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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분과 방

고향을 담그다

작성자이기철(루돌프)|작성시간06.05.15|조회수26 목록 댓글 0
용수골 문턱의 허름한 국밥집
밖 담장은
세월을 먹느라 배부른 소리 쩍쩍
갈라진 벽틈에 둥지 튼 거미
거미줄이 치렁치렁 낡았다.
꺼질 듯 말 듯 껌뻑이는 눈
노쇠한 간판은 게슴츠레 비비고

네 평 남짓의 작은 둥지
폐교의 책걸상 모아 생명을 건네고
신문지로 빼곡한 벽엔
향수로 담뿍 채운 오간 이들의 고마움이.
누군가 선물한 붓글씨액자도 있다.

얼굴이며 손등에 사연 자글자글한 주인 할머니
숭숭 빠진 잇몸 사이로
그리움에 달려온 아이들의
보고픔이 머물렀을 게다.
가슴으로 내뱉은 국밥 한 그릇
김치며 나물이며 푹 삭혀진 고향
사랑으로 담금질 된 우윳빛 육수
네 평의 작은 여울은 수천 리의 울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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