 잃었을 뿐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는 것, 그것이 강민준이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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