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저 많은 모텔이 과연 장사가 될까? 하고 곳곳에 있는 모텔들을 지나가다 차창 밖으로 보며 호기심 반 걱정 반 의문이 생기곤 했다.
모텔은 도심뿐 아니라 외곽의 한적한 곳에도 위치하여 그것이 우리 시민들에게 숙박의 편의를 주는 것이지, 아니면 불륜 남녀들이 부끄럽고 은밀한 정사를 나누는 곳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모텔들은 하나같이 입구에 두꺼운 커튼이 내려져 있다.
커튼은 가림막이니, 바깥에서 안을 잘 볼 수 없도록 막는 것이 제 용도엔 맞는 것인데, 꼭히 숨겨야 할 그 무엇이 있단 말인가?
지인 중 누군가 불평을 했었다. “대한민국은 어쩌면 불륜 공화국 같아. 왜 저렇게 모텔이 성업 중일까?” 한 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만 생각지 말게. 만약에 저 모텔들을 싹 다 없애 버린다면 어디에서 바람을 피우겠나? 오히려 저런 장소를 방치하는 게 사회적으로 순기능적이라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서울 어느 경찰서인가 여성 서장이 성매매로 유명했던 미아리 집창촌을 공권력으로 철거해 버렸다. 윤리를 중요시해온 우리 동방 예의지국 국민은 쌍수로 환영하고 그녀를 칭찬했었다.
그러나 그 후과(後果)는 어떠했는지? 미아리에서 쫓겨난 여인들은 시내 곳곳 민간인 주택의 골목에 숨어서 영업(?)을 지속하여 전보다 더 분산되고 은밀해진 탓으로 오히려 단속만 훨씬 어려워졌다.
본인은 성매매에 대한 법령규제를 반대하고 오히려 국유화함으로써 공개적으로 성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왔다. 청소년 의료, 건강에 도움이 되고 직업과 자유시장의 원칙에도 맞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대구의 한 여류시인도 나처럼 모텔의 커튼에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무미건조한 글을 썼지만, 그녀는 몇 번이나 다시 읽게 만드는 ‘좋은’ 시를 쓴다.
커튼 / 이규리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그래서 사실 비밀도 아니지만
가리면서 다 보여주는 것도
전략이다
봐라,
모텔 입구 세차장 천막같은 커튼들은
해답 달린 문제지 같다
조급한 승용차
비닐 커튼 아래로 파고들면
미끈덩 들어온 물체의 낯짝을
더러워진 자락이 쓰윽 쓸어준다
덕지덕지 묻은 묵인의 무게
두 눈의 무게,
언제가 김 서린 고속버스 차창을
때 묻은 커튼 자락으로 슬쩍, 얼른 닦은 적 있다
훔쳐본 것처럼 끈끈한 풍경들
눈감은 채
커튼을 통과해 들어간 곳, 천국인가
말인즉슨
얼른 닦아내야 할 천국
떠들어 댈 일 아니나
들어간 뒤 나오는 걸 못 봣다
나오는 길을 잃을 정도면
얼른, 슬쩍이라도
저 우렁이 속 지금 성업 중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